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 주임교수 - 가혹한 스승과 제자의 길고도 치열한 싸움
김명주 지음 / 매직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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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시체를 만지고 칼을 집어넣어 해부를 하고,,,, 그러다 보면 처음엔 끔찍하기만 하던 시체를 갖고 장난도 칠 마음이 생기는 걸까? 이 소설속에는 기증된 시신의 뼈를 갖고 장난을 치다가 교수에게 호되게 혼나는 의대생들이 등장한다. 교수는 싹싹 빌어도 통하지 않는다. 당장 교수회의를 열어 무기정학을 시켜버린다. 커닝하다가 들키면 구타도 당한다. 너 같은 놈이 나중에 의사가 되면 허위진단을 한다며 마구 때리는 것이다. 실습실에서 작은 실수만 해도 즉시즉시 감점을 시킨다. 저래서야 누가 견뎌내겠느냐 싶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황교수는 진짜 의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같은 보통 사람은 카데바를 갖고 실습하는 장면들이 구역질이 났다. 영상이 아닌데도 시체들이 커다란 물통 안에서 서로 뒤엉켜 있는 모습이 자꾸만 상상이 되었다. (특히 밥먹을 때 ㅡㅡ) 의대생들은 처음엔 밥도 잘 못먹고 곱창이니 순두부니 하는 신체의 어느 내장기관과 비슷한 것만 봐도 메스껍지만 곧 익숙해지는 모양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한 사람의 의사가 탄생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너무 익숙해져서(?) 혹은 해부학실습이 너무 지루하고 지겨워서 시체를 갖고 장난을 치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면 우리의 황해부, 황교수가 나서서 해결해준다. 정학이면 다행이다. 퇴학 안 당하는 게 어딘가.

카데바는 무연고 시신들이라고 한다. 아무도 안 찾아가는 시신을 의대 해부실습용으로

이용한다. 황교수는 그런 카데바를 갖고 노는 학생들을 도무지 봐줄 수가 없다.

주인공 동찬은 다소 소심한(?) 의대생으로 실습시간에도 종종 철학적인 물음에 빠져든다. 그래서 감점당하고 다른 조장들은 잘도 죽이는 토끼 한 마리 죽이지 못해 쩔쩔맨다. 하지만 황교수는 그런 동찬에게 각별한 정을 느낀다. 겉으로는 난폭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황교수의 눈에 동찬은 좋은 의사가 될 재목인 것이다.

 

사회에서 존경받는 의사들은 인품도 그만큼 좋아야 할 것인데 뉴스지상에 오르내리는 뉴스들을 보면 믿기 힘들 정도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을 읽으며 괜히 기분이 좋았다. 세상엔 그래도 나쁜 의사보다는 좋은 의사들이 많길 바라며, 생생한 의대생들의 해부학실습에 함께 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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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야 움직이고 미쳐야 내 것이 된다 - 10년 후 후회하지 않는 인생
김병완 지음 / 서래Books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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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묻지만 스스로 미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성공하기도 힘들고 성공해도 성공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를 뜨겁게 만드는 것. 그래서 내가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 미쳐서 몰두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지름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뜨거움이란 결국 열정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달려가게 만드는 열정.

 

어떤 분야에서 최고수준의 성취를 이루려면 최소한 10년을 노력해야 하는데 나를 뜨겁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10년을 버티겠는가. 결국 꾸준한 노력은 재능을 넘어서는 것이니 무엇인가에 뜨거워지고 미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재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위대한 인물로 도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바로 10년이라고 한다.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십년을 몰두해도 지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되묻게 된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신경쓰지 않고 한가지 길만 보고 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나의 길이 아닐까.

하루하루 나태하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당신이 원하는 자리에 도달해있을 수 있다. 꾸준함을 이기는 것은 세상에 없으며 하루하루의 꾸준한 노력이 모여 특별한 성취를 이루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련이 크면 클수록 가슴이 뛰는 사람들, 길이 험하면 험할수록 피가 끓는 사람들, 과제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전율을 느끼는 사람들, 일이 많으면 많을수록 환희를 느끼는 사람들, 목표 달성이 멀면 멀수록 갈망을 느끼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열정 을 가진 자들이며, 이런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해도 열정이라는 기세를 이용하여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사람들이다.”

 

나는 위와 같은 사람인가 생각해본다. 시련이 크면 금세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었는지, 일이 많으면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버리진 않았는지......

 

어느새 봄이다. 도무지 기운이 안 나고 오래도록 지체되어 있는 일 때문에 지쳐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다시 시작해볼 기운을 얻는 것은 어떨까. 책 한권으로 단 하루라도 활기차게 살 수 있다면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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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섬 나오시마 - 아트 프로젝트 예술의 재탄생
후쿠타케 소이치로.안도 다다오 외 지음, 박누리 옮김, 정준모 감수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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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나오시마 같은 섬이 있었으면 좋겠다.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예술품을 만들고, 전시하는 공간. 그 섬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든다. 그런데 예술이란 것은 특정한 섬이 아니라 우리의 삶 전반에, 도시의 골목골목에 모두 퍼져 있는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별생각없이 일상을 살다 보면 예술 같은 건 까맣게 잊고 만다. 보통 사람들에겐 예술이란 것에 대해 의식적으로 환기시키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주일간 열심히 일상을 살다가 휴가를 맞아 예술이 펼쳐진 섬에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하지만 이곳 나오시마 섬이 처음부터 예술의 섬이었던 것은 아니다. 한때 산업폐기물이 불법투기되었던 쓰레기의 섬이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예를 들어 치과의원이었다가 버려진 집을 오오타케 신로가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하이샤는 마치 악귀가 자신의 진지를 꾸며놓은 것 같은 곳이지만 이 역시 예술작품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나오시마에서 자유롭게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고 있다.

 

현대 예술품에 대해 사실 아는 것이 많지 않았는데 짧은 시간 훑어본 예술품들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잔영이 남아 있는지 자꾸만 다시 책을 펼쳐보게 된다. 섬 하나를 예술공간으로 만든 일본의 여유가 부럽게도 하고 우리도 곧 그런 공간을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의 예술에 대한 열정 또한 일본에 뒤질바가 아니지 않는가.

 

그나저나 어서 나오시마 섬에 가보고 싶어서 큰일이다. 나오시마 섬에 가서 광학유리로 만든 계단을 본 다음 츠즈지 여관에 하루 묵고, 자전거를 빌려 다리가 아플 때까지 타는 거다. 미술관으로 가는 전용모노네일도 꼭 타보고 싶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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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서린 말 사계절 1318 문고 82
마이테 카란사 지음, 권미선 옮김 / 사계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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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리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같지? 했더니 얼마전 읽었던 나타샤캄푸쉬의 책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었다. 나타샤 캄푸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여러번 가슴이 먹먹해졌더랬다. 어느날 갑자기 납치를 당한 소녀(이 소설속의 소녀는 15살로 설정되어 있지만 나타샤캄푸쉬의 경우는 더 어린 나이였다)가 몇 년간이나 작은 방에 갇혀 있다가 극적으로 탈출했고, 그를 가두었던 범인은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소녀는 그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는데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두고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했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란 납치를 한 사람에게 납치당한 사람이 감정적으로 동화되어 호감과 지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누구라도 어린 나이에 몇 년간이나 함께 시간을 보낸 유일한 사람이 범인이라면 범인에게 일말의 동정심을 느끼지 않을까.

 

어쨌거나 이 소설은 그 소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이다. 설정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나타샤 캄푸쉬는 10살에 납치당했지만 소설속의 소녀는 15살에 납치당했다. 하지만 납치당해 범인에게 의존해 살아가야 하는 상황은 똑같다. 범인이 혐오스럽지만 그의 비위를 맞춰주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주인공의 입장에서 생각해봤다. 나라면 어떻게든 날카로운 물건을 손에 쥐어 숨겨두었다가 그를 위험에 빠트려 그곳에서 벗어날 것 같다. 하지만 범인은 바보가 아닌지라 소녀에게 날카로운 것은 쥐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소녀가 좋아하는 디브이디와 책은 가져다준다. 그리고 자신이 싫어하는 행동을 했을 때 그것들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해서 소녀를 자신에게 길들인다. 소녀는 또다시 책과 같은 것들과 단절될까봐 범인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겁을 먹는다.

 

4년이란 시간이면 엄마도 아빠도 흐릿해지고 소녀는 자기도 모르는 새 범인을 가까운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지 않을까. 자신도 모르는새 범인에게 종속되어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책을 읽는 내내 어떤 분노가 내 안에 떠돌아다녔다. 가장 궁금한 것은 왜 그녀인가였다. 왜 하필 그녀가 선택되었는가. 만약 나의 인생에 소녀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히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감내해야 할까? 청소년문학치고는 무거운 주제지만 우리 모두 우리가 감히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란 점에서 이 소설에서 말하는 것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만은 없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아쉬운 것은 나타샤캄푸쉬의 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바탕으로 한 작품을 넘어서야 소설화한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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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소울 - 제3회 살림YA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선희 지음 / 살림Friends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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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중요한 사건은 전국노래자랑에 나가는 것이다. 전국노래자랑이라는 영화도 곧 개봉이라던데 그러고 보니 송해 아저씨가 진행하는 전국노래자랑은 국민노래자랑대회 아니던가. 사실 요즘은 그리 자주 보지 않지만 어렸을 때 전국노래자랑을 참 좋아했다. 함께 살던 할머니도 좋아하셨다. 사실 나이를 먹으면서 할머니랑 얘기가 잘 통하지 않았는데 전국노래자랑을 볼 때는 세대차도 없고 그냥 웃으며 재미있게 즐겼다. 노래란 것은 그런 힘이 있는 것 같다. 하나되게 하는 것. 서로 다른 것들을 뭉쳐지게 하는 것.

 

이 소설속 등장인물들도 서로 참 다른 사람들이다. 학교에서는 왕따지만 미친 가창력을 소유하고 있는 조미미, 그런 조미미를 좋아하게 되는 나, 예전엔 잘 살았지만 지금은 집안이 망한 나의 절친 공호, 공호의 윗집에는 조미미가 살고 있다. 나는 사실 전국노래자랑 같은 거 나가고 싶지 않지만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의 부탁이라 어쩔 수 없이 나가기로 한다.

 

그러고 보니 세 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은 아니다. 나는 엄마가 어렸을 때 할머니에게 맡겨두고 가서는 다시 오지 않았다. 장애인 부모님을 둔 미미는 난독증을 앓고 있기도 하다. 세 명의 다 외로울 법도 한 열여덟이다. 나는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조미미에게 향하는 마음을 부정한다. 하지만 머리로는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심장은 그렇다고 말한다. 이래저래 현실은 암울하지만 이들은 노래를 통해 가까워진다. 드라마틱한 사건이 있는 건 아니지만 잔잔하게 잘 읽히는 소설이다.

 

열여덟이면 사실 한국의 학생들이라면 입시지옥에 시달릴 때인데 포커스가 입시에 맞춰지지 않아서 더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열여덟살에 모의고사만 본 것이 아니라 전국노래자랑에 나갔다는 것은 이들에게 얼마나 특별한 경험이 되어줄까. 책을 다 읽고 나니 오랜만에 노래방에 가고 싶어졌다. 같이 가줄 사람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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