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 에드거 앨런 포 단편전집 4 공포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 하늘연못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에서는 검은 고양이, 어셔가의 몰락 등 포우 특유의 공포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작품을 자세히 감상해보면 공포소설 이라기 보다는 고도의 심리소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간의 내면 세계가 잘 드러나 있다. 여러 단편 중에서 가장 감동적으로 읽은, 개인적으로 영문학 최고의 단편소설로 꼽고 싶은 <라이지아>에 대해서 몇 가지 감상을 적어보고 싶다.

라이지아는 포우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른 여주인공들처럼 외모와 지성을 겸비한 이상적인 미의 소유자로 묘사되고 있다. 이것을 위해 동원되는 어휘와 곳곳에 나타나는 참신한 표현이 주는 이미지에 완전히 매료되어서 포우의 천재성에 경탄함을 갖게 되었다.
완전한 미를 느낄 수 있는 라이지아의 얼굴 모습 가운데서도 특히 두 눈은 미의 극치를 나타내며, 그녀의 지성도 탁월하여 넓은 분야에 걸쳐 뛰어난 학식을 지니고 있다.

포우는 현실 속에서 이루지 못한 자신의 사랑을 라이지아에 투영하여 그녀에게 모든 아름다움을 부여하고 있지만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라이지아는 일찍 죽는다. 그러나 포우는 그녀를 다시 환생시켜야 했다. 그것이 포우의 궁극적인 목적인 것이다.

라이지아가 환생하는 것은 비극적 사랑을 경험한 포우의 염원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작가의 불행한 삶을 생각하고 났을 때 애처롭게 느껴지는 감동이 있었다. 문학속의 이상적인 세계에서는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했던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에, 훌륭한 지성에, 영원까지 소유한 여성이 그의 위로자가 되어야 했다.

포우의 불행했던 삶은 그의 정신 세계를 고양시켜 위대한 문학을 탄생시켰다. 단순히 공포감으로만 보이던 그의 소설들은 인간 심리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며 인간 본성으로 잘 접근해 가는 위대한 시도였다.

아몬틸라도의 술통, 어셔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를 쓰던 그로테스크의 펜으로 ' For the moon never beams without bringing me dreams Of the beautiful Annabel Lee ; And the stars never rise but I feel the bright eyes Of the beautiful Annabel Lee '를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이 포우의 천재성을 증명해 준다.

그의 비극적인 생애와 사랑의 아픔이 현실을 외면해 버린 꿈과 같은 문학세계의 낭만으로 표출되어 우리에게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겨 주었으니 오히려 서글픈 느낌마저 든다.
진정한 미를 추구하며 예술을 위한 예술을 창조한 그의 업적은 영원한 라이지아처럼, 천상의 애너벨리처럼 잊혀지지 않고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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