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된 가족 - 맞벌이 화이트칼라 여성들은 어떻게 중산층을 기획하는가?
조주은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남편과 둘이서 결혼할 때는 분명히 평등하다고 생각했다. 경제적으로 치우침 없이 결혼했고 둘 다 쭉 안정된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가사노동에 대한 갈등도 크지는 않았고 직장생활도 가정생활도 시간적으로 만족했다.

불평등을 감지한 것은 아이를 낳고 나서이다. 아이에 대한 돌봄 노동이 전부 내 책임이 된 이유였다. 내 책임이라고 문서나 법전에 나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에 대한 육체적 연결부터 감정적 연결이 모두 나를 통해서 가게 되어있었다. 남편보다 내가 더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먼저 아이에 관련된 일을 수행하게 되었던 것이다. 남편은 일에만 전념하고 또 자신의 친교와 취미에도 전념할 수 있었지만 나는 직장과 아이 이외의 모든 것을 간소하게 정리해야 만 했다. 물론 남편은 전업주부가 있는 다른 가정보다는 가사와 육아에 대한 선택적 노동을 시간날때 성실히 수행해 주었다. 하지만 일이나 취미가 나중으로 밀린다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 이 상대적인 비교에 의한 박탈감으로 많은 시간 힘들었다. 사랑하지만 반대로 또 미워졌다. 남편을 미워한다고 복수를 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은 시간이 오래 지나서였다. 둘째는 이 상대적인 비교가 없어지지 않는 한 낳지 않겠다고 계획했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둘째를 터울 많게 늦은 나이에 낳고 나서는 이제 이 계급 차는 완전 확실해 졌다. 아무리 이 늪을 빠져나가려고 헤엄쳐도 나가지 못한다는 절망감이 아직도 나를 지배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나의 바쁨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이 바쁨이 아이를 키우는 직장여성이 갖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 아이에 대한 돌봄 노동이 사회적으로 모두 여성에게 책임 지워져 있어서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자들은 이 책임에서 벗어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많은 노동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더 많은 노동시간으로 자본주의에서는 일반(?남자) 노동자들을 부릴 수 있다. 그리고 남성은 더 많은 집중 노동시간을 기대 받는 대신 여성보다 많은 임금을 보장 받는다.

직장 여성은 남성과 비슷한 집중 노동시간을 기대 받게 되지만 그렇게 수행하지는 못한다. 가정의 돌봄 노동과의 시간들이 충돌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도우미와 다른 가족들을 통해서 해결하게 되지만 그 해결 과정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 모두 여성이 전담한다.

바쁨에 대한 원인은 알게 되었는데 해결은 가능할까? 당장 내가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에 대한 답을 확실히 찾지는 못했다. 사회적으로 전체 일반(?남자)에 대한 노동시간이 줄어야 하는데 이건 너무 먼 나라 이야기 같아서 오히려 좌절이 되었다.

사회 제도 적으로 아이 돌봄 노동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이것도 꾸준히 시도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여성의 삶에는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었던 거였다. 남성보다 육체적으로 사회적으로 힘이 약한것 뿐만이 아니라 어떤 특수한 형태의 책임이 이미 태어날 때부터 지워져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는 않았다.

일에만 전념하고 자신의 스케쥴 에만 전념할 수 있는 남편이 진심으로 부럽다. 내가 남편처럼 살려면 나를 도와주는 사람을 한 명 더 고용하거나 아이들을 24시간 위탁 양육해야 한다. 그건 또 엄마로서 죄책감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 딜레마 속에서 나는 계속 시간을 압축적으로 사용하며 사는 형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아이들이 커서 더 이상 나의 돌봄 노동이 필요 없을 때 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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