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장난

못된 장난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22
브리기테 블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1월

독일 청소년 문학의 1인자라는 브리기테 블로벨의 못된 장난을 읽었다. 얼마전에도 학교폭력을 소재로한 책을 힘겹게 읽었는데 이 책 역시 쉽게 맘편히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독일로 이민온 스베트라나가 실업학교에서 누구나 동경하는 에를렌호프 김나지움으로 전학한 후 겪는 따돌림과 좌절을 통해 학교폭력의 잔인함과 그로 인해 무너지는 한 인간의 자존감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부유층 아이들이 다니는 에를렌호프 김나지움에 어느날 나타난 우크라이나 이민자 스베트라나는 가난해서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김나지움 아이들의 공격대상이 된다. 아울렛에서 산 명품이 아닌 옷과 좋은 성적, 부모의 직업..모든 것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눈총을 받는 상황에서 스베트라나는 서서히 자존감을 잃고 열정도 희망도 놓아버리게 된다.

이 상황을 학교만의 폭력이라 할 수 있을까? 누가 아이들에게 명품에 열광하고 가난한 아이를 무시하도록 가르쳤을까? 대박이 소망이고 넓은 집, 좋은 차가 꿈인 세상에선 어느 아이나 에를렌호프 김나지움의 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이 배경이지만 더하다면 더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언제부턴가 경제, 돈이 1순위인 세상이다. 언젠가 홍세화씨 책에서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라는 광고카피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내용을 읽고 광고라는 이유로 무심히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이런 물신풍조의 세상에서 스베트라나를 괴롭혔던 에를렌호프 김나지움의 아이들이라고 또 행복했을까? 그렇지 않음을 아이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기숙사를 고아원으로 부르며 부모들의 사랑을 갈망했던 아이들이지만 자신들의 상처를 더 약한 존재에게 투영하며 공격하는 것으로 감추려했던 것은 아닌지... 그런 아이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물건을 훔치는 스베트라나의 모습은 상처받은 한 인간의 자기학대를 보는 듯해 마음이 무거웠다.

문득 얼마전 읽은 임혜지씨의 ‘고등어를 금하노라’가 생각났다. 세상의 방식에 자신을 맞추지않고 자신들의 기준과 삶의 방식을 고민하고 그것을 지키기위해 불편을 고수하던 임혜지씨 가족의 당당했던 태도가 에를렌호프 김나지움과 오버랩된다.

짧지않은 인생을 꾸려가는데 자신만의 올바른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아이들에게 그러한 가치관과 철학을 담아줄 수 있는 것은 부모, 어른들, 사회 모두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비록 지금 정신병원으로 간 것은 스베트라나지만 다음 환자는 에를렌호프 김나지움의 못된 장난을 즐겼던 그들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