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서린 말 사계절 1318 문고 82
마이테 카란사 지음, 권미선 옮김 / 사계절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왜 이리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같지? 했더니 얼마전 읽었던 나타샤캄푸쉬의 책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었다. 나타샤 캄푸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여러번 가슴이 먹먹해졌더랬다. 어느날 갑자기 납치를 당한 소녀(이 소설속의 소녀는 15살로 설정되어 있지만 나타샤캄푸쉬의 경우는 더 어린 나이였다)가 몇 년간이나 작은 방에 갇혀 있다가 극적으로 탈출했고, 그를 가두었던 범인은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소녀는 그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는데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두고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했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란 납치를 한 사람에게 납치당한 사람이 감정적으로 동화되어 호감과 지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누구라도 어린 나이에 몇 년간이나 함께 시간을 보낸 유일한 사람이 범인이라면 범인에게 일말의 동정심을 느끼지 않을까.

 

어쨌거나 이 소설은 그 소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이다. 설정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나타샤 캄푸쉬는 10살에 납치당했지만 소설속의 소녀는 15살에 납치당했다. 하지만 납치당해 범인에게 의존해 살아가야 하는 상황은 똑같다. 범인이 혐오스럽지만 그의 비위를 맞춰주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주인공의 입장에서 생각해봤다. 나라면 어떻게든 날카로운 물건을 손에 쥐어 숨겨두었다가 그를 위험에 빠트려 그곳에서 벗어날 것 같다. 하지만 범인은 바보가 아닌지라 소녀에게 날카로운 것은 쥐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소녀가 좋아하는 디브이디와 책은 가져다준다. 그리고 자신이 싫어하는 행동을 했을 때 그것들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해서 소녀를 자신에게 길들인다. 소녀는 또다시 책과 같은 것들과 단절될까봐 범인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겁을 먹는다.

 

4년이란 시간이면 엄마도 아빠도 흐릿해지고 소녀는 자기도 모르는 새 범인을 가까운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지 않을까. 자신도 모르는새 범인에게 종속되어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책을 읽는 내내 어떤 분노가 내 안에 떠돌아다녔다. 가장 궁금한 것은 왜 그녀인가였다. 왜 하필 그녀가 선택되었는가. 만약 나의 인생에 소녀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히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감내해야 할까? 청소년문학치고는 무거운 주제지만 우리 모두 우리가 감히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란 점에서 이 소설에서 말하는 것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만은 없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아쉬운 것은 나타샤캄푸쉬의 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바탕으로 한 작품을 넘어서야 소설화한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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