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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김유철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독서 기간 : 2014.01.18.
스포일러 유무 : 레드 이외에 다수의 책과 드라마, 만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들어가며
이 리뷰는 네이버 문화충전 200% 카페(http://cafe.naver.com/real21)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제공된 책의 리뷰임을 미리 밝힙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책을 홍보하기 위해 쓰진 않겠습니다. 차후 이벤트가 안되면 어쩔 수 없는거죠. 읽고나서 솔직한 감상을 쓰는게 서평단의 기본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대단히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 한국의 추리 미스터리 분야는 대단히 척박해서 사실 작년까지는 추리 미스터리 장르 문학은 최소한 한국에서는 이미 끝장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궁극의 아이'를 만나면서 그래도 역시 한국엔 좋은 작가가 많고 포기하기엔 내 독서량이 너무 편협하구나 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그다지 이 분야에 책이 나오지 않았고 일본이나 영미계 소설을 열심히 읽던 도중에 이번에 대놓고 장르문학임을 표방한 '레드'를 만났을 땐 벅찬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였을까요? 아니면 제가 요즘 너무 큰 대작들(세계 3대 추리 미스터리 소설이라던지 이미 검증에 검증을 마쳐 극찬을 받은 일본 소설이라든지)을 많이 봐서일까요? '레드'는 저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평점을 보자니 대단히 높네요. 역시 저는 b급인가 봅니다. 그점 감안하고 이 글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왜 작가는 아라비아 숫자와 영어를 쓰지 않는가?
책은 꽤 단숨에 읽었습니다. 몰입도가 높아서라기 보단 근래에 X,Y의 비극이나 일반 인문학 서적에 비해 대단히 쉽게 읽혔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얇기도 하죠. 근데 읽는 내내 걸렸던 것이 있는데 바로 표기 문제였습니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이상하게 중간 중간 멈추었던 것이 아라비아 숫자나 보통 영어로 쓰는 글자를 다 한글로 써놨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오늘 날짜인 2014년 1월 19일을 이천십산년 일월 십구일 이런 식으로 표기한다는 겁니다. 왜 그럴까? 또한 보통 b급 리뷰 하면 앞과 같이 쓰는데 비급 리뷰 이렇게 쓴다는 겁니다. 아니 뭐 사람에 따라 그렇게 쓸 수도 있고 계속 반복되서 나오길래 작품상의 특별한 장치인가?라는 생각도 했는데 또 후반부 가니 S자 코스 이런건 또 그냥 S자를 그대로 쓰고 어느 날짜는 또 그냥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별한 장치도 아니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순수 한글에 목매는게 아니라면 통용되는 표기는 그대로 이용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특별한 이유 없이 독자의 독서를 방해하는 건 그다지 좋지 않다고 봅니다. 또, 인물 지칭을 한국에서는 보통 이름으로 쓰거나 성에 관직이나 지칭어를 붙이는게 보통인데 소설 중간 중간 검시관을 그냥 '김'이라고 표기하던군요. 이 역시 특별한 장치도 아니었고 보통 일본 소설에 한국 사람이 등장할 때 이렇게 성만으로 부르는데 한국에서는 특별한 케이스, 즉 김승옥 선생의 서울 1964년 그 겨울처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냥 이름을 쓰던지 그게 아니면 성에 호칭어를 붙이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유정님의 '28'에서도 그렇고 가끔 작가들이 장면전환을 이상하게 전환하는게 눈에 뜨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은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초중고에서 교과서를 읽어본 가락으로 말씀드려보면 독특한 전개 방식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 아닌 이상 보통은 상황 제시 후 대화가 이어지는게 일반적입니다. 아니 대화가 나오고 장면이 나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되는데 그게 자연스럽지도 않으면서 대화 제시 후 상황 설명이 이어지는 좀 읽기 힘든 장면 전환이 나와서 구성면에서 아쉬웠습니다.
3. 이 내용 어디서 봤더라...?
위에 아쉬운 점은 구성 상에 아쉬움이었고 내용상으로도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기본적인 내용 구조가 기억의 상실과 그에 따른 여러가지 사건이니 어디서 많이 봤다는 느낌이 드는건 당연하지만 생각보다 너무나 많은 책이 생각나 깊게 몰입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기억의 혼란과 그걸 쫒아가는 방식은 김영하님의 '살인자의 기억법'이 너무나 많이 생각났고, 그 기억혼란으로 인한 자신의 정체의 의심은 얼마전에 읽은 일본 소설 '데드맨'과 유사했습니다. 또한, 과거에 끔찍한 살인이 있었고 한동안 멈추었다가 다시 일어나고 그걸 쫒는 형사들의 이야기는 제가 꽤 좋아하는 드라마 'TEN'과 유사한 점이 많았습니다. 더욱이 절대적인 악인을 쫒는 모습은 유명한 만화책이자 곧 드라마화가 되어 나오는 일본 만화 '몬스터'와 흡사한 모양이었습니다. 거기다가 틈틈히 보이는 클래식과 음악에 대한 높은 소양은(솔직히 한국에서 이런게 가능한 형사와 일반인이 있다는게 이해가 그다지 되지 않지만) 하루키의 오마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생각이 떠올랐던 것은 솔직히 말하자면 그다지 추리 미스터리 장르 문학의 긴박함이나 두뇌싸움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출판사의 소개평이나 인터넷 서평과 달리 이 책은 그렇게 뛰어난 추리가 나오지도 않으며 너무 많은 초자연적인 미스터리 사항을 집어 넣다 보니 정작 소설의 중심이 될 인물들의 설정이나 스토리 라인이 매우 빈약하게 되었습니다. 사건의 뒤가 너무나 뻔히 보이고 그걸 알지 못하는 인물들이 답답하고 결론에 가서 너무 많은 내용을 쏟아내다 보니 정신없이 지나가 버리는 그런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결말에 대해서는 각자의 판단의 몫이겠지만 후속작을 염두에 둔 것인지 어설픈 정리만 한체 끝나버린 것도 큰 아쉬움이었습니다. 아니면 정유정님의 '28'처럼 그래도 시간은 흘러간다. 뭐 이런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런 걸 말하기에는 스토리에서 그렇게 큰 통찰을 얻기는 어려웠던 것 같은데요.
4. 장르문학의 정의가 필요하다.
정말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이건 사실 추리 장르는 절대 아니고 미스터리도 초자연적 미스터리와 관련된 그런 이야기입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일본식 미스터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궁극의 아이'처럼 그 소재를 말끔하게 살린 작품도 아닙니다. 차라리 정유정님의 '28'에 훨씬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니면 차라리 수사물이라고 할까요? 'CSI'나 "TEN'같은 거말입니다. 한국에서는 이 장르 자체가 불모지이다 보니 대강 대강 통용하는 느낌인데 그건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형사가 나오고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고 다 추리물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불모지인 이 장르에 도전하는 작가의 정신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작가님이 더 좋은 작품을 쓰셨으면 하는 마음에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아쉬움을 토로해봤습니다. 한국에서도 추리 미스터리 분야가 발전하는 그 날을 기대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ps. 근데 왜 제목을 레드로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해가 안가는건 아닌데 차라리 TWIN이나 쌍둥이 같은걸로 뽑았으면 좀 더 임팩트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물론 표지 그림은 참 잘 뽑으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