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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 제발 ㅣ 주니어김영사 청소년문학 1
엘리자베트 죌러 지음, 임정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쉽게 후루룩 넘길 수 없는 책이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고 다음 장을 넘기지 못하겠어서 잠시 쉬어가기를 여러번 하며 읽어갔다.
소설속의 인물들이 큰아이와 비슷한 또래인 14살이라는 것도 더더욱 감정을 이입하게 만들며 두려움을 일게했다.
니코..누군간의 도움을 간절히 바랐지만 결국 자기 홀로 커다란 두려움 앞에 서야했던 아이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같은 반 아이들에게 폭력을 당하게 되는 니코는 폭력의 문제가 신체적 외상이 아닌 정신적 폐해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비참하고 처참한 폭력에 시달리며 두려움과 수치심에 점점 자존감을 잃고 판단, 의지, 인내 자신의 고유한 본성마저 잃어가는 니코...학교폭력의 피해자였던 니코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너무나 가슴아프게도 학교폭력의 가해자도 돌변하고 만다.
그것도 끔찍한 총기사건의..
뉴스를 통해 심심치않게 들려오는 총기난사사건들을 보며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아이들도 도구가 다를뿐이지 비슷한 동기와 결과에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만한 동기가 있었으니 이해할 수 있다고 절대 말할 수 없는 범죄지만 그 지경에 이르기까지 홀로 내몰리는 니코의 상황은 부모로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했다. 아이가 부모를 온전히 의지하고 믿기 어려운 건 독일이나 우리나 매한가지구나 싶기도 하고 청소년기 아이들의 방황과 자존감 실종으로 인한 잔인함은 어디나 마찬가지구나 싶게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한 소설 속 현실이 사실감을 높여준다.
작가인 엘리자베스 죌러는 교사 출신으로 폭력에 저항하는 글들을 주로 써왔다. <폭력은 싫어> <괜찮아 겁내지 마> 등 제목만 봐도 그녀가 교사로서 어떤 고민들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읽기 두려웠던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낸 건 결국 폭력을(학교폭력이든 어떠한 폭력이든) 이겨낼 수 있는 건 우리 모두의 관심뿐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관심이 당장의 어떤 실천과 행동으로 바뀔지 알 수는 없지만 두려워서 무서워서 외면하고 고개를 돌리는 어른들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렇게 끔찍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이에게도 권하고 함께 얘기해보려 한다.
엄마에게 털어놓기를 포기했던 니코와는 달리 아이에게 어려움이 닥치면 가장 가까이에서 부모가 아이의 손을 잡아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