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셔츠

20세기의 셔츠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6월

읽으면서도 난해하다고 느꼈기에 서평을 쓰는 것도 힘들게 여겨진다.

초반부를 읽으면서도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생각했는데 중반부를 지나면서는 작가의 의도가 조금씩 느껴진다. 초반부만 읽어서는 답답함이 느껴지고 책을 덮어버리는 독자도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딱히 어려운 문장도 없는데, 그것도 우화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왜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한챕터 한챕터 페이지를 넘기면서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져야 했기 때문일까. 나는 지구상에서 하나뿐인 분단국가에 살면서도 전쟁, 홀로코스트와 같은 문제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던 것 같다. 지금 우리가 동물에게 하듯이 누군가 우리를 한곳으로 몰아넣고 대량학살한다면?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엄성을 즉시 박탈당하고 짐승처럼 가족도 친구도 몰라보고 그저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누구나 옷장에 한 벌씩 갖고 있는 줄무늬 셔츠. 그것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 다름 아니라 작품 속 희곡이 셔츠라는 나라의 허리쯤에서 벌어지는 당나귀 베아트리스와 원숭이 버질에 대한 이야기이다. 희곡 속 주인공인 베아트리스와 버질은 목적지도 없이 마냥 길을 걷고 있다. 그들은 굶주리고 지쳐 있다. 이 이름은 단테의신곡에서 길을 잃은 단테를 연옥과 지옥으로 안내하는 베르길리우스(버질)와 천국의 안내자인 베아트리체(베아트리스)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작가는 죄에 빠진 단테가 올바른 길로 돌아가기 위해서 안내자가 필요했듯이, 홀로코스트라는 사건에 대해서도 안내자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한다. 이런 사전 지식을 갖고 작품을 읽어내려간다면 좀 더 쉽게 작품의 함의를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희곡으로 이루어진 부분만 다시 읽었다.

난해함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는 점에서 작가의 의도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안네의 일기가 가진 것과 같은 감동을 즉시 이끌어내진 못하겠지만 다른 방식으로 시도한 홀로코스트 이야기란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뒷부분의 구스타프를 위한 게임에 나오는 질문들을 대하면서 나는 그 어떤 질문에도 분명히 답할 수 없었다. 가족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데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감자를 얻는 곳으로 보낼 수 있을까? 죽음을 앞두고 있는데 옆에는 생면부지의 외국인밖에 없다. 그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로 말한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당신의 딸이 죽었다. 딸의 머리를 밟고 올라서면 맑은공기를 마실 수 있다. 딸의 머리라도 밟고 올라서겠는가? 게임이라고 이름이 붙어있는 이 질문들은 그저 게임처럼 풀기에는 너무 무거운 질문들이다. 하지만 홀로코스트 하에서의 유대인들은 늘 이런 농담같은 질문에 직면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답했을까?

절대 배신하지 않는 돈의 습관

절대 배신하지 않는 돈의 습관 - 10년 후 미래를 바꾸는 절대 통장 시스템을 구축하라!
우용표 지음 / 북클라우드 / 2013년 5월

부모의 도움없이 쉽게 집을 장만할 수 있는 젊은이가 몇이나 될까? 요즘은 전셋집이라도 있으면 다행인 시대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미루고 심지어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습관을 제대로 들임으로써 좀 더 밝은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좋은 습관에 대해 배워야 하지 않을까.

높은 이자 없이 돈도 빌리기 어려운 세상. 스스로 무엇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기적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다. 로또와 같은 일확천금을 꿈꾸라고 하지 않고 차곡차곡 돈을 조금씩 모아 자산을 불려나가라는 이 책은 요즘같이 자영업자들이 살기 힘든 시대에 눈에 띈 이유일 것이다. 엊그제 뉴스에서는 19살에 엄청난 금액의 로또에 당첨된 청년이 몇 년 후 개인파산자가 되고 시급 몇천원을 받으며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당첨된 금액으로 마약에도 손을 대고 연예인처럼 살았는데 무일푼으로 돌아온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가 자산을 지키는 데 실패한 것은 결국 돈을 정당하게 벎으로써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좋은 습관을 몸에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굴러들어온 행운도 불운으로 둔갑시키는 법이다.

이 책에는 눈에 확 들어오는 비법 같은 것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이라면 귀담아들어야 할 돈에 대한 올바른 상식을 배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요즘은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월세를 살아야 할 처지인데 만약 1억짜리 집이라면 보통 보증금 1000에 70~90만원정도로 월세가 결정된다. 이 경우 70만원을 월세로 낸다면 1억을 대출받아 전세금으로 해결하는 것에 비해 손해가 훨씬 크다. 그래서 이런 억울한 상황을 피하고자 한다면 보증금 비율을 높여서 월세를 낮추는 협상을 주인과 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월세로 사는 동안에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한다.

필자는 강제로 시작해야 하는 보험상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미혼남성의 경우는 종신보험을 들어야 한다. 아프거나 월급을 못받게 될 경우를 대비하는 이 보험이 없는 남자와 교제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한다. 독신주의 미혼 여성이라면 실손보험을 필수적으로 들어야 한다. 지금 당장은 몸이 아플 일이 없을지 모르지만 나중에 몸이 아플 때 병원비 지원을 받을수 있는 상품을 미리 구입하면 좋다.

툭하면 지름신이 내려 월급을 탕진하는 사람이라면 홈쇼핑채널을 아예 삭제해보는 건 어떨까? 충동구매는 뒤늦은 후회를 부를 뿐이다. 신용카드로 소비를 하는 것이 편리하다고? 신용카드로 살 수 있는 것들은 많다. 그런데 신용카드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투자상품이다. 그래서 저자는 매달 신용카드 결제 이후 통장에 돈이 남았다고 기뻐할 것이 아니라 신용카드 결제만큼 투자를 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현금결제가 귀찮다면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또한 월급으로 해야 할 일을 1년, 5년, 10년으로 계획을 세워 철저하게 소비를 통제해야 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시간 역시 소비되고 있으니 시간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재태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한권의 책을 통해 내가 지금 아주대책없는 소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지금부터라도 좋은 습관을 들여야겠다.

세계 학교급식 여행

세계 학교급식 여행 - 더 공평하게 더 건강하게 ㅣ 내인생의책 인문학 놀이터 3
안드레아 커티스.오진희 지음, 박준식 옮김, 소피 캐손 그림, 이본 데이핀푸어딘 사진 / 내인생의책 / 2013년 6월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급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맞벌이를 하는 어머니가 세 개나 되는 도시락을 싸느라 애를 먹었다. 물론 도시락의 추억은 소중하지만 그때 많은 어머니들은 학교급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셨을 것이다. 누군가 선진국은 학교에서 밥을 준다는 말을 해서 모두가 놀랐던 기억도 난다. 각기 다른 도시락을 싸오니 푸짐한 도시락도 있고 초라한 도시락도 있었다. 어찌보면 그런 것도 차별이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적어도 어린아이들은 어떤 면에 있어서도 서러움을 느끼지 않을 교육환경이 이루어지는 것이 좋지 않은가 생각한다.

처음에는 특별히 생각해본 적 없는 급식이 이 책을 읽고나니 그 나라의 교육수준을 말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각 나라의 급식은 그 나라의 문화와 아이들의 인권수준을 알려준다. 너무 많이 먹어 비만아동이 많은 나라가 있는가 하면 아이들이 하루에 학교급식말고는 밥을 먹지 못하는 나라도 있다. 인도는 급식 때문에 부모가 딸아이들을 학교에 보낸다. 원래는 주로 아들을 보내는데 딸들도 먹이려고 보낸다는 것이다. 밥 먹으려고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라니.

그런가하면 프랑스의 급식은 다른 나라에 비해 특별해 보인다. 일단 급식시간이 아주 길다. 천천히 음미하며 자신이 원하는 식기에 담아먹을 수 있다. 식사를 한다는 것이 단지 먹는다는 것 이외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알려주려는 의도 같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음료는 물만 제공한다니 프랑스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을 정도다.

캐나다가 비만문제로 심각한 나라라더니 급식에도 단 쿠키가 제공된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어 교내에서 탄산음료 판매금지등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기업의 거부로 쉽지 않다. 아이들의 건강까지 돈을 벌려는 어른들의 손아귀에서 좌지우지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다행히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각 나라의 상황에 맞춰 최대한 아이들에게 영양가있는 식사를 제공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급식은 평균적인 수준은 되는 것 같다. 게다가 한식은 세계적으로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유명하니 우리 어린이들은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나라 급식의 수준은 곧 그나라의 인권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가 모든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아닐까.

급식이란 키워드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유익한 책. 평소에는 깊이있게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어린이의 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기본적인 인권조차 갖춰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이 많다는 것이 새삼 가슴 아프다.

이케아, 불편을 팔다

이케아, 불편을 팔다 - 세계 최대 라이프스타일 기업의 공습
뤼디거 융블루트 지음, 배인섭 옮김 / 미래의창 / 2013년 5월

이케아 매장에 가면 놀이공원에 간 기분이 든다. 언뜻 어린이 가구처럼 보이지만 연령과 성별에 무관하게 전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이다. 어렸을 때 레고를 비롯한 조립장난감에 흥미를 느꼈던 사람들은 커서도 어린시절의 즐거운 놀이를 잊지 못한 걸까? 사람들은 기꺼이 분리되어있는 이케아 가구를 사서 조립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내가 직접 만든 가구는 더 내것이라는 느낌이 분명히 들 것이다. 이케아는 사람들의 그런 마음을 꿰뚫어본 것일까. 이케아. 세계적인 가구 기업. 가장 단순한 디자인으로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초반부는 자서전처럼 이케아 사장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가 어떻게 이케아라는 기업을 일구었는지. 생각과 다르게 이케아는 업계는 물론 자국에서도 그리 환영받은 기업이 아니었다. 고객에게 불편을 감수하게 함으로써 값싼 가구를 제공하는 이케아를 가구업계에서 좋아하지 않았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이렇게 분리된 가구를 판매한 것은 이케아가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다만 이케아보다 먼저 그 가구를 판매한 사람들은 분리형가구의 잠재적 가능성을 잘 몰랐을 뿐이다. 결국 눈앞에 보석이 있어도 그냥 지나치는 사람과 바다속에서도 흑진주를 찾아내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다.

이케아 사장 잉바르는 그리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는 자살을 했고 그는 강인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어려서부터 장사수완이 있었다. 그는 지인들에게 성냥개비를 파는 등 어려서부터 장사에 재미를 느낀 모양이다. 첫 번째 결혼은 실패했고 그는 알콜중독이었다. 그는 술을 마셔야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나름 소심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어린 시절 그의 우상이었던 성냥회사 사장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사람들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업가나 재벌들은 모두 다 행복하지는 못한 모양이다. 그는 스웨덴의 기업가에게 관대하지 않은 세금정책 때문에 스위스로 떠나간다.

뒤쪽의 이케아기업의 성공방법보다도 나는 잉바르사장의 개인사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하나의 철학을 가진 기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길고 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시골엄마밥

시골 엄마밥 - 참 쉽고, 맛있고, 건강한
배명자 지음 / 상상출판 / 2013년 5월

대학을 졸업하고 자취를 몇 년간 하면서 한동안은 엄마밥같은 게 그리울 새도 없었다. 인스턴트로 때우고 온갖 풀무원 상품을 사서 먹고 밤에는 라면, 만두로 배를 채우고..... 이런 게 자유구나 싶었다. 나중엔 해먹는 것은 물론이고 사먹는 것도 귀찮아 그냥 굶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인가 갑자기! 엄마가 해주는 밥이 너무나 먹고 싶어지는 것이다.

밖으로 나가서 반찬가게를 기웃거려보고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검색해 만들어보지만 역시 그 어떤 반찬도 엄마의 손맛을 따라올 수는 없다. 엄마밥이란 엄마가 우리를 키우는 시간동안 오래도록 시행착오를 거듭해 만든 정성가득한 음식이기 때문. 조미료가 듬뿍 들어간 밖에서 먹는 음식과 어떻게 비교하겠는가. 음식은 손맛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닌 모양이다. 손으로 정성껏 만든 엄마의 밥과 반찬. 이 책을 보는 내내 유난히 어린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던 김치찌개, 된장찌개, 멸치볶음, 비빔밥이 떠올랐다.

책을 펼쳐보면 먹음직스러운 반찬들이 펼쳐진다. 완성된 음식만 봐서는 손이 많이 갈것 같은데 의외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가지된장소스, 초교탕, 미더덕찜, 추어탕, 고추부각튀김, 닭백숙, 닭찜 등등.... 사실 이름도 잘 몰랐던 우리 고유의 음식들, 건강에 너무 좋은 음식들의 레시피가 예쁜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만드는 데 복잡한 음식은 없다.(양장피 잡채도 생각보다 너무나 간단하다) 남자라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반찬들이다. 하루에 하나씩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건강도 챙길 수 있고 미래에 좋은 배우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은 곧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없이 쏟아지는 요리책 중에서 이 책은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말에는 고추부각튀김을 만들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