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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게으름 - 게으름에서 벗어나 나를 찾는 10가지 열쇠, 개정판
문요한 지음 / 더난출판사 / 2009년 2월
평점 :
별 기대 없이 무심히 책장을 넘겼다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을 받은 경험이 있는가? 과장을 조금 보태면, 하늘이 내 인생에 준 세 번의 기회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 뇌리에 강하게 들어와 박힌 책. 나에겐 <굿바이, 게으름>이 바로 그런 책이다.
저자는 게으름을 '작은 게으름'과 '큰 게으름'으로 나누는데, 나처럼 일상생활에서 게으른 것, 정리정돈를 못한다거나 늘상 늦잠을 잔다거나 하는 것을 '작은 게으름', 인생 전반에 걸쳐 에너지가 저하된 상태, 즉 삶을 위한 뚜렷한 목적이나 방향성 없이 말 그대로 막 사는 것을 '큰 게으름'이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이 책은 '큰 게으름'에 대해서만 다룰 예정이라고 해서, 작은 게으름과 이별해보고자 했던 나는 좀 실망하고 말았다.
나는 집에서는 지독하게 게으르지만, 인생을 놓고 보면 정말 투쟁하듯 열심히 살아왔다. 대학 때는 합창동아리 지휘자, 교회에서는 3개 부문의 리더를 맡고 있었고, 과외는 항상 2개 이상 뛰고 있었다. 그와중에 음악, 영어, 운동 등 배우고 싶은 건 다 배우고 다녔다. 친구를 만나 차 한 잔하려면 2주 전에 약속을 잡지 않으면 안 됐다.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남은 것은 형편 없는 학점과, 막막한 미래뿐이었다.
게으름을 판단할 때는 '삶의 방향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결국 핵심은 모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
하루를 열심히 사느냐 안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늘 하루가 내일로 연결되어 삶의 지향성을 갖느냐, 아니면 그냥 하루하루의 연속일 뿐이냐가 중요하다. -p.28
취업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12시간 가까이 근무하며 체력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져가면서도 재즈피아노도 계속 배우고, 책도 열심히 읽었다. 덕분에 몇 년만에 연봉도 많이 오르고 역량도 향상되었지만 항상 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 속을 하염없이 걷는 기분에 사로잡혀 살았다.
나 같은 경우 에너지가 방향성 없이 흩어져있는 데다, 재충전이 되지 않은 경우이고, 그 외에 부정적 에너지가 많은 경우, 에너지의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 등 다른 케이스들도 소개된다.
저 자는 정신과 전문의로서 위에서 독자를 내려다보면서 게으른 사람들을 비난하고, 어서 빨리 고치라고, 정신 바싹 차리라고 다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람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게으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단계별로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나를 돌아보게 되고 나도 몰랐던 나를 알게 되면서,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된다.
게으름 탈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성을 갖추는 것이다. 단지 '게으름에서 벗어나자!'와 같은 구호 아래 문제의 해소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대중을 쫓아가거나 대중적인 성공만을 추구해서도 안 된다. -p.107
결론은 재능과 적성을 바탕으로 자신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을 향해 '삶의 에너지를 일정한 방향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행복은 길 위에서 피어나는 꽃이어야지 목표에 도달한 뒤 받는 트로피가 되어서는 안 된다. 행복이 만일 목표라면 그곳에 도달하기 전의 삶은 불행으로 물들 수밖에 없다. -p.248
나는 게으름에서 벗어나는 것도, 진정한 행복을 만나는 것도, 그리고 삶에서의 성공도 결국 하나라고 본다. 즉, 자기로서 살아가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결국 삶의 목적은 피어나는 데 있다. -p.251
이 책의 가장 끝 부분이다. 내가 뒤통수를 맞은 대목이기도 하다. '행복'이 목표에 도달한 뒤 받는 트로피가 되어선 안 된다니! 충격이었다. 요새 일상생활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싶으면서 씁쓸해지곤 했다. 매일 매일 성장해야 하고, 발전해야 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고, 뭔가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면 참기가 힘들었다. 물론, 매일 매일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을 성취해야만 행복할 수 있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에야 존재 가치를 느낀다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삶과 행복에 대한 저자의 견해와 같은 내용은 광고인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에도 나온다.
우리는 삶을 레이스로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때는 명문 중학교를 가야죠. 명문 중학교 갈 때까지만 희생하자. 그럼 행복해질 거야. 명문 중학교 가면 외고에 가야 해요. 외고 갈 때까지만 희생하자. 그럼 행복해질 거야. 외고를 가면 서울대를 가야 하고, 서울대에 가면 대기업에 가야 하고 대기업에 들어가면 부장이 되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나이가 일흔이에요.
레이스가 된 삶은 피폐하기 이를 데 없죠. 왜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그래서 저는 순간순간 행복을 찾아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행복은 삶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 <책은 도끼다> 중에서
보통 대중 심리학 서적의 경우, 자기계발서와 마찬가지로,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해서, 결국 책을 덮었을 때 머리에 남는 내용이 고작 한 두 문장으로 요약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과 성공, 삶에 관한 통찰이 가득하다. 책에 줄을 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는데, 책에 줄 치는 것은 싫어서 휴대폰으로 찍어놨더니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나 같은 경우, 몇 년간 회사에서 죽도록 달리다가 작년에 이직한 후 매출과 상관없는 비교적 덜 중요하고 한가한 업무를 맡으면서 극심한 무력감과 우울감에 빠졌었다. '성취'에 집착하며 쏟았던 에너지가 결국 완전히 방전되었던 것이다. 그 상태에서 최근에 빠져나왔기 때문에 이 책이 나에게 더 와닿았을 것이다.
혹시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분이 있다면, <굿바이, 게으름>과 함께 내 마음 속 깊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내 '작은 게으름'은 어떻게 고치지?
PS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와 리처드 윈터의 <지친 완벽주의자를 위하여>를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지친 완벽주의자를 위하여>는 정신과 전문의면서 신학자가 쓴 책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