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혁명
아보 도오루 지음, 이정환 옮김, 조성훈 감수 / 부광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전에 어디선가 들은 ‘신발의 기원’에 관한 우화가 하나 있습니다.




 옛날 어느 왕국이 있었습니다. 그 왕국의 공주는 어렸을 때부터 밖으로 돌아다니는 걸 매우 좋아했지요. 왕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싶었지만 험한 길 때문에 발이 아팠던 공주는 왕에게 나라의 길 전체에 비단을 깔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딸을 매우 사랑하는 왕은 고민을 하다가 신하에게 좋은 방안이 없는지 물었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던 신하가 생각해 낸 것이 공주의 발에 비단을 까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왕국 전체에 비단을 깔 필요가 없으면서도 발을 옮길 때마다 비단을 밟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신발입니다.




 질병을 치유하는 방식에도 이 우화에 나온 것처럼 두 가지 방식이 있을 것입니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요인들을 찾아서 전부 없애던가, 아니면 자신의 면역력을 높여 어떤 병원체에도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방법일 것입니다. 어떤 방법이 더 효율적일지는 이 우화에서의 해결책처럼 너무나도 분명합니다.

 ‘면역혁명’이라는 이 책은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서양의 과학적 의학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합니다. ‘과립구’, ‘림프구’, ‘교감신경’, ‘부교감신경’ 등의 과학적인 용어와 면역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하고 있지만, 저자의 근본적인 치료원칙과 사상은 동양의 전통의학과 매우 비슷합니다.

 사실 히포크라테스 시절부터 내려오는 서양의학의 모습은 동양의학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데카르트 이후에 과학의 기계론적이고 귀납적인 사고를  받아들이면서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해부학의 눈부신 발전과 그에 따른 수술기술의 눈부신 성장. 현미경의 발명과 함께 이뤄진 세균학의 발전, 그리고 등장한 항생제. 전염병을 물리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백신의 발명 등 최근 1~200년 동안 이뤄낸 서양의학의 눈부신 성과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많은 부작용을 낳은 것도 사실입니다.

 현대의학은 점점 ‘실험실 속의 의학’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의학의 기본적인 관심은 사람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학자들은 쥐를 가지고 실험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의사들은 ‘고통받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가진 ‘질병의 제거‘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수술은 성공했지만 환자는 사망하는’ 상황은 그저 우스갯소리에만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질병과의 전쟁에 몰두한 나머지 전쟁터가 되는 사람이 입게 되는 피해는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책에도 이런 사례들이 많이 나와있습니다.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 큰 효과도 없이 고통을 받다가 면역요법을 소개받아 치료를 시작한 뒤로 몸도 좋아지고 고통도 많이 줄게 되는 환자들의 수기들이 여러 편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환자들의 수기를 보며 눈여겨 볼 점은 면역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치료효과는 물론 의사들과의 관계에서도 만족감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지 이 의사가 친절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면역치료는 백혈구의 수를 조절하는 것도 있지만, 환자의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는 원인을 찾아내서 그것을 해결하는 데 더욱 중점을 두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환자와 상담을 오래 할 수 밖에 없고, 의사와 환자가 함께 질병의 근본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하다보면 환자도 의사에게 더욱 신뢰감을 가지게 되고 치료효과도 더욱 높아지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든, 한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든, 의사이든, 한의사이든 이 책을 읽고 얻는 것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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