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 겐고, 나의 모든 일
구마 겐고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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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풍경을 만드는 랜드마크에 관심이 많아요. 예전에 동대문 역사 박물관에 관해 한 건축가가 한 말이 인상적으로 남아있어요.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건물을 하나 세운다고 랜드마크가 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모이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발자취와 흔적이 쌓일 때 랜드마크가 된다"라는 말이었어요. 그 말이 인상적으로 남은 건 건축물이 아닌 사람에 무게를 줘서였어요. 아무리 멋진 건축이라도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좋은 건축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학창 시절부터 서울에 새로운 건물(주로 높은 건물들)이 세워지면 친구와 구경을 가곤 했어요. 그런데 대다수의 건물에서 따뜻함이나 인간적인 면보다는 차가운 인상을 많이 받았어요. 그러니까 보기에는 멋진 대 사용하기에는 편하지 않은 그런 느낌이요. 그래서 구마 겐고의 건축물에 관심이 생겼어요



책에는 멋진 건축물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고 보기에는 차가운 느낌을 주는 건축물도 많아요. 하지만 그의 건축철학은 주변과의 조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 있음을 볼 수 있어요. 한 번도 그의 건축물을 가까이서 보거나 이용해 보지 않았는데 책에 실린 건축물들을 보면서 직접 걸어보고 머물고 싶어졌어요.


구마 겐고는 건축을 신용의 산물이라고 말해요. 하나씩 정성스럽게 신용이라는 벽돌을 쌓아 올리지 않으면 일이 들어오지 않기에 갑자기 점프를 하기는 어렵다. 그러자면 지속적으로 벽돌을 쌓아 올릴 수 있는 장거리 주자 같은 체력과 주력(走力), 정신력이 필요하다. 이를 ‘삼륜차’라는 방법이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건축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다 적용되는 이야기 같아요. 서문에서 이런 성실성을 접하고 나니 어떤 건축을 만나도 신용 위에 세워진 건축이라 달리 보여요.



자신의 분야에서 이름을 남기는 전문가는 기본에 충실하다는 사실. 요행을 바라지 않았기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는 상식적이지만 어려운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건축에도 유행이 있고 화려함을 추구하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일 텐데 환경을 먼저 생각하고 그곳에 맞는 재료와 디자인으로 건축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껴졌고 다양한 형태의 목조건물들을 만날 수 있어 재미있었어요. 

건축가라는 직업과 건축물과 환경의 조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전문가의 평생의 족적을 만날 수 있어 의미있는 책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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