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럭 클럽 문학사상 세계문학 3
에이미 탄 지음, 박봉희 옮김 / 문학사상사 / 199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서는 서로 다른 모녀들을 중심으로 각각의 단편들이 모여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여성의 섬세한 감성이 잘 드러나 있다. 이루지 못한 삶에 대한 소망, 그 가운데 묻혀버린 자신의 존재를 찾고자 하는 힘은 더 이상 어머니에게 남아 있지 않았다. 그것은 딸에게로 이어지며, 그 기대 역시 같은 과정을 통해 - 그러나 이제는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더 큰 슬픔을 안긴 채 사라져 버린다.

딸이 삼킨 슬픔까지도 같이 마셔야 했던 어머니는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받았던 ' 강한 기운 '을 다시 딸에게 주고 싶었을 것이다.어쩌면 이미 상실해 버렸을지 모르지만, 소리지르는 법조차 잊어버렸을지 모르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 찾아온 이국의 땅, 거기서 자란 딸에게 남겨줄 무엇인가가 어머니의 마음속에 잉태되었을 것이다. 언젠가는 탈출하게 될 연못, 그 날개를 꿈꾸며...

안메이는 팔에서 살점을 도려내시던 그의 어머니로부터 훗날 자신의 딸에게 물려줄 유산을 받았을 것이다. 지울 수 없는 그 상처 속에서. ' 살점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지. 그 고통은 잊어버려야만 하는 것이지. 뼈 속에 스며있는 것을 기억해 내기 위해서는 살점의 고통을 잊는 수 밖에 없으니까 말이야 '

뼈 속에 스며있는 것이 어머니와 딸에게 있어서 그렇게 소중하다. 값비싼 대가를 지불할 정도로. 그것은 중국에서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천리길을 건너와도 변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코카콜라를 잘 마시는 딸이라도 피부를 벗기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상처도 없고, 피부도 없고, 살도 없어질 때까지. 그러한 과정을 미국인이 된 딸은 겪지 못했다. 어머니도 그것을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픔 없이도 어머니를 존경하는 것을 찾고 싶었을 것이다. 고통없는 새 땅에서. 그러나 원치는 않았지만 딸은 뒤늦게 배워가고 있다.

아픔속에서 어머니를 이해하는 것을, 그토록 갈망했던 어머니의 꿈을, 그것을 결국은 상처를 통해서 배운다. 육신의 상처가 아닌 정신적인 상처로. ' 이렇게 해서 딸은 어머니를 존경하게 되는 거야 '

안메이는 ' 아무것도 원하지 말고 자신의 고통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배워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에게는 반대로 가르쳤지만 결국 똑같이 되어버렸다. 계단 같은 존재. 결국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그런 존재이다. 뼈 속에 있는 것을 기억해 내기 위해서 한 길을 걸어야 하는...

그 길을 걷는 모녀는 연못 주의를 맴돌아야 했다. 그리고 연못 밖으로 나온 거북이에게 그들의 눈물을 주어야 했다. 눈물의 알은 까치가 되어 버렸지. 그들을 조롱하듯 날아 다니는. 알면서도 또다시 눈물을 흘린다. 그것은 다시 어머니의 까치가 되고, 딸의 까치가 된다.

어머니와 딸의 운명이 그런 것인가 ? 벗어날 수 없는 연못에서 눈물 삼키는 것을 배워야 하는 그런 운명. 안메이의 어머니는 눈물 삼키는 것을 잘 배웠다. 그러기에 마침내 그 딸에게 자신의 약한 기운을 죽여서 강한 기운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상처도 없고, 피부도 없고, 살도 없고, 마침내 목숨까지 없어지는 희생을 통해서 얻은 기운.

그러나 안메이는 그의 딸에게 악한 기운도 아닌, 강한 기운도 아닌 그러나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을 잊지 않게 해 줄 그 어떤 '씨앗'을 심고 싶었던 것이다. 중국인의 뼈 속에 스며있었던, 그리고 이제는 미국인이 된 딸의 가슴에 잘 자라날 수 있는 그런 씨앗을.. 농부들의 고함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에서. JOY LUCK CLUB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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