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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독서 일자 : 2014.02.20.~2014.02.22.
스포일러 유무 : 잡다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들어가며
사실 요즘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생각보다 별로였습니다. 예전에야 모르겠는데 요즘은 폭넓은 추리 미스터리 분야의 작가를 접하다보니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얼마전 읽었던 <백은의 잭>과 <질풍론도>는 그저 유려하고 가벼울 뿐
너무 가벼운 무게로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한국에서 영화화 소식이 들려오는 <방황하는 칼날>은 개봉 전에 읽어 보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주연인 정재영씨와 이성민씨를 좋아하기 때문에 보러 갈 생각인데 원작을 먼저 읽지 않으면 비교할 대상이 없을 것
같아서 읽고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두가지 점에서 놀라고 말았습니다. 개봉이 4월이라는 점과 그런데 벌써 출판사가 약은 짓을 하면서 책을
일시품절 걸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개봉도 한참 (제 기준에서는요) 남았는데 책을 품절시키고 포장만 바꿔서 비싼 가격 혹은 프로모션을 할 생각을
하니 정말 정이 떨어지더군요. 그래도 우연히 대학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서 믿저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구매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의 말씀처럼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2. 사법제도는 진정한 정의를 구현할 수 있을까?
저는 <방황하는 칼날>에서 두가지의 물음을 느꼈습니다. 하나는 현재의 사법제도가 진정한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가?와 청소년
범죄를 만들어 내는 것은 누구의 잘못인가?라는 점이었습니다. 이전에 <13계단>에서도 이러한 비슷한 의문에 대한 생각을 적기도
하였는데 다시 한번 맞닫들인 이 물음은 여전히 답하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특히 삶의 유일한 이유였던 딸 에마를 잃은 그것도 아주
끔찍한 범죄와 그 범인이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빠져 나갈지도 모른다는 현실 앞에 서게 된 나가미네의 입장에서 과연 평범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상론이 과연 옳은가에 대해서는 답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근래에 읽었던 <13계단>과 <열세 번째
배심원> 두 작품은 현재의 사법제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결국에 가서는 일반 대중이 생각하는 정의라는 관념의 승리를 그려낸 것에 비해
<방황하는 칼날>은 그 일반 대중의 정의에 맞서는 한 남자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다시 한번 그 정의란 옳은가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독서는 인간이 모든 일을 겪어 보지 못하기 때문에 일종의 간접 체험의 역할을 해주지만
이러한 일이 현실으로 다가왔을 때 과연 어떻게 반응할지는 그간 살아온 그 사람 사람의 경험과 생각이 만들어내는 결론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진정한 정의는 스스로 만들어 낼 뿐인것 같습니다. 그것이 일반 대중의 정의와 다를지라도...
3. 청소년 범죄를 만들어 내는건 누구인가?
<방황하는 칼날>에도 나오고 뉴스나 인터넷 기사에 심심치 않은 빈도로 청소년 범죄에 대한 기사나 글이 떠돕니다. 어떤 일은
웃어넘기거나 혀를 차면서 넘기는 일도 있지만 어떤 일은 과연 이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정도의 일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과연 그 개인의 문제일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방황하는 칼날> 마지막에 역자분이 해당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를 끌어들이는데 솔직히 역자분이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가 좀 의문스럽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분명 가이지와 아쓰야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범죄를 저지르는데 이러한 범죄에 대해 나가미네의 결론은 결국 어른들과 사회가 만들어낸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부분을 제대로
인지했다면 사이코패스 이야기를 꺼내는건 어떤 의미에서 책의 메시지와 전혀 상반된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 역시 어떤 개인의
문제 역시 일면 기여하겠지만 사회와 어른들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나가미네의 의견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청소년의 그저 공부하는
기계일 뿐입니다. 그를 위해 게임이고 야동이고 다 못보게 하는 그런 세상입니다. 그래도 공부라도 하면 그나마 사회의 관심을 받지만 성적이 나쁘고
흔히 말하는 양아치가 되면 사회는 그들에게 어떠한 관심도 가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그들의 잘못이라고 매도할
뿐입니다. 어느 누구도 그들이 엇나가기 전에 잡아 준 사람이 없었고 사회도 어떠한 관심도 가져주지 않고서 말입니다. 또한 성적이 잘 나오더라도
단지 지식의 충만함만 가진체 마음과 생각은 구부러진 사람도 아주 많습니다. 이 역시 아무도 그들의 마음과 생각을 잡아 주지 않고서는 그들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인지 몰랐다'라는 식의 인터뷰와 그의 성격이 문제가 있었다는 뉴스만 뿌린체 모든 것을 덮고자 합니다.
사회가 만들어낸 문제를 그저 어느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여 그저 쉬쉬하고 넘어가는 겁니다. 각자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청소년의 범죄와 문제아를
만들어 내는 것이 과연 개인의 일탈적 문제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 영화 방황하는 칼날
앞서 밝혔듯이 정재영씨와 이성민씨의 팬이어서 기대는 되는데 과연 영화가 성공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된게 예고와 시놉을 보니 스토리가
조금 많이 바뀐 것 같더군요. 아니 인물이 바뀌었다고 해야하나? 하여간 국내에서 일본 원작을 가지고 성공한 케이스는 극히 드뭅니다.
<화차>정도 일까요? <그겨울>은 그냥 소재만 가져다 노희경 작가님이 다 각색한거니깐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
외에는 원작이든 드라마든 일본에서는 꽤 성공한 것에 비해 한국에서는 진짜 욕만 엄청 먹은게 대부분인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래도 정확한
문제의식과 배우의 열연이 있다면 어떻게든 성공할 것 같기도 하고요. 뭐 4월이 되면 밝혀지겠지만요.
5. 마치며
<방황하는 칼날>은 오래된 작품이긴 하지만 오랜만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작이었습니다. 사회 문제와 일반적인 상식에 의문을
제기한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13계단>과 <열세 번째 배심원>과 함께 일본 소설이긴 하지만 현재 우리의 현실의 사법제도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볼 만한 의미를 주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