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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전쟁 ㅣ 생각하는 책이 좋아 5
게리 D. 슈미트 지음, 김영선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수요일의 전쟁!” 이 책을 처음 접했다면, 제목에서 어떤 상상을 할 수 있을까? 전쟁. 그것은 뭔가 격렬함과 열정적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하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러할 것이다. 제목의 느낌을 간직한 체, 표지의 앞뒤를 펼쳐 보자, 좋은 책은 그림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하던 어느 동화작가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역시나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답게 누군가가 손으로 그린 듯한 그림이 이어진다. 속표지를 보니 외국인이 아닌 우리나라사람인 오승민 선생님이라는 데 조금 자부심을 느꼈다. 워낙 그림을 좋아한 나머지, 책을 보기 전에는 꼭 그림을 꼼꼼히 보아야 하고, 상상력이 풍부한지라, 내용에 대하여 상상을 한 번 해주어야 한다. 일단, 빨간 책을 들고 있는 아이가 은근한 미소를 띄고 있다. 또한 징그러운 쥐들이 바닥에 돌아다니며, 엉덩이에 깃털을 단 채로 ‘폴짝’ 뛴 아이의 그림이 신문에 실렸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인상 깊은 그림은 셰익스피어의 액자 앞에서 문간에 기대어 선 채로, 남자아이를 슬쩍 보고 계신 책을 들은 아주머니다. 그들의 관계는 과연 무엇일까?
책 표지를 넘기자마자 이 책은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을 휩쓸었다며, 지금까지 받은 문학상의 종류가 줄줄이 나온다. 독서부에서도 소개받은 책이라 더욱더 관심이 커진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교훈과 재미가 있어서, 이렇게 많은 상을 받았을까? 호기심을 갖고 차례를 살펴보았다. 9월부터 6월까지가 소제목이었다. 외국에서 공부를 하지 안았지만, 우리나라와는 달리 그것이 미국에서는 한 학년이라는 것쯤은 예측해볼 수 있었다.
"카밀로 중학교 7학년 아이들 가운데 베이커 선생님이 태양보다 더 이글이글, 지글지글 미워하는 아이가 딱 하나 있었으니…. 바로 나다” 이것이 바로 첫 내용이다. 역시 시작이 매우 단도직입적이며, 강렬한데… “분명히 말하는데, 그건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 두 번째 문장이 내 상상을 뒤엎는다. 당연히 이 아이가 장난꾸러기인 줄로만 알았지만 나의 오산이었다. 약간 시원하지가 않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더 빨리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선생님이 나를 미워하도록 만드는 410가지 방법’ 을 만든 더그 스위텍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긴장을 낮출 즈음에 왜 하필 주인공인 7학년 짜리, 홀링 후드후드와 그의 담임 선생님과의 전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유대교인 반 친구들은 성경공부를 하기 위해 수요일마다 1시 45분, 55분 즈음, 각자 성전 혹은 성당으로 가야 할 때, 성경공부를 하지 않는 장로교인 홀링, 딱 한 명만이 중간에 있는 이름하여 ‘완벽한 집’에 살고 있어, 선생님과 같이 오후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한 명 때문에 쉬지 못하게 된 베이커 선생님은 홀링을 미워하게 된 것이다. 내가 학생이라서 그런지 베이커 선생님이 이해가 안 가고,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도 일반 사람이지만 ‘그래도 선생님인데’ 라는 생각이 나에겐 더 크기 때문일까.
홀링을 이글이글 지글지글 싫어하는 선생님이 수요일은 수요일 대로 다른 날은 다른 날대로 골탕을 먹인다. 예를 들면, 평소에 운동장에 가서 놀라고 하던지, 가장 긴 문장을 그림인 도약으로 만들어 보라던지, 교장선생님께 불려가서 수요일에 수학을 배우라고 권장을 한다 던지 등. 그리고 수요일에는 분필지우개 털기, 쥐의 집 청소, 그리고…… 그 지루하다던 셰익스피어의 작품 읽기!!! 이 모든 것은 베이커 선생님의 복수라고 홀링은 생각한다. 그러나 읽어감에 따라 점점 나는 선생님의 입장을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베이커 선생님에게는 혼자만의 휴식시간이 너무나 간절하게 필요로 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이 부분에서 너무 선생님만 뭐라고 할 것이 아니고, 선생님의 상황을 먼저 잘 생각 해 보는 것이 먼저라고 홀링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너도 너의 선생님이 되어 보렴!”
주인공 홀링이 수요일마다 공부하게 된 셰익스피어 작품의 내용에서 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이 사람은 모든 로마인 가운데 가장 고귀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를 뺀 모든 사람들은 위대하신 시저 왕을
시기하여 음모를 꾸몄습니다.
오직 이 사람만이 정직한 마음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하려고 하였습니다.
그의 삶은 온화했으며, 그의 사람 됨됨이는
자연이 벌떡 일어나서 세상을 향해 이렇게 소리칠 만했습니다.
“이자야말로 사람이다!”
‘줄리어스 시저’에 나오는 한 부분인데 어떤 논리가 있어서가 아니라 멋있는 대사라 인용하고 싶었고. ‘베니스의 상인’ 중에서 샤일록이 안토니오 의 살 1파운드를 도려내려 하는 순간 판사의 대사 “자비는 무한한 것입니다. 자비는 부드러운 비가 하늘에서 내리듯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집니다.”라는 부분에서 홀링처럼 인상 깊었는데 자비란 베푸는 사람이 위에서 약한 자에게 무한히 줄 수 있는 것이란 뜻일까. 결국 자비를 베푸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말일 것이다. ‘템페스트’ 그 곳에서는 폭풍, 살인 시도, 마녀, 마법사, 투명한 귀신들, 혁명,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술을 마시는 사람, 욕을 무진장 하는 괴물 칼리반. 모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어 보인다. 심각한 욕이 많이 나오는데 그 욕을 연습하면서 홀링은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가까워지자 처음부터 다시 내용위주로 읽고 온 세상이 행복해지는 기분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자기가 읽는 관점에 따라 작품에 대한 감상이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홀링이 욕을 연습하며 읽었을 때는 재미만 느꼈고 내용위주로 읽었을 때는 행복을 느꼈던 것처럼.
선생님과 셰익스피어 작품을 공부한 덕에 크리스마스특집 희가극에서 깃털이 달린 노란색 타이츠를 입고 요정 아리엘 역을 맡는 행운을 얻었다. 여자친구와 로미오와 줄리엣도 보러가고… .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참 어려운 책임에 틀림없는 것 같지만 매혹적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사 하나하나 멋있고 그야말로 빼어난 재치와 교훈이 담긴 명언이고 외우고 싶다는 충동이 마구 느껴진다. 그렇다고 보면, 홀링은 제자에게 이 대단한 책을 보여주고 싶은 선생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슈크림 빵 사건을 해결해준 선생님의 모습에서 육상대회에 나가게 된 홀링을 지도해 주시는 모습에서 주인공은 그 동안의 일이 복수가 아니고 사랑임을 깨닫게 된다.
이제는 선생님이 홀링을 이글이글 지글지글 사랑한다는 것이라고.
또 한편, 홀링의 주변환경을 보았을 때, ‘베트남 전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담은… 물질적 가치 우월 의식에 빠져버린 아버지, 그리고 꼼짝 못하는 어머니, 전쟁을 반대하는 히피족 누나, 그리고 소중한 친구들, 전쟁으로 고통 받는 주위 사람들… 그리하여 홀링은 자신의 미래와 인생에 대하여 생각을 한다. 직장을 가져야 성인이 된다는 아버지의 말씀이 틀리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때, 그 때 행복하고,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라면 어떨까? 또 요즘 나의 친구들이라면 어떨까? 과연 이러한 성장 끝에 자신이 진정 하고자 하는 것을 해야만 기쁘다는 것과 자신의 운명은 자기가 결정한다는 이런 인생의 중대한 철학을 깨달을 수 있을까? 만약 내가 깨닫는 다면, 나에게 ‘교사식 농담도, 교사식 웃음’도 아닌, 진정한 웃음을 이 세상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겠지. 나에게도 빨리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
나, 이지선은 솔직히 이 책을 통해 교훈 이외에도 셰익스피어의 훌륭한 대사를 사랑하게 되어 더욱 값진 시간이었다고 밝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