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칠 것이 없어라 : 김종서 평전 - 불우했던 완전주의자 김종서의 비장한 생애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거칠 것이 없어라' 우리 도서계에 흔치 않은 평전이고 김종서란 인물을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역사적 자료를 근거로 전문가가 쓴 일대기를 알고 싶었다. 북방 개척의 업적을 두고 많이 듣던 말 중에 '내가 있어도 종서가 없었더라면 사진을 능히 개척하지 못했을 것이요, 비록 종서가 있었더라도 내가 없으면 이 일을 주장하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세종대왕의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었다.
책을 읽어 가면서 세종대왕과 김종서 두 인물의 절대적인 신뢰를 느낄 수 있었고, 과연 역사에 이름이 남을만한 군주와 신하라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나라 역사 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사건이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한 계유정난일 것이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많은 서적들이 출판되었고 그 중, '한명회'라는 책을 전에 읽어 보았다. 그 책에서 수양대군을 비롯한 한명회의 무리들은 역사의 소명을 받아 활약한 일세의 영웅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계유정난을 미화하고 있기까지하다.
사실 글쓴이의 필법도 나무랄데 없는 훌륭한 작품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래서 한명회 등과 같은 계유정난의 공신들이 오히려 새 역사의 주인공인양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아마도 사실(史實)을 바탕으로 하긴 했지만 소설 형식의 글과 더욱 정확하고 철저한 역사의 고증을 거쳐 쓴 평전과의 차이점일 것이다. 역시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
어찌 됐든 줄곧 생각해 왔던 계유정난에 대한 나의 판단이 이 책으로 인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전문 지식과 한 인물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한 이덕일씨의 의견을 쫓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역사뿐 아니라 세계 역사 속에도 잘못된 고증이나 권력자들의 횡포에 의해 지워지지 않는 오명을 남긴 인물들이 많은 것 같다.
변방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보여준 그의 실천적 행동과 헌신적인 희생은 어느 시대이든 위정자라면 반드시 본받아야 할 자세이다. 나라와 백성의 안위와 군주에게 충성하고자 하는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 어떠한 도전에도 기개가 꺾이지 않는 베짱과 두려움을 모르는 대호로서의 용감무쌍함을 가질 수 있게 했다고 저자도 평가하고 있다. 초지일관이라고 하듯 자신의 깊은 심지를 죽을 때까지 지켜온 흔치 않는 인물이 김종서이다.
좀 아쉬운 것은 너무 명분에 집착한 나머지 수양대군 무리의 계유정난을 짐작하고 있으면서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역이든 순이든 역사의 큰 흐름을 누군들 바꿀 수 있을것인가? 객관성과 사실을 위주로 한 김종서 평전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크나큰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밀려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