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니스프리의 호수섬 - 혜원세계시인선 2
예이츠 지음 / 혜원출판사 / 1987년 12월
평점 :
품절
예이츠의 대표작 '이니스프리의 호수' 는 우리 정서와 가장 잘 맞는 시일 것이다. 순수하고 깨끗한 시인의 마음은 이니스프리를 아름답고 친근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콩밭이 사랑스럽기에 거기 기어 다니는 벌레까지 좋아 보이는 것이 시인의 마음이 아닐까? 그곳의 꿀벌 소리를 다른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눈을 감아야만 들리는 소리. 이니스프리의 물결을 타고 흘러온 소리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살며시 떨어진다.
거기 깊은 곳에서부터 다시 스며나와 온 마음에 연주될 때까지 눈을 뜰 수 없다. 감았던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젖하다던 그 정서가 이니스프리를 감싸안을 때 거기에는 평화가 있다.
아름다운 풍경은 시인에게 평화를 주었다. 그러나 이제 시인의 마음속에서 솟아난 참된 평화는 평화의 땅에 다시 주어진다. 사라져가는 새벽별에서도, 산들거리는 풀잎에도 눈앞 가리는 아침 안개에도 고요하게 깃드는 평화. 시인의 마음에서 피어나는 평화이다. 그 평화는 방울새에게도, 부끄러운 귀뚜라미에게도 전해지며 잿빛 포도위에, 호숫가 모래 위에도 살며시 내려 앉는다. 아침 이슬이 한 방울씩 떨어지듯이. 그렇게 천천히.
천천히 와야 한다. 하늘로부터 내려온 평화이기에 그렇다. 땅에서는 그것을 반대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그 맑은 숨결은 이니스프리가 줄 수 있는 선물이다. 슬픔없는 곳, 침범할 수 없는 그 곳에서 진정한 사랑과 평화를 맛 보았을 때 오히려 그 사랑의 물결, 평화의 숨결을 흘려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