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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쉬낀
알렉산드르 푸시킨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의 문학에 심취하던 중 그들로부터 푸쉬킨의 이름을 들었다. 러시아 문학의 시작인 푸쉬킨! 학창 시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의 시인으로 머리 속에 저장되었던 그 이름을 현실속으로 끄집어 내었다. 그 기념으로 구입한 것이 1800페이지의 이 책이다. 내가 가진 책 중, 한 권짜리로는 가장 두껍고, 비싸지만 '대위의 딸' 한 작품만 읽고도, 그 비용은 아깝지 않았다.
<대위의 딸>은 구성력에서 거의 완벽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역사와 인간과 사랑을 다루는 주제도 좋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옷은 젊어서부터 곱게 입어야 하고 명예는 젊어서부터 지켜야 한다.' 곳곳에 나오는 금언,'나는 가슴속에 원한을 품고 있기에는 너무도 행복했다.' 감정 이입되는 전율, 사벨리치의 해학적인 대사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전쟁을 서술하는 간결한 필치와, 복선의 적절한 배치, 수기 형식의 담담한 진행 속에서도 숨어있는 낭만적인 정서는 최고의 소설중의 하나로 꼽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푸쉬킨은 인물들의 대사를 가장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보는 해피엔딩인데, 작품을 읽으면서 내내 그렇게 되기를 바랬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의 개인의 올곧은 삶, 그 신의와 무엇보다 승한 사랑의 감정, 그리고 그것을 지켜 나갈 수 있는 신실함,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해주는 신앙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 주는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