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이 떨어지기 전에 - 삶, 사랑, 죽음, 그 물음 앞에 서다
경요 지음, 문희정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경요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였다. 그 분의 책과 드라마는 정말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우리나라 드라마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고... 관심이 없어지던 중국 드라마에 열망을 다시 키워준 것은 경요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접한 경요의 글이었기에 그 작가의 작품은 알아도 작가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적은 없었다. 그녀의 글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지 그녀의 삶을 궁금하다고 해서 검색해 본적도 없었는데 이렇게 지식의 숲 [눈꽃이 떨어지기 전에]로 만나게 될 줄이야....


중국드라마box에서 진행한 서평단에 손을 들었던 이유는 경요라서 그녀의 삶이 담긴 에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서전처럼 씌여진 소설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렇게 그녀의 삶이 그녀가 써내려 간 그 어떤 캐릭터보다 더 극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일 줄이야.


그녀가 자신의 자식에게 남긴 유언....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아프신 우리 엄마를 생각하게 했다.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는 것은 부모님이 그 만큼 늙어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파하시는 것도 이제 참지 못하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내내  두렵고 아팠다.


그녀가 적어 내려간 이야기는  경요와 그의 남편 사랑이야기가 참으로 멋지고 부러웠다. 그렇게 도망치고 쫒아가는 삶의 사랑이라는 것은 정말 캐릭터로서의 모습이 아닌 현실의 사랑이라는 것도 멋졌다. 그런데 나이 들어감에 있어  그 사랑이 변하지는 않아도... 모습은 변해간다는 것은 깨달았다.


나는 내 뺨이라도 후려치고 싶었다! 나는 왜 '의식불명'을 '위중'으로 바꾸었을까? 하지만 내가 그렇게 바꾸지 않았다 한들 '의식불명' 에도 논쟁은 뒤따랐을 것이다. 어떤 상황까지 가야 의식불명하다고 할 수 있을까?

신타오가 생의 마지막 계단에서 남긴 당부의 말이 여전히 귓가를 맴돌았다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당신이야. 그 아이들이 아니라고! 그러니 글로 남겨서 그대로 따르게 할 수밖에! 당신과 나 사이에 이런 일까지 설명이 필요해? 당신은 나를 '죽은 것도 아니고 산것도 아닌' 꼴로 둘 리 없잖아! 당신이 배워야 할 것은 내가 죽은 뒤에도 혼자 꿋꿋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그녀의 아픔이 통곡이 절절하게....  유언장 아닌 유언... 그 부분에서 따르지도 못하고 따를 수도 없고... 경요의 남편과 재혼이었기에 남편의 자식들이 원하는 바대로 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더 아픈.... 


다만 죽음으로 벗에게 보답하고, 현세에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값을 치릅니다!


연극이 끝나면 생명도 자연스럽게 막을 내린다. 인간이 무슨 권리로 자연의 섧리를 거스르며 시간이 임박한 사람을 의료기기에 의존하여 아무런 존엄도 삶의 질도 없이 누워 있게 만드는가? 이것은 '또 다른 모살' 아니겠는가? 인류가 가진 아름다운 작별을 나누고 표연히 막을 내릴 권리를 모살하는 것이다! 인류가 가진 '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를 모살하는 것이다!


강하게 다가오는 그녀의 어조가 모든 것을 제대로  남편 신타오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 같이 다가왔다. 그래서 읽으면서 자꾸 대조를 해보게 된다. 나라면 글 안에서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합작으로 편지를 써서 보내 준 청년의 이야기 그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걸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나의 금전관이다. 아무리 많은 돈을 주어도 진정한 사랑을 살 수는 없다. 


집으로 돌아 온 뒤에는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영광을 남자에게 돌리면 당신은 무한한 사랑을 누릴 수 있다. 만약 남자의 보살핌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고 스스로 벌어서 쓸 수 있다면, 더 나아가 자신의 돈을 보태줄 수 있다면... 당신은 상대의 마음속에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을 것이다. 물론 사기꾼에게 현혹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누구는 그렇게 말 할 것이다 여자가 밖에서 위풍당당한데 집에와서 위풍당당하지 못하냐고 그러나 남자에 대해 잘 알고 그들의 특성을 잘 살려 줄려면 그런 것을 감추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경요의 말에 동감한다. 


그래서 그녀의 사랑이 멋있었다.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그와 그녀의 사진이 그리고 그들의 집과 이야기 속에 나온 것들이 사진으로 나와 있어 그들의 삶을 더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



소설화 된 자서전이 아닌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는 일기를 쓰듯이 올린 페이스북의 글들 모음집에서 더 발전된 이야기들은 읽을 수록 가슴이 아려온다. 누군가에게는 절절한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글로 끝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읽는자의 개인 취향에 따라 모든 글은 편갈라질 수 밖에 없기에~


그러나 나는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존엄사.... 한동안 우리나라에도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그리고 그건 하나의 흐름처럼 지나가는 것으로 보였지만 흐름 안에서도 투쟁이 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시대로 자신의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해야한다. 


그 죽음의 대한 준비 한 걸음도 못하겠다면 [눈꽃이 떨어지기 전에] 이 글로 시작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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