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 / 사계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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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변호사이고 제목도 어려운 듯 했지만 근래 읽은 책 중에 최고였다. 읽은 구절을 또 읽고 또 읽고 후기 조차도 감동 받아서 울었다. 저자는 이 책을 쓴 것만으로도 이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 은혜를 준거라 생각한다.

내가 생각한 정상인들의 범주가 얼마나 부질없던지. 늘 나는 정상인이 아니라 뭔가 별난 존재로 생각하고 살았던 날들에 대해서 자신에게 얼마나 미안하던지.

 

커버링이란 언어에 눈이 번쩍 뜨였다. 내가 하고 있는 게 바로 커버링인가? 나보다 잘나고 별나지 않고 모나지 않고 외모와 성격도 훌륭한 그런 우월한 존재를 정상으로 규정하고 나 자신을 그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다. 커버링은 나를 위한 언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정상인처럼 보이기 위해 노련함을 연기하며 살았었다. 내가 도달 못하는 그곳에 대한 동경과 비교로 나를 많이 괴롭혔다. 남보다 우월해야 가치가 있는 거라고, 속물적인 생각이지만 그 생각이 나에게 습관처럼 자리 잡은 것 같다. 좀 더 잘나고 싶고 잘살고 싶은 욕망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나는 계속 커버링 하며 노련함을 연기하며 사는 것이었다. 행복하지 않았다. 점점 지치기도 했다. 지금 현재 상태 이기도 하다.

 

 

도움 받는 개인의 서사와 개별성을 인정하는 것에 대하여, 자신이 도움을 주는 시혜를 주는 상대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개별성을 인정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내 돈을 주고 무언가를 사주거나 혜택을 줄 때 그들의 취향을 존중해 줬었나? 생각이 안 났다. 그런데 내가 도움을 받으면서 내 취향이 무시되었던 경우는 확연히 기억이 났다. 결정할 때 제발 내 취향을 물어 봐주기를. 내 취향을 반영해 주기를 간절히 바랬었다.

 

 

시간이 걸리는 매력 발견에 대하여, 아름다움이 쉽게 느껴지는 신체를 늘 갖고 싶었던 것 같다. 스스로 균형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동에 더 집중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내 개별성을 들여다 봐주기를, 나의 단점도 개성으로 인정해주기를 간절히 바랬었다. 나는? 나는 내 자신의 개별성을 살펴보고 인정해주고 알아주었는지. 남들에게 이 감정들을 바라고 바라는 대로 되지 않으면 상대방을 미워하지 않았는지. 돌아보았다. 내 자신을 천천히 돌아봐주는 누군가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살만하다. 그게 내 자신이라도. 꼭 필요하다.

 

 

나는 신체적 장애를 가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말에 지극히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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