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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시간이 멈추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 세상 끝에서 당신에게 건네는 서른네 번의 위로
유철상 지음 / 상상출판 / 2026년 9월
평점 :
유철상 작가의 에세이 《잠시 시간이 멈추는 곳으로 가겠습니다》를 처음 집어 들었을 때도, 그 길 위에 새겨진 국경과 땅의 내력을 가만히 짚어보는 여정일 거라 단정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는 순간, 나의 짐작은 영락없이 비켜나갔다.
이 책은 단순한 여정의 기록이 아니다. 세상의 경계 34곳을 고심하여 엮어낸 작가의 깊은 자기고백서이자, 마음의 결을 담아낸 수채화다. 시를 전공한 문학도의 고결한 언어처럼, 여행기라기보다는 절제되고 감성적인 언어로 그려낸 한 편의 긴 시(詩)에 가깝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과 솔직하게 터놓는 내면의 울림은 고요하게 가슴을 흔든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아득한 화두는 바로 '경계'다. 시공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순간, 비로소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평온한 정적이 밀려온다고 그는 말한다. 길 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여행자만이 비로소 터득할 수 있는 심오한 깨달음이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지점, 바다와 육지가 맞닿는 연안, 낯섦과 익숙함, 그리고 머무름과 떠남이 교차하는 그 경계에 서 있을 때야 비로소 그곳에 활짝 피어난 꽃을 목도하게 된다고 일갈한다.
그의 여정은 결코 바르고 곧은 직선으로만 이어지지 않았다.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방향을 잃고 방황했지만, 그럼에도 삶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여행은 곧 사랑이며, 사누끼 우동 한 그릇처럼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 속에 진정한 소중함이 숨어 있음을 일깨운다.
이 책 '잠시 시간이 멈추는 곳으로 가겠습니다'는 몰디브부터 미얀마 바간, 중국 실크로드, 일본 시코쿠, 스위스 알프스까지 세계 곳곳의 34개 여행지를 담은 여행 에세이다.
책에 실린 글은 저자가 여행 당시 기록했던 기억과 감정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문장으로 옮긴 결과물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를 "두 번의 시차를 건너온 늦게 도착한 마음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낯선 골목에서 발걸음이 멈춘 순간의 냄새와 빛깔, 사람의 표정 등을 기억 속에 담아뒀다가 시간이 지난 뒤 단단하고 정직한 글로 되살렸다.
책에는 감성적인 국경지대의 모습 등 저자가 여행지에서 직접 촬영한 찰나의 순간을 담은 사진들도 함께 실렸다. 몰디브의 바다와 실크로드의 사막, 카파도키아의 산악 풍경, 일본의 가을, 스위스의 호수 등 세계 곳곳의 모습이 여행의 기록과 어우러진다.
세계지도를 펴 놓고 손끝으로 국경을 짚어 본 적이 있다. 가느다란 선 하나가 나라와 나라를 갈라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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