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김앤장

법률사무소 김앤장 -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ㅣ 우리시대의 논리 10
임종인.장화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월

 
[이 책은 '리더스 가이드'에서 이벤트도서로 받은 책입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형 로펌인 '법률사무소 김&장'에 대한 책이다. 부제는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뉴스나 신문을 통해서 가끔 들어보기는 하였으나 그 실체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 없는 국내 최대 로펌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법률사무소 김&장'은 국내 최대의 로펌이다. 허나,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조직이라고 한다. 법조인들과 고위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연대를 통하여 어두운 신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진로와 골드만삭스, 소버린, 한미은행 매각, 론스타. 그리고 삼성에버랜드와 관련된 삼성그룹의 불법 경영권 승계. 몇년 사이 언론에 회자된 굵직굵직한 사건들의 뒤에는 어김없이 김&장이 있었다고 한다.

 김&장과 같은 로펌은 법률사무소로 고객의 이익 추구를 지향하며 그에 걸맞는 법률서비스를 해준다. 그것이 자신의 이익에 반한다고 하여 혹은 국가적인 손해를 입힌다고 하여 무조건적인 비난을 받아서는 안될 것이다. 허나 이 책에 나와 있는 그들의 작태는 (모든게 사실이라면) 분명히 비난 받아 마땅하고, 철저하고 공정한 조사를 통하여 처벌받아야 할것이다.

 

 

 김앤장이 추구하는 '고객의 이익'은 과연 누구의 이익을 말하는 것일까? 능력과 수단을 겸비한 법률 기업이 강자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다면 공동체의 질서는 대체 어떻게 될까? 과연 법률은 무엇이고, 변호사와 법률사무소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공동체 내에서 용인될 수 있는 로펌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 p68

 

 

 어려운 이야기다. 쉽게 결론 낼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저런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은 아니다. 김&장으로 대변되는 '법률엘리트 집단'이 어떻게 권력을 가진자들과 연대하여 그들의 이익을 추구하는지를 고발하는 것이다. 법의 허점을 파고 들거나 혹은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형성된 보이지 않는 권력은 이제는 성역이 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행위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해 주고 있는 그룹은 판 검사와 대법관 출신의 법률 기술자들이다. 이들은 법률자문을 통해 불법을 합법으로 바꿔 내고, 사적 이익의 최대화를 실현한다. 내부 정보 이용이라는 불법 행위가 정보의 유능한 활용으로 둔갑한다. 전관예우에 의한 사법 정의의 파괴가 실력으로 미화된다. 경제 정의를 파괴하는 행위가 재벌 총수 등 고객을 위한 서비스인양 자랑이 된다. 로비는 전문 지식의 활용으로 이야기되고, 탈세를 위한 조언이나 세금 회피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세무조사에 대한 효과적 대응법으로 선전된다. 조세당국에 대한 로비는 양자 간의 원만한 의사 소통으로 설명된다. - p143~p144

 

 우리 사회에서 법률의 역할은 무엇일까? 변호사라는 법률 전문가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이 문제들에 대해 이 책이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대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법에는 사회정의, 국민인권, 공공성의 가치를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변호사의 법률 서비스 역시 사업의 측명이 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공공성의 가치와 수익성의 논리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부여하는 문제는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 모두의 고민일 것이다. 이 책에서 우리가 김앤장의 문제라고 본 것은 그런 수준 높은 주제가 아니다. 최소한 불법은 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기존의 법이 지향하고 있는 취지와 법 정신을 무시하는 작위적 법 해석과 농단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정부라고 하는 공적 영역의 인사와 정책을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부정한 돈을 버는 일은 중단해야 한다는 것, 영리사업을 하더라도 그 합당한 투명성과 책임성의 원리는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고작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사회정의, 국민인권, 공공성 실현에 앞장서지 않아도 좋으나 법률가로서 기본과 상식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 p242~p243

 

 

 일반인들은 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더군다나 법률 전문가의 추구해야 할 가치나 공공성 등의 이야기는 저들 전문가 집단에서도 쉽게 합의에 이룰수 없는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고발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게 아니다. 저자들이 법조계와 공직사회의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라는 '김&장 법률사무소'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불법과 부정한 방법을 통한 부의 축적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말하는 것이 사실이 아닐수도 있다. 대부분이 정확한 증거보다는 당시 정황에 따른 추측과 예상으로 사건을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얼토당토 않은 '음모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들은 밝혀진 사실들을 기초로 객관적인 정황을 이야기한다. 어떠한 이유로든 베일에 싸인 법무법인 '김&장'에 대한 논의가 그 동안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쓰여진 모든 내용들이 사실이 아니었으면 한다. 그만큼 어둡고 막막한 이야기이다. 사실관계를 떠나서 이처럼 특권화된 집단은 이제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야 할것이다. 그것은 저자들의 마지막 말처럼 우리 사회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