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 끝까지 마시기 어려울 만큼 시시때때로 조각난 니콜의 하루가 보여 눈물이 나던 마음(54~61p 단단)'이 내게도 생생하고, 결혼과 출산 뒤 확연히 달라진 삶의 변화가 씁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와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기에, '출산 후 재채기도 편히 못하게 된 몸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말자(80~87p 성소영)'고 같이 더 외치고 싶고, '내게는 펭귄처럼 새롭게 변형될 날개가 있다는 사실은 잊지 않으려는 마음(이민영 112~119p)'으로, '오늘도 책상 앞에 앉아 나 자신의 안부를 물을 것(178~185p 유보라)'이다. '엄마라서 할 수 있는 실천들이 나를 넘어 주변으로 퍼져나가도록 시도(62-69p 살구)'하면서도 '나를 채우는 사치(154~161p 이성경)'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혼자 떠나는 여행(170~177p 구성은)'도 해보고 싶다.
가족의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했다. 부부는 '피터지게 싸우다가도 맞장구를 치는 셀린과 제시처럼 일종의 대화(?)'를 거듭하는 관계다(194~201p 인성). 그러므로, 나비님처럼 '배우자를 팀원으로 바라보는 마음'을 견고히 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설령 그 마음이 바닥나는 순간이 오더라도 김은희님처럼 '각자 행복을 찾으며 살아온 시간의 소중함'도 인정할 것이다. 또 집 밖에서 만난 이들과도 '같이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14~21p 정현주)'과 '친부모, 계부모, 친자식 같은 단어에 속박되지 않고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환대하는 따뜻하고 안전한 느낌(38~45p 김은희)'의 풍경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나와 내 주변, 그리고 시대를 둘러싼 이해가 깊어질 때 비로소 해묵은 감정하고 화해할 수 있게 된다.(126p 민보영)"는 문장은 이미 볼드체로 보였다. ''외'라는 글자로 떨어져 나온 엄마의 삶을 생각해보는 마음(104~111p 하지현)', '바쁜 어머니가 나를 사랑하지 않은 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간이나 에너지를 내어줄 만한 여유가 없을 뿐이었다는 걸 이제는 이해할 수 있는 마음(120~127p 민보영)'에 고개를 끄덕였고, '애들이 오면 기쁘지만, 애들이 가도 기쁘다'는 시어머니(70~77p 블랑)의 고백에 풉 웃음도 났다. '세상 속 아줌마 요원들의 세계(202~209p 김수현)' 편은 통째로 코믹영화를 보는 것처럼 재미나게 읽었다.
<기생충>을 '거리의 필요성'으로 해석(23~29p 홍애리)한 감상은 새로웠고, '여성이 결혼 뒤 친정에 의지하는 '신모계사회' 현실은 권력과 위계가 여성 중심으로 넘어간 게 아니라 여성이 양육의 주 책임자라는 전제에서 비롯된 현상일 뿐(136~143p 유유)' 이라는 지적은 짜릿했다. '미소가 오늘도 무사히 담배를 피우고 위스키를 마실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 (128~135p 홍하언니)'을 읽으며 내가 탄 욕망의 기차는 어디쯤 와 있나 돌아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