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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ㅣ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규환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2월
평점 :
‘죄와 벌’ 어느 추천도서목록에나 빠짐없이 들어있는 세계적 대문호의 작품이지만 이 무거운 제목앞에 손쉽게 들지 못하는 책이기도 했다. 얼마전 읽은 신문기사에서 대학생 150명중 2명만이 ‘죄와 벌’을 읽었다고 하니 그만큼 가깝고도 먼 작품이 아닐까 싶다. 나의 첫 ‘죄와 벌’은 푸른숲의 징검다리 클래식이 되었다. 일단 <죄와 벌, 제대로 읽기>를 통해서 워밍업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당시 사회적 배경과 작가의 의도, 소소한 뒷이야기들을 통해 부담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많이 알려져 있다. 지독한 가난 때문에 대학을 자퇴한 라스콜리니코프는 비범한 인물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사회악이 되는 존재쯤은 죽인다해도 죄가 되지않는다고 생각한다. 결국 악랄한 전당포 노파를 살해하지만 얼떨결에 노파의 여동생도 죽이게 되고 뜻하지 않던 죄의식에 시달리다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는 창녀 소냐의 사랑으로 구원받는다는 내용이다.
무겁고 진지한 주제의식과는 다르게 이야기는 의외로 술술 읽힌다. 마치 범죄스릴러를 보는 듯 긴장감이 넘치고 전개도 빠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소위 지식인이라 생각하는 라스콜리니코프의 모순에서 발견한 내 자신의 모습들은 여러 구절들을 되새기고 곱씹어보게 했다.
계급의식과 엘리트의식이 당연시됐던 당시 라스콜리니코프를 비롯한 지식인, 귀족계층의 사고가 지금은 폐기됐다고 할 수 있는지, 마지막 몇 줄에서 갑자기 찾은 소냐의 사랑을 통한 구원은 가능한 것인지 100년도 더 된 작품이지만 지금에도 같은 물음을 던질 수 있다.
푸른숲의 징검다리 클래식은 청소년들이 읽기 좋은 분량과 내용으로 편집해 첫 고전읽기로 알맞게 보인다. 첫 번째 ‘죄와 벌’의 문턱을 넘은 나는 완역본을 읽을 용기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