듀얼 - 전건우 장편소설
전건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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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이 작업들을 통해 어떤 악인들은 거의 자연재해처럼 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작품 속 살인마 리퍼 역시 그런 캐릭터가 되길 바라면서 소설을 썼다.

작가의 말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소설의 재미는 스피드와 트릭으로 읽는 이를 깜짝 놀라게 하는 데 있죠.

전건우 작가가 스릴러 장르의 대가라 불리우는 까닭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계획적으로 잘 짜여진 구성이 가져다 주는 보장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 책에서 어떤 악인들은 자연재해라고 한 작가의 표현도 딱 들어맞다고 생각해요.

그에 따른 몰입감이 높아진 탓에 서늘함과 두려움이 실제가 되어 책을 덮어놓고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어요.

가령 샤워기에서 염산이 쏟아지는 장면 같은 거요.

겁쟁이거든요.

특히나 범죄에 관련된 두려움이 커요.

그런 제가 이 책을 끝까지 주행했어요.

나는 리퍼reaper 추수하는 자야.

이 세상의 가라지를 모조리 베기 위해 이 숭고한 작업을 시작했지.

15p

리퍼라 자칭하는 남자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놈이 살인마라 확신했다.

그건 같잖은 프로파일링도 아니고 추리도 아니었다.

예감이었다. 온 몸의 모든 신경세포가 외쳐댔다.

저놈이 바로 범인이라고.

16p

연쇄살인마 리퍼와 그를 상대하는 프로파일러 최승재 경위.

리퍼를 쫓는 이라고 표현하려다가 잠시 멈칫했어요.

소설 속에서 리퍼가 쫓겼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그는 자신이 설계한 작업실로 최승재 경위를 안내하고 있는 게 아닐까.

스릴러 장르 소설의 재미는 스피드와 트릭.

얼마나 빠르게 전개되냐 하면 소설이 시작되자마자 최승재 경위가 살인마 리퍼를 찾아냈고 둘이 같이 번개에 맞아 죽어요.

뜨겁고 차갑고 날카롭고 묵직한 통증이 한 번에 날아들어 머리 꼭대기부터 발가락 끝까지 태워나갔다.

불과 2초 정도 되는 시간이었지만 내게는 영원처럼 느껴졌다.

번개는 나를 태웠고 리퍼를 태웠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죽음을 맞이했다.

27p

리퍼와 최승재 경위는 같은 날에 죽은 뒤 비슷한 시기에 죽은 다른 두 인물로 각각 환생해요.

로맨스 웹툰에서 보던 환생을 스릴러 장르에서 볼 줄이야.

최승재 경위는 살인 용의자 우필호의 몸으로 리퍼는 강력범죄수사대 팀장으로.

여기서 작가는 한 가지 더 트릭을 만들어놓은 것 같았어요.

단순히 극적 재미를 위해 그들의 위치를 뒤바꾼 것이 아니였는데.

살인 용의자와 경찰이라는 겉모양을 따라가다 보면 진짜 악인을 놓치게 되요.

그러다가 점차 밝혀지는 그들의 관계와 사람을 들여다보면서 자신과 어울리는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갔구나라는 걸 알게 되죠.

-난 다시 살아나서 이 짓을 반복할 거다. 반드시 되살아나 죽이고 또 죽일 거다. 내 사명을 완수할 때까지.

-그럼 나도 또 살아나서 널 막을 거야.

282p

리퍼 한 명이 죽음과 환생하는 걸 반복하는 게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필호가 된 최승재 경위가 리퍼와 결전을 끝내며 비로소 평온함을 느끼며 긴 잠에 빠져들었다. 오랜만에 단잠을 잘 것 같았다. 그러다 눈을 뜨면283p 도처에서 날뛰는 리퍼들을 마주하게 되는 거죠.

-왜지? 넌 왜 누군가를 구하지 못해 안달인 거야?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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