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전사 소은하 창비아동문고 312
전수경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은하는 '외계인'이라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으면서도 인기있는 친구 무리에 끼고 싶어서 기웃거리는 아이이다. 은하는 자기 스스로가 누구인지보다는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더 중요한 아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에 움츠러들기도 한다. 하지만 엄청난 일을 겪고 난 이후, 은하는 스스로를 '외계인'이라고 칭한다. 더 이상 타인의 시선 따위에, '외계인'이라는 단어 자체에 수그러들지 않는 아이가 된 것이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보던지 그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아직도 깨닫지 못한 어른이 참으로 많은데, 어린 은하는 벌써 그 중요한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쉽게 타깃이 되는지 잘 알고 있다. 어린이는 순수하고 어리기 때문에 조금만 꾀어내면 쉽게 조종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한다. 책 속에서도 유니콘 마스크는 어린이들을 자신의 어두운 욕망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 그러나 결국 그 악당은 결국 '어린이'들의 손에 의해 응징당한다. 어린이들은 순수하고 어리다. 어른들은 영리하고 똑똑하기 때문에 재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이 돌아온다면 그른 일이라도 눈 딱 감고 행할 용기가 있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계산기를 두드리지 못하고, 옳지 못한 일이라면 감히 행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들은 어리지만 강하다. 책 속 수많은 어른들은 어린이에게 빚을 진 셈이다. 



외계인이라는 게 놀림거리가 될 순 없어. 지구인도 다른 행성에 가면 외계인인걸 - P31

"정말이야. 지구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외계인을 놀리는 건 우스운 짓이야. 물론 헥시나가 지구를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말이야. 우주는 다양한 우주인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고 모든 우주인은 저마자 존재하는 이유가 있어." - P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마음이 아픈 의사입니다 - 견디는 힘에 관하여 정신과 의사가 깨달은 것들
조안나 캐넌 지음, 이은선 옮김 / 라이프앤페이지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는 늦은 나이에 의사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다. 남들보다 늦다는 이유로 '와일드카드' 신세가 되지만 작가는 항상 열정을 불태우며 자신에게 주어진 몫에 최선을 다한다. 작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핀잔을 들을 정도로 환자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인다. 어쩌면 제대로 자지도 씻지도 먹지도 못하는 과중한 업무를 버티게 해준 것은 환자에 대한 인정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인정 넘치는 의사이기에 작가는 환자들과의 헤어짐을 힘들어한다. 암에 걸려 더이상 손 쓸 방도가 없는 환자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 자신의 살을 갉아먹는 듯한 고통을 해결해주는 건 일시적인 해결책인 모르핀 뿐이다. 그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가 언제 어디서 죽을지 알 수 없다. 죽음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픔이 극에 달하는 순간에 다시 선택권을 쥐려고 한다. 치료를 거부하는 것. 치료를 거부하면 그들은 속절없이 죽음의 문 앞에 서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그들의 선택이다. 스스로의 미래를 죽음으로 결정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아직 알 수가 없다.


 '선택권'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작가는 후에 정신과로 길을 정한다. 그 곳에는 마음이 다치고 정신에 병이 생긴 많은 환자들이 있다. 한 환자는 자아 분열과 환청으로 인해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은 뒤 퇴원 후 자살을 한다. 그 때,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말한다. 정신병을 앓는 환자들은 암이나 기타 다른 병을 앓는 사람들처럼 자신의 죽음에 대해 선택권이 없다는 사실말이다. 나도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자살했다는 기사를 보면 어리석지만 그 사람이 자살이라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 생각이다. 그들은 병에 걸린 것이고, 병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사소하면서도 당연한 사실을 미처 몰랐다는 게 부끄러웠다. 나처럼 정신병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은 아직도 사회에 많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병에 걸린 환자들이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더 큰 상처를 받는게 아닐까 싶다. 그들은 단지 '선택권'이 없는 것 뿐인데.


어쩌면 수련의로서 가장 중요한 깨달음일 수 있었는데, 사람을 살리는 것은 메스나 심장 제세동기와 상관이 없을 때가 많다는 것이었다. -33p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알렉스는 심장마비나 대장암으로 죽은 사람처럼 선택권이 없었는데, 토요일 저녁에 집에 앉아서 살고 싶은지 죽고 싶은지 선택할 여지가 있었다고 착각하는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228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뇌를 들여다보니 마음이 보이네 - 가정의학과 의사가 전하는 뇌과학으로 마음 읽기
이상현 지음 / 미래의창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은 다 읽고 나면 책 제목에 들어가 있는 '뇌'라는 단어로 왜 지레 겁을 먹었을까 생각이 드는 따뜻하고 친절한 에세이이다. 작가는 뇌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한 지식인이지만, 절대로 독자는 의대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쉬운 단어들로 설명을 해준다. 그보다 사실, 이 책은 '마음'을 들여다보는데 치중된 위로의 성격이 강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며 '나'를 들여다보기 좋은 책이다.


 또한 책은 삶의 태도에 대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따뜻한 책이다. 나는 그 중 무기수와 유기수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하루하루 출소할 날짜만 세며 하루하루를 어서 빨리 지나가버려야 하는 날로만 여기는 유기수와 그저 하루를 살아갈 뿐인 무기수. 유기수는 '내일 어느 시점에 오늘을 저당 잡고 사는 것'일 뿐이다. 사실 대다수의 삶이 유기수와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수능만 바라보며, 제대만 바라보며, 자격증 취득만 바라보며. 하지만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이다. 오늘도 나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오늘은 미래를 위해 희생시켜도 되는 쓸모 없는 하루가 아니다. 순간순간에 집중하며 온전히 순간에 집중하는 삶을 살다보면 분명히 어느샌가 내가 기다리던 미래가 오지 않을까.





제대 날짜만을 기다리거나 학위 따는 날만 기다리며 오늘을 지워가는 삶은 출소 날짜만 기다리며 감옥 벽에 날짜를 지워가는 유기수의 삶과 마찬가지로 내일 어느 시점에 오늘을 저당 잡고 사는 것은 아닌지요. 


미래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현재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 희생시켜도 되는 여정이 되어버리지요.


인도의 고승 샨티데바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기쁨은 남의 행복을 바라는 데서 오고, 세상의 모든 고통은 나만의 행복을 바라는 데서 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는 사업을 모른다는 헛소리가 지겨워서
래건 모야-존스 지음, 허진 옮김 / 코쿤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남의 밑에서 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 권력을 갖고, 더 많은 돈을 얻고의 문제가 아니다. 왜 나는 나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라는 의문이 생겼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엉뚱한 상상을 많이 했었다. 특히 학교에서 과학의 날 행사로 발명품 공모전 같은 행사가 있으면 흔들면 샤프심이 나오는 샤프!(이미 있다.) 이어폰 줄감개!(있다.) 차로 우려먹을 수 있는 분말형 오뎅국물!(비슷한게 있다.) 과 같은 당시에는 다소 허무맹랑한 아이템들을 쏟아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들 하나하나가 다 꿀같은 사업 아이템이다. 하지만 그 때는 그런 원석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단 한번도 내 스스로 창업을 할 생각은 꿈도 꿔본 적이 없다. 그냥 그런 건 특출난 천재들이나 어마어마한 자본금을 가지고 있는 부자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고 느낀 것은 생각보다 일단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남자들이라는 것이다. 나는 한 때 책에서 비판하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남자들은 원래 대범하니까.','여자들은 다소 안전주의적이고 소심한 편이지.' 그래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 중 남자가 많은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 기저에 그런 생각이 깔려있어서 스스로 사업에 대한 꿈을 감히 꾸지 못했을 수도 있다. 책을 읽고 내가 얼마나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었는가를, 사실상 사업을 키워나가기 위해서 안전주의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그리고 '여자'라도 얼마든지 용감하고 저돌적이며 대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직장에 다니고 자녀가 4명이나 되지만 감히 사업을 키울 생각을 한 작가야 말로 가장 용감한 사업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언젠가 내 아이디어로 나 자신을 증명해보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책은 계속해서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그런 의지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라고 다독인다. 그녀의 조언은 현실적이고 솔직해서 더욱 신뢰가 간다. 첫 브랜드에서의 그녀의 마지막은 다소 비참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을 준비한다. 그녀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나도 이제 도전을 시작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안부'는 여자다 - 여성주의 관점으로 '위안부' 역사를 복원하다 열다 페미니즘 총서 6
캐롤라인 노마 지음, 유혜담 옮김 / 열다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어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그 언어의 강력한 힘을 인정하며 성착취 피해자 여성에게 주어지는 이름을 제대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흔히 '위안부' 피해자를 '성착취' 피해자라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성착취와 성매매를 구분짓는 시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럴 경우, 자칫 '성매매'는 마치 여성에게 자유로운 선택권이 부여되는 것과 같은 이미지를 씌울 수 있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성매매 산업의 여성이던지 전시 상황에서 성착취의 피해자 여성이던지 후에 말하는 폭력의 경험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성매매 산업을 동등한 판매자와 구매자가 존재하는 산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작가는 매키넌의 말을 빌려 '성매매 산업에서의 돈은 합의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성행위를 강요하는 역할을 한다'며 강조한다. 평등한 거래가 존재할 수 없는 성매매는 지칭하는 단어조차 잘못되었다. 우리는 잘못된 이름을 고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통용되던 '위안부' 연구 및 해석에 당당히 반기를 들며, 지극히 여성주의적으로 해석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우리의 기저에 얼마나 왜곡된 시선이 자리잡고 있었는지, 그 시선으로 얼마나 무고한 피해자를 희생양 삼았는지 느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