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 월스트리트 저널 부고 전문기자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
제임스 R. 해거티 지음, 정유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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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너무 유명한 말이죠.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왔다간 이들의 얼마나 될까요.

그보다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역사 책을 읽을 때 늘 딴생각을 했었어요.

백성과 민중 또는 군중처럼 단체로 묶여 단일된 행동으로 묘사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그들의 행동이 똑같을까.

창을 든 모양새도 가지각색일 것이고 생각 또한 모두 다를 것임에 분명한데 말이에요.

그래서 정세랑 작가 피프티 피플을 읽으면서는 흡족했었어요.

같은 거리를 걸었을 인물들이 다 저마다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거든요.

이 책은 월스트리트 저널 부고 전문기자가 부고를 써오며 본 삶과 죽음의 의미를 들려줘요.

작가는 유명한 사람, 유명했어야 하는 사람, 악명 높은 사람, 주목받았어야 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해 지금껏 800명의 인생 이야기를 썼다고 해요.

"그러므로 문제는 내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는지가 아니다.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중요하다. "

네. 바로 제가 원하는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이 책에 실린 부고를 통해서요.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영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그것은 교훈적일 수도 있지만 제게는 신 나는 일이었습니다.

재력을 자랑하거나 너보다는 나은 삶을 살았다는 확인, 자신이 얼마나 참인간이며 영웅적이고 고결한 인간이지 인정받기 위해 써낸 지루한 이야기가 아녜요.

심각한 결점에 대해 트라우마에 대해 이불킥을 했었던 일들에 대해 그리고 그러한 것들로 뭉쳐진 내 모습에 대해 써낸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예요.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진짜 인간상들을 보며 열광했던 때가 떠올랐어요.

책을 읽으면서 내 삶을 이야기로 남겨야 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어렵지 않을 거 같아요.

작가가 물어보는 질문에 충실히 답변을 적다보면 내 부고는 완성되어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너희는 한 사람으로서 내가 어떤 가치를 추구했는지 알지 못하지.

나를 그저 엄마나 할머니로만 알고 있지만 엄마이기 전에 나도 한 사람이었단다."

이 부분에서는 울컥했어요.

부모님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고 듣고 싶어하지도 않았던 거 같아요.

그저 내가 태어난 이후에 부모님의 삶이 어땠는지 자녀라는 필터를 쓰고 본 사실로만 알고 있죠.

하지만 엄마나 아빠도 한 사람으로서 가지고 있는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아요.

아마 내 자녀들도 그렇겠죠.

그래서 더더욱 아이들에게 엄마가 지나온 삶에 관해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나 스스로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하찮은 삶일 수도 있고 소중한 존재가 아닐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이를테면 내 부모님과 남편 그리고 내 아이들에게 나는 소중한 존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에요.

"만일 내 부고가 나의 삶을 어느 정도 솔직하게 표현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

혹시라도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내 인생 이야기를 고쳐 쓰면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그러므로 부고라는 단어가 죽음과 연관하여 주는 불편함이 있다면 이 문장을 떠올리면 됩니다.

내 인생 이야기를 고쳐 쓰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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