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늙기
송차선 지음 / 샘터사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을 아끼지 않으면 사람들은 듣지 않으려고 하고, 말을 아끼면 사람들은 들으려고 합니다.(67p)

 나이를 내세워 그것으로만 모든 것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이제는 모두 어리석은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나이라는 형식권위보다 나이에 맞는 행동들로 실질권위를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88p)

 노인들이 자신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세상에 관심을 갖고,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면 보기에도 아름다워보이고 늙어서도 사랑을 받습니다. 봉사도 곱게 늙는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182p)


예전엔 노인이라는 이유로 공경을 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혐오 표현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이제 노인들에겐 틀딱충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살아왔던 세월이 있기에 그 세월을 무기로 젊은이들을 압박하고 무시하는 노인들이 많다. 제목만 보고도 아쉬운 마음이 강했다. 사실 요즘 곱게 늙은 사람을 보기가 힘들다. 세상은 변해도 노인들은 그대로다. 자기 말이 맞는다고 우기며, 자신들은 약하니 무조건 보호받아야 한다고 하며, 자기 맘대로 되지 않을 시엔 소리 지르고 욕까지 서슴지 않는 노인들이 있다. 내가 바라보는 노인에 대한 생각은 사실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많다. 물론 나도 늙으면 노인이 될 테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노인들 보며 '나는 절대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항상 다짐한다. 이 책은 노인으로 불리는 나이대 뿐 아니라 아줌마 아저씨와 할머니 할아버지의 경계선에 사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사실 매우 나이가 많은 노인들보다 경계선에 선 사람들이 무례한 경우가 굉장히 많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 '우리 때는 더 했어' 그랬다고 우리도 그때만큼 힘들고 괴로워야 한다는 말인가? 나이 들어서 무시당한다고 속상해하지 말고 자신이 나이만 먹은 건 아닌지 뒤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이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한가? 아니면 나이 먹었다고 사람들이 무시하는 거 같은가? 이 책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상식이 정답은 아니야 - 세상의 충고에 주눅 들지 않고 나답게 살기 ㅣ 아우름 31
박현희 지음 / 샘터사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건너야 할 다리 앞에서 주저하고만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두려워도 일단 한 발을 내딛어야 다음 무대가 펼쳐진다.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 말고 자전거를 타고, 망치는 것을 두려워 말고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 넘어지면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되고,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새 스케치북을 꺼내 다시 그리면 된다. (21p)

 누가 빈 수레를 보고 실속 없이 시끄럽다고 손가락질을 하는가. 그건 억울할 때는 제 목소리를 내고 시끄럽게 구는 것이 그나마 실속을 차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다.(30p)


. 이 책은 속담에서 찾은 상식의 배반과 총고에서 찾은 상식의 배반 두 가지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 아 아쉽다! 너무 짧아!'였다. 속담, 상식 같은 걸 인용하며 사람의 기를 죽이고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상식이 정답이 아니라며 또박또박 반박을 한다. 그렇다, 왜 우리는 전해져내려온다는 말이라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생각을 바꾸기도 하고 그럴까? 어떻게 수많은 상식과 속담 중에서 어떤 기준으로 추려내었을까? 여성차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와 같은 속담은 교양이 있는 사람이라면 입에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무식한 걸 인증하는 속담,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 ,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따위의 속담은 제외했다.

 상식의 배반 중 가장 와닿고 공감되었던 건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가다가 그만두면 아니 간만 못하다, 공부에도 때가 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다. 아마도 이 네 가지가 나를 가장 괴롭히는 것들인가 보다. 결혼 전 직장생활 때 둥근 인간은 아니였다. 동기들 사이에선 어떨지 몰라도 역시나 선임들 사이에선 모난 돌이었다. 이쁨 받은 적은 생각조차 나지 않고 경상도에서 살았던 탓에 사투리를 쓰는 건데 그런 걸로도 구박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뿔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보통 사람이 아니라 위대한 천재일지라도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여 둥글어지지 않는다면 그를 기다리는 것은 몰락이다.(37p)

나는 이것저것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확 들끓어서 시도하다가 이내 내게 자질이 없다고 생각하면 푹 식어버린다. 벌려놓은 취미들도 있었다. 그때마다 남편은 곱게 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무언갈 시도하기가 겁이 난다. 일단 돈이 들고, 시간이 드니까. 좋아하는 것이 많은 게 잘못일까?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다시 하지 않더라도 ' 그 취미는 나와 맞지 않다'라는 걸 알게 된다. 무조건 끝까지 가야 하는 것만 하게 된다면 시도조차 쉽게 하지 못할 것이다.

 공부에도 때가 있다는 말은 참 나를 아프게 한다. 여기서 나오는 그 '때'에 나는 공부를 그다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부에는 때가 있다지만 공부하고 싶은 때는 사람마다 다 다른게 아닌가? 부모가 경제적인 능력도 있고 교육에 관심도 있어서 그때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면 그건 그 아이가 행운아가 아닐까? 때가 있는 공부는 아무래도 입시를 위한 공부일 거다. 대학, 혹은 여러 가지 시험. 그러나 공부는 평생 해야 한다. 공부를 안 하는 어른들이 많아지면서 나이 든 사람들이 무식하단 소리를 듣는다. 평생 해야 하는 것이 공부인데 자신들 젊었을 때 지식 만으로 젊은이들을 가르치려고 하니 듣는 소리다.

 튼튼한 떡잎이 시작에는 좀 유리할지 모르지만, 떡잎만으로는 아무것도 점칠 수 없다. 무성하게 가지를 뻗고 튼튼한 나무로 자라날 때까지 떡잎에는 무수히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 그러니 이제 시작하는 떡잎에게 벌써부터 나무 흉내를 내라고 재촉하기보다는 어떤 나무로 자라든 튼튼하게 커갈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봐 주고 돕는 게 좋지 않을까.(71p)
 요즘 아이들이 참 불쌍하다. 나도 아직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는데 10대부터 하고 싶은 걸 정해서 시나리오에 맞게 살아야 한다니. 우리 아이들은 어떤 나무로 자라든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봐 주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 자화상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몹시 괴로웠지만 모든 일에 대해서 언제나 후회하지는 않았다. 단지 때때로 벌어지는 일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필연이라고 생각했다. 불길한 운명이 나를 지배하고 있는 한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 같았다.(55p)

"그건 한낱 옛날이야기에 불과해.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바로 여기에 이 종교가 가진 결함이 잘 나타나 있단 말이야. 구약이나 신약 속의 신의 모습은 아주 완벽하고 훌륭하게 묘사되어 있지만 그것이 본래 신을 나타내는 모습은 아니란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 신이란 고귀하고 아버지의 존재와 같이 아름답고 높으면서, 다정다감한 것이라는 것은 올바른 말이야! 하지만 세상에는 또 다른 세계도 존재하고 있단 말이야. 이 다른 부분은 전부 악마적인 것으로 취급되어 세상의 이러한 부분의 전부, 즉 세상의 절반은 은폐당하고 묵살되고 있는 거야. 신은 모든 생명을 근본적으로 찬양하면서도 생명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는 성생활은 전부 묵살하고 악마적인 것이나 죄로 여겨 단죄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아. … 우리는 신께 예배하는 동시에 악마에게도 예배해야 해. 그래야 정당하다고 할 수 있어. 혹은 자신의 내부에 악마까지도 내재 시키고 있는 신, 즉 이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 앞에서 의례적으로 무시할 필요가 없는 그런 신을 창조해야 한다고 생각해."(95~96p)

"너에게 불행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야. 그렇지만 말이야. 무엇 때문에 술을 마시는지는 우리 둘 다 모르고 있어. 하지만 네 마음속에 있는 어떤 것, 너의 생명을 형성하고 있는 그것은 깨닫고 있을 거야. 우리들 마음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우리들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무언가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너에게 도움이 될 거야."(135~136p)


 서양 고전으로 유명한 데미안을 처음 읽어보았다. 조금 어렵지만 읽다 보니 아!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구나라는 게 딱 느껴졌다. 싱클레어는 두 세계에서 살고 있다. 하나의 세계는 모범적이고 그저 바른 세계 아버지와 어머니이고 하나의 세계는 다른 말, 다른 환경을 가진 하녀, 직공들의 세계이다. 싱클레어 집안은 매번 예배드리고 기도하고 찬양하는 그런 신앙심이 깊은 집안이다. 그러다 싱클레어가 친구들 앞에서 허세를 부리다 자기가 한 짓도 아닌 도둑질을 했다고 말한다. 이후 크로머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아귀에 걸려든 것 같아 괴로워한다. (아마 이런 시련을 이 전에 겪어보지 못해 더욱 힘들어했던 것 같다.) 그러다 데미안을 만나게 되고 자신을 찾아간다. 데미안을 통해 크로머에게 속해 있던 세계를 깨어 나온 것이 싱클레어에게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는 첫 발판이 되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모든 사람에겐 두 가지 이상의 세계가 있지 않을까? 내가 아는 세계(보통 많이 함께하는 부모 아래의 세계)와 내가 가고 싶은 세계, 그리고 학교에서의 세계에서 나는 왔다 갔다 했던 것 같다. 데미안의 우리는 신께 예배하는 동시에 악마에게도 예배해야 한다는 말. 우리 모두 마음속에 악마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수를 섬긴다는 성직자들도 하루가 멀다 하게 나쁜 짓을 해서 뉴스에 나오는 걸 보면 모든 사람 마음속에 악마가 사는 것 같다. 모태신앙의 집에서 태어나 어릴 땐 부모님 따라 교회도 성실하게 다녔고 성경공부도 했었다. 그땐 그 세계가 진짜인 줄 알았다. 성경에 나온 이야기에 대해 맞다 틀리다를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다른 세계와 소통하는 내게 더 이상 성경에 대한 믿음은 많이 퇴색됐다. 하나의 세계에서 살다 다른 세계로 나아가며 자신의 자아를 찾아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것, 그 과정에서  소년 싱클레어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나는 단지 그 어두운 거울 위에 몸을 굽히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나는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는 완전히 그와 닮아 있던 나, 내 자신의 모습을 그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나의 친구이자 나의 인도자인 그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던 나를

 이 책의 마지막 구절. 자신의 열망을 찾다 어떤 이미지에 도달하게 되고 그 여인이자 데미안인 그에게 입맞춤을 받고 난 후 그는 바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고 말한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쓰여 전쟁이 끝난 후 출판되었다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익숙해질 때
투에고 지음 / 자화상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소확행
살다 보니 인생 뭐 별거 없더라.
고된 일과를 마치고
시원한 생맥주 한잔
달콤한 초콜릿 한 입
가끔은 그거면 되더라(29p)

 예전에는 작은 퍼즐도 무조건 끝까지 맞추려고 몇 날 며칠을 붙잡았었는데, 이제는 쉬이 포기하는 내 모습이 더 익숙하다. 관계도, 오해도 그런 것 같다. 풀리는 경우보다 더 헝클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아예 시도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 구태여 나에게 있어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나 의심이 들기도 한다. 흐트러질수록 다시 잘 맞춰보려 했던 지난날에 지쳐버렸다고나 할까.(67p)

 나이가 들수록 나의 주변 사람들도 차츰 감정의 온도가 비스름해진다. 무엇이 우리를 물들게 했는지는 모르나, 나쁘지만은 않다. 그만큼 깊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라는 뜻이기도 하니까.(119p)

나는 우울을 사랑한다.
한데 너무 빠지지는 않으려 한다.
헤어나올 수가 없으니까.(180p)


 10만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하는데 아마 이 책을 읽기 전 이 작가의 글을 봤다면 10만 독자 중 하나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에세이 책은 비슷하다 말하지만 더 나아가려고 애쓰는, 그런 모습이 보이는 에세이였다. 정말 내가 일기장에 적을 만한 희로애락이 다 들어있는. 혼자서 심오의 세계에 빠질 때가 있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30대로 추정되는 이 작가 또한 그렇다. 나이가 들면서, 사회생활하면서 만나게 되는 인연들. 혹은 기존 친구들과도 두 갈래 길에서 헤어지게 되는 경우들. 나이가 먹을수록 인간관계는 어렵고, 상처받고, 그래서 마음을 닫게 된다. 누구와 내 고민을 함께 나누는 것보단 앓고 나면 괜찮아지면 열병처럼 그렇게 저절로 해결되길 기다린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무거워지고, 그렇게 내성적인 사람으로 변해간다. 말수는 줄어도 생각은 줄지 않는 법. 이렇게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는 작가의 능력이 참 부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우리, 아이 없이 살자
김하원 지음 / 자화상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세계일주 D-day'
  누군가에겐 꿈이 현실로 이뤄지는 날이고, 누군가에겐 미지와 불안의 세계로 떠나는 날이다. 분명 같은 날인데 마음은 극과 극이었다. 세상의 어떤 즐거운 일도 내 마음이 즐겁지 않으면 지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는 설렘으로 밤잠을 설쳤을 날에 나는 두려움으로 밤을 샜다. (54p)

 나의 자발적 선택으로 시작한 여행이라면 이 정도까지 불안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 끌려가는 삶,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환경에서 불안 에너지도 생기는 것 같았다. 내가 의지를 갖고 할 때는 긴장은 다소 될 수 있으나 과도한 불안이나 두려움은 없었다. 수동적 삶과 능동적 삶은 한끗 차이였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 달랐다.(94p)

 자연과 늘 함께 사는 이곳 사람들도 쫓기듯 사는 우리의 삶처럼 치열할까? 아니면 우리보다 더 행복할까? 적막감마저 감도는 한적함과 삶의 순간순간을 음미하는 여유가 참으로 부러웠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여행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신랑이지만 여행이라는 공통분모를 발견했다.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은 곳을 다니자고 약속했다.(140p)

 기쁨보다 슬픔을 함께할 때 더 깊은 삶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서로에게 힘이 되지 못했다. 함께 걸어하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뻐하는 우리 둘. 여행 전 꿈꿨던 우리의 모습에 한 발짝 가까워진 느낌이다. 가슴 한편이 따뜻해진다.(151p)

 전통적 사고나 사회적 규범이 만든 틀 안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던 우리는 이제 우리만의 룰을 만들어 지켜나가기로 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었다.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175p)


 비자발적 딩크, 아이 없는 부부가 중년에 떠난 세계여행 이야기다.
 너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여린 여자는 자꾸 상처를 받는다. 대화를 시도할수록 더 깊은 동굴에 숨어버리는 남편. 여자는 결국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이석증, 공황장애, 불안장애를 얻는다. 그 와중 아이는 안 생겨 시술도 받아보지만 자궁 선근증 수술로 인해 아예 임신을 바라지 못하게 되었다. 폭풍 같은 시간 속에서 갑자기 남편이 꺼내든 카드는 '세계여행' 스트레스로 인해 얻은 병들 때문에 비행기는 꿈도 못 꾸는데 변화가 필요하다며 세계여행을 가자고 한다. 떠나기 전부터 걱정에 비행기 타고 나서도 걱정, 도착하고 나서도 걱정, 여행 내내 걱정. 처음엔 남편의 무관심과 쌀쌀함, 매정함, 부하직원처럼 대하는 태도를 보고 '진짜 저런 사람이랑 못 살겠다.' 생각했는데 매일매일 하루 종일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저자를 보고 '아 이 남자도 나름 힘들겠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한 아내를 남편은 타국에서 잘 보듬어주었고 당연히 싸움도 일어났다. 타국 가서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무안주는 남편, 그게 너무 서러운 아내. 내 생각엔 다른 사람들 앞에서 타박하고 무안주는 남편이 100프로 잘못인 것 같지만 그는 모르는 듯하다. 늘 그렇게 살아왔으니....
 이 부부의 운명은 어찌 될까. 이러다 세계여행 가서 이혼하는 거 아닌가 했지만 역시 말 안 통하는 타국에서 서로 의지하며 하루 종일 붙어있어야 하는 세계여행. 미우나 고우나 지금 여기서 나와 함께 하는 사람은 이 사람뿐이고 내가 아프면 걱정해주는 사람도 이 사람뿐이다. 고산병에 걸려 아내의 아픔을 공감하는 남편. 몰라도  되는 아픔을 알게 되어 안타까워하는 아내. 서로 너무 사랑하지만 표현 방법이 달랐을 뿐이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는 말, 그렇다. 타인에게 기대하고 실망하고, 변하길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스스로 변하는 게 훨씬 쉽고 편안하다. 자존감이 높아진 저자는 남편에게 예전만큼 상처받지 않는다. 여행기가 아닌 한 부부의 성장기를 읽은 듯한 느낌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