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내 기록을 잡문집으로 엮어야겠다 생각했었다

소설가란 늘 시간을 상대로 싸우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일해왔습니다. 좀더 젊은 시절 그것은 ‘시간의 세례에도 가능한 한 풍화하지 않는 작품을 쓰는 것’이라는 정도의, 비교적 단순한 의미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거기에는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작품을 얼마나 더 쓸 수 있을까’라는 카운트다운 같은 요소가 더해지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몇 작품이나—특히 장편소설을— 더 쓸 수 있을지, 나 스스로도 잘 모릅니다. 한 권의 장편소설을 쓰는 데는 몇 년의 준비 기간과 몇 년의 집필 기간이 필요하며, 대량의 에너지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그렇게 완성한 하나의 장편소설이 많은 독자의 손에 들리고, 나름대로 평가받는다는 것은 나에게 무엇보다 큰 격려이며 새로운 의욕의 원천입니다.

요즘 소설이 힘든 시기를 맞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 특히 소설을 읽지 않는다는 것이 세간의 통설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계의 모든 장소에서 이야기라는 불꽃을 꺼뜨리지 않고 줄곧 지켜왔습니다. 그 빛은 어느 시대 어떤 상황에서든 그 빛으로만 밝힐 수 있는 고유한 장소를 가지고 있을 게 틀림없습니다. 우리 소설가들이 해야 할 일은 각자의 시점으로 그 고유한 장소를 하나라도 더 많이 찾아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주위많이 있을 터입니다. 나는 그렇게 믿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중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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