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무소유의 행복
장혜민 지음 / 산호와진주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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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장혜민,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행복], 산호와 진주, 2010.


법정 스님이 길상사에서 입적하시고 벌써 몇 달이 지났다. 그리고 난 불교도는 아니지만 그분의 정신과 생활 태도, 신조 등에 깊은 감동을 하여 존중하는 마음으로 그분의 저서와 관련 책들을 끊임없이 읽는다. 유언을 통해 스님의 대표작이자 그분의 세계관을 한 눈에 보여주는 [무소유]의 절판을 소원하셨지만, 그로 인해 [무소유]의 품귀 현상까지 생기고, [무소유]를 소유하려는 기이하고 광적인 바람이 일어났으니 이는 스님이 정녕 원하신 바가 아니었을 것이다. 절대로.
뿐만 아니라 조용히 화장하고 장례할 것을 당부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다비식을 성대하게 치룬 것도 불만이기는 하다. 내가 이교도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법정 스님의 뜻을 존중하고 그분의 삶을 따르려는 독자로서 안타까움이 느껴져서 그렇다.
이 책은 요즘 [무소유]의 절판 사건에 관련되어 우후죽순으로 발간되는 그런 책, 즉 시대의 흐름에 편승한 가벼운 책은 아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소유의 철학을 몇줄로 정의하려는 불순하고도 건방진 책들과는 차별이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의 저자는 평전 전문 작가인데, 그렇다보니 인간 박재철에서 큰스님 법정의 입적까지를 대단히 날카로운 시선으로 접근하고 분석하고 꿰뚫어보고 있었다. 문득 저자의 나이가 궁금했다. 정말 스님과 알고 지내던 사람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법정 스님에 얽힌 일화들, 그리고 그로 인한 그분의 고뇌와 숨결들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생생한 책이기 때문이다. 평전이 가져야하는 객관성에서 다소 주관적으로 치우친 부분도 있지만, 이로써 보다 생생하게 법정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사실 시대의 위인이고 우리 시대의 스승이기에 좋은 점과 위대한 점만 나열해놓은 책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렇지만 이 책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행복]은 법정 스님을 존경하고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가슴 따뜻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인간적인 책이다. 비교적 얄팍한 두께와는 달리 가슴 가득 묵직한 깨달음을 주는 보석과도 같은 책이라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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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토론 - 확실하게 설득하고 기분 좋게 얻어내는
오하시 히로마사 지음, 이경덕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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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하시 히로마사, 이경덕 옮김, 『행복한 토론』, 다른세상, 2010.


언젠가부터 토론이 싫어졌었다.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기껏 분위기 좋게 토론하자고 해놓고 마지막에 가면 꼭 언성을 높이고 싸움을 하는 것으로 끝냈던 우리나라의 안좋은 토론 문화 때문이었던 것이 원인이었다. 그건 말다툼이지 토론이 아니었는데, 우리나라에는 토론을 빙자한 말다툼 문화가 팽배해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과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봤을 때 이 책의 제목인 ‘행복한 토론’이란 불가능한 상태였다. 혹시 모른다. 내가 말다툼에서 이기게 되면 정말 행복한 토론을 맛볼 수 있을지도. 어쨌든 반신반의하며 책을 집어 들었다.
“일본에서는 ‘그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라는 표현이 좋은 의미가 아닌 모양이야. 그러나 미국에서 ‘He is different.’라는 말은 칭찬의 뜻이야.”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다르다’ 대신 ‘틀리다’라는 말을 많이 쓰는 자기 중심적인 우리의 세계관과 언어관은 어쩔 수 없이 불행한 토론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나보다. 내 것만 옳고, 남의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버리고 나와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자세. 이러한 자세가 행복한 토론을 이끌어내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쉽다. 역시 말은 쉽다. 실제로는 그렇게 행동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이 나서... 조금 창피했다.
이러한 자세, 이러한 마음가짐을 갖기 쉬울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시기 적절하게 유용한 조언이 언급되었다. ‘타인과 다른 의견을 주장할 때 두려워하지 마라. 사물은 보는 관점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주위에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40쪽)’ 그렇구나. 서서히 행복한 토론에 가까워지는 내 모습을 보니 제법 뿌듯하고 흐뭇했다. 아예 처음부터 나랑 전부 같은 생각일 것이야 라는 막연한 태도로 토론을 접근하지 말고, 아예 이와 같은 상대적인 시선이 있음을 인정하고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행복한 토론]은 이와 같이 심리적인 방법, 토론의 테크닉 등을 두루 다루며 확실하게 설득하고 기분 좋게 얻어내는 토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지침서가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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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숨 장편소설
김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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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 『물』, 자음과 모음, 2010.

 

 

아빠는 불이고, 엄마는 물이다. 세자매는 공기, 금, 소금이다. 이렇게 도식화해 놓으니 그들의 관계가 깔끔해보인다. 그렇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관계는 상당히 난해하고 복잡하다. 우선 불인 아빠와 물인 엄마 사이의 대립 구조가 기본적으로 눈에 띈다. 불을 끌 수 있고, 불을 감쌀 수 있지만, 불에 의해 얼음이 물로, 물이 수증기로 바뀌기도 하는 그 관계. 그렇기에 엄마는 수시로 물에서 얼음으로, 물에서 수증기로 그 형상과 상태가 변해만 간다. 작중 화자인 나는 소금이다. 결혼 생활을 마무리하고 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들어오게되자, 그동안 집을 떠나있었던 아버지도 집으로 들어오게 된다. 우연일까? 일이 터지려면 어떻게든 터지기 마련이다. 그렇게해서 이네들은 한 집에 살게 된다. 그런데 그 집이라는 것도 뭔가 의미가 담겨있는 공간이다. 원래는 300여톤의 물이 담겨있던 저수지였는데 불인 아버지가 그 물들을 전부 몰아내고 이 집을 세웠다. 하나하나 설계하고 건축했기 때문에 집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은 그 누구보다 강하다.

등장인물간의 갈등은 어떤 작품보다 강하다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들의 갈등 관계. 갈등의 원인을 찾을 수만 있다면 이것을 해결하여 해피 앤딩으로 작품을 끝낼 수 있을 텐데, 이들의 갈등 관계는 태생적인 것이라 근본적으로 해결 불가능하다. 아빠가 불이고 엄마가 물이라니까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집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집에 물은 점점 없어지는데 그 원인을 모른다. 집을 짓기전에 300여톤의 물이 있었다지만, 그 몰아낸 물이 다시 돌아올리도 없고.. 원인을 모르기에 집의 분위기는 삭막해지고 점점 더 건조해져서 인물간의 갈등은 첨예해질 수 밖에 없던 것이다. 원인을 모르는 불화, 태생적인 갈등. 그렇기에 이 작품은 안타까움이 진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물은 말랐다. 물이 돌아올까? 물이 돌아오면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갈까? 이 답을 찾기위해 책장을 끝까지 넘겼고, 내 가슴은 예상치 못한 답답함으로 묵직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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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 (백색인), 신들의 아이 (황색인)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 어문학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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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 이평춘 옮김, 『신의 아이-백색인』/『신들의 아이-황색인』, 어문학사, 2010.

 

 

대단한 책이다. 인간의 본성과 심리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해온 흔적이 남는 책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날카로운 시선으로 접근했기에 그만큼 다가오는 무게감이 다르다. 대단히 무겁게 다가오지만, 그 날카로운 시선과 접근에 소름이 끼칠 정도다. 우리가 이야기하기 어려워하는 소재를 다루었기 때문일까? 뱀도 뱀이라면 싫어한다지만, 우리도 우리의 내면에 숨겨있는 잔혹성과 폭력성을 꺼내 이야기하면 왠지 거부감이 생긴다. 아니라고 우겨보기도 하지만, 그런다고 바뀔 본성이 아니지 않는가. 신의 아이와 신들의 아이. 이 두 작품을 읽어보고 엔도 슈사쿠에 대해 큰 인상을 받았는데, 특히 전자인 『신의 아이-백색인』에 대해 무섭지만, 관심과 애착이 갔다.

역자도 이번 작품을 번역을 마친 후에도 제목을 정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원제인 백색인, 황색인에 부제목을 붙인 채로 출간하였다고 한다. 독자에게 이 책을 접근하는 방법을 제시해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신의 아이』에는 30년 넘게 신을 믿어왔고, 20년 넘게 종교 문학을 연구해왔지만, 아직도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오고 있다는 작가의 고뇌가 고스란히 뭍어 나온다. 카톨릭 신자이면서 프랑스 유학을 갔던 작가의 이력을 떠올려봤을 때 순간, 이건 자서전이 아닌가? 착각을 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묘사하기 어려울만큼의 세밀하고 적나라한 감정 묘사와 고뇌의 흔적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예수쟁이들의 연민만큼 나를 상처 입히는 것은 없었다’는 ‘나’의 고백은 ‘작가’ 자신의 고백이 아닌가 곱씹어 봤었다. 나와 신학생인 자크, 그리고 마리 테레즈.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전혀 인과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몇가지 사건들이 기묘하게 물려나가면서 죄를 낳고, 죄를 낳게 된다. 성경에 죄의 삯은 사망이오라는 구절이 떠오르자 이 작품이 비극적으로 끝날 것임을 예감하게 되었다. 인간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악의 심연으로 빠져들어갈 수 밖에 없나. 폭력과 괴롭힘, 고문과 죽음. 괴롭히는 사람은 어느 순간 어떠한 죄의식도 없이 일종의 정욕적인 희열까지 느끼게 되고 매질을 끝냈을 때는 마치 육욕의 희열이 돌연 사라졌을 때와 같이 허무함마저 느끼는 장면을 보며 왠지 모를 부끄러움과 섬뜩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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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종말시계 - '포브스' 수석기자가 전격 공개하는 21세기 충격 리포트
크리스토퍼 스타이너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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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스타이너, 박산호 역, 『석유종말시계』, 시공사, 2010.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분명히 석유는 인류 발전에, 인류 생활에 상당히 유용한 자원이지만 한정되어 있기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석유를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 간의 부에 의한 권력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석유는 점점 귀해지고, 가격은 한도 끝도 없이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 책 ‘석유종말시계’가 등장했다.

작가는 ‘포브스’의 수석기자이다. 그처럼 세계를 보는 예리한 시각을 가진 이의 말이기에 가볍게 들을 수 만은 없다. 아, 막연한 권위에의 호소의 오류라고 폄하하지는 말길 바란다. 책을 읽어보면 그 경고가 막연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몸서리치며 깨닫게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부제에는 ‘21세기 충격 리포트’이다. 분명히 석유가 종말할 시간이 가까워오고 있는 것 같다. 저자는 석유가 사라진 이후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을 다양한 예측을 통해 현실감있게 접근한다. 석유 1갤런당 4달러일때부터 10달러, 16달러, 20달러... 이런식으로 세부적으로 파트를 나누어 예측을 해본다. 예를 들어 1갤런당 6달러일 때에는 현재 엄청난 인기를 끄는 SUV가 멈춰설 것이고, 14달러가 되면 전 세계적인 그룹인 월마트가 망할 것이며, 18달러가 되면 철도의 르네상스 시기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실제로 저자는 현재에 인기 있는 “자동차, 항공사 주식을 팔고 철도 주식을 사라”며 석유에 의한 현실의 상황이 반드시 바뀌게 될 것임을 확신에 찬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사실 저자의 주장들은 허무맹랑과는 거리가 멀다. 실례로 석유가 1갤런당 16달러가 되면 초밥이 종말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부분은 참신하고 재미있으면서도 걱정스러움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초밥의 미래에 대해서는 두 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는데 하나는 향후 5년간 유가가 소폭으로 인상돼서 당분간은 저렴하게 초밥을 먹을 수 있게 된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유가가 급격히 인상돼서 참다랑어를 수송하고 공수해도 이익이 안남다보니 초밥 문화가 없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어업이 부활해서 다시금 마음껏 초밥을 먹을 수도 있다는 예측을 한다. 현재의 수송 구조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예측까지 해내며 ‘봐라, 이래도 석유에 의한 세계가 계속 진행된다고 주장할래?’하며 그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분명히 대체 에너지, 미래의 에너지는 반드시 개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시간이 조금 더 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더욱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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