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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을 그리는 아이 - 2024년 하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ㅣ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85
한현정 지음, 이로우 그림 / 시공주니어 / 2024년 4월
평점 :
시대 배경은 조선 후기 1894년경쯤으로 보인다.
노비인 복동이는 어린 시절부터 당대 최고의 도화서 화원이었던 주인댁 어른의 수발을 들며 자연스럽게 그림을 보고 자라면서 꿈을 키워 나간다.
하지만 천민 신분인 복동이는 종이에 그림조차 그려볼 수 없었다. 종이값이 비싸서 흙바닥에 그려보는 것이 전부이지만
주인어른의 하나뿐인 자식 원이는 그런 복동이를 못마땅해하고, 시기한다.
복동이는 장터 구경을 갔다가 세화꾼 송노인의 나비 그림을 보게 된 후, 복동이는 송노인에게 그림을 배우고 싶다며 찾아간다. 송노인은 거절했지만 매번 찾아오는 복동이를 받아들이고, 차근차근 기초부터 가르친다..
이를 알게된 주인댁 자식 원이는 복동이가 그림을 배우러 가는 걸 못 가게 막는데,
막아서면 막아설수록 복동이는 더 피가 끓어오르고, 꼭 신분을 뛰어넘어 최고의 화원이 되리라 다짐한다.
다행히 복동이는 주인어른의 도움으로 송노인에게 팔려가지만 그것은 주인어른이 복동이의 재능을 알아보고 남의 집 종으로만 살기에는 복동이의 재주가 아까워 송노인에게 부탁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복동이는 주인어른과 송노인 덕분에 노비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양인이 되었다.
비록 복동이는 양인의 신분이었지만 과거 노비였다는 이유로 어렵게 어렵게 조선의 화원이 된다.
하지만 복동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염원을 담은 자유로운 그림을 그릴 때가 더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고 화원을 그만두게 된다.
몇 년이 더 흘러 신분제가 폐지되었고, 신문물인 사진기가 들어오면서 도화서의 문도 닫게 된다. 그렇게 새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글 중에 '세화꾼'이라고 나오는데 세화는 조선의 민화로 이해하고 읽으면 이해하기 쉽다.
민화를 그린 화가들은 대부분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라 양반이 그린 그림보다는 엉성해 보이고 소박하기도 하지만 자유분방하고 개성이 넘치는 그림이라 설명되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호작도>의 까치처럼 신분의 굴레에 순응하지 않고 호랑이 같은 지배 세력에게 맞서 싸웠던 조선의 후기 백성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신분 제도를 붕괴시켰는지 보여 주고 싶었다고도 한다.
책을 읽고 난 후에 아이와 이야기 나눠 볼 것들이 너무 많아 아이에게도 권했다.
5학년인 딸아이는 맨 첫장을 읽어가며 무슨 시를 읽는 거 같아..하면서 조금 따분한 듯한 표정으로 시작을 하더니,
점점 이야기에 빠져들어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조선 후기 마지막 왕이 고종이었고, 이때 신분제 폐지 및 개혁 운동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복동이라는 아이를 통해 자신의 한계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우며 어떤 시련에도 꺾이지 않는 용기도 배워보자며 책을 덮었다.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 자연스럽게 시대배경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 아이와 민주주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 이야기까지 나누게 되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를 계속 나눌 수 있게 해준 하현정 작가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