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책속에 책 > 시대를 바로 보는 눈, 그것이 바로 사회학적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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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적 상상력
C. 라이트 밀즈 지음, 강희경.이해찬 옮김 / 돌베개 / 2004년 2월
평점 :
일전에 신문사설에서 "때로는 시대에서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는 사람에게 그 시대가 더 정확히 보이는 법이다"라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한 때 일본은 경제호황이 대단하고 반대로 미국은 경제가 침체되었을 무렵, 일본이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며 일본에서 호들갑을 떨 때, 마침 일본에 방문한 한 사회학자에게 대부분의 일본 기자들은 미국의 위기설에 대해 그의 의견을 물었다. 그 사회학자는 자신이 경제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섣부른 대답을 할 수 없지만, 단 한가지, 미국의 교육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탄탄하기 때문에 미국 경제는 언젠가 부활할 것이라는 대답을 했고 실제로 미국 경제는 그 이후 화려하게 부활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일본은 그 이후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혹독한 경기침체를 겪어야 했다. 요지는 왜 그 한명의 미국인 학자에게 보였던 사실이 대부분의 일본인들에게는 보이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그 이유를 내가 읽었던 사설의 필자는 시대에 함몰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에서 찾았다. 대에 함몰되지 않고 시대를 바로 보는 눈, 그것이 바로 사회학적 상상력일 것이다.
이 책은 모두 11편의 독립된 글로 이루어져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개인과 역사,그리고 개인과 역사가 상호작용하는 사회에 대해 논하고 있다. 또한 그 세가지 기점들을 통해 파악되는 사적인 문제와 공적인 문제의 의미, 그리고 이성과 합리성의 상호 이율배반, 역사가 오늘날의 상황에서 지니는 의미 등을 분석 비판하면서 사회 과학자가 지녀야 할 태도와 사회과학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밝히고 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인간의 자신 내부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선명히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과 사고를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 이런 정신적 자질을 바로 사회학적 상상력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런 사회학적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는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과 관련이 있다. 즉,개인은 자기 자신의 위치를 그가 몸담고 있는 시대 속에서 찾음으로써 자신 개인의 경험을 이해할 수 있고 그 운명을 가늠할 수 있다. 또한 개인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함께 살고 있는 다른 모든 개인들의 생활기회를 살펴봄으로써 자기자신의 생활기회 또한 알아낼 수 있다. 다시 말해 사회학적 상상력이란 인간으로 하여금 큰 흐름으로서의 역사와 그 속에서의 개인의 일생, 그리고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 양자간의 관계를 파악하도록 도와주는 지도와 같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의 가장 큰 쟁점중의 하나인 교육문제를 사회학적 상상력을 통해 바라보자. 교육은 개인의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이며, 나아가 한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기반이다. 일반적으로 볼때 교육에 있어서 사적인 문제와 공적인 문제의 구분은 명확해 보인다. 개인의 자질과 노력, 그리고 교육에 대한 투자는 사적인 문제에 해당되며, 공교육의 질과 투자는 공적인 문제, 즉 공공의 문제이다. 그러나 좀더 주의깊게 생각해보면 사적인 문제와 공적인 문제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교육에 있어서 개인과 공공의 문제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다. '개인의 문제', 즉 사적인 문제는 한 개인의 성격 내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개인적인 관계 범위내에서 발생한다. 이 문제는 그의 자아와 그 자신이 직접적 혹은 개인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사회의 한정된 영역과 관련이 있다. 반면에, '공공의 문제', 즉 공적인 문제는 이러한 개인의 내적인 생활 범위나 국지적 환경을 초월하는 문제로, 수많은 개인 각각의 환경이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제도로 조직화되어 상호침투하여 전체의 합보다 더 큰 사회적,역사적 구조를 형성하는 방법과 관계가 있다. 간략히 말해서 사적인 문제는 그 개인이 존중하는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고 느낄 때 발생하며, 공적인 문제는 공공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위협받을 때 발생한다. 그러나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사안도 다수 혹은 전체의 문제가 되었을 때, 그것은 더 이상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공적인 문제이다. 예를 들면, 한 개인이 그의 교사와 갖는 마찰이나 갈등은 그만의 사적 문제이나, 그것이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으로 발전했다면 그것은 이미 사적인 문제의 범위를 넘어서 공적인 문제가 된 것이다.
사회학적 상상력은 이렇듯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ㅡ사적인 문제를 통해서 공공의 문제를 찾아내기도 하고 이에 비추어 그 시대상을 찾아내기도 하고, 거꾸로 시대를 통해 개인의 삶을 조망해보기도 하는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이는 사회과학의 한 특성을 잘 보여주는 설명이기도 하다. 사회과학이 개인과 역사 그리고 사회의 상호작용을 다룬다는 점에서,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커다란 망원경이 필요한 동시에, 그 거대한 역사와 사회를 움직이고 구성하는 개개인의 인간 본성에 대한 연구를 위해 세밀한 현미경이 필요하다는 사실. 사회학적 상상력이 보여주는 사회과학의 본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