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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질 때
투에고 지음 / 자화상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소확행
살다 보니 인생 뭐 별거 없더라.
고된 일과를 마치고
시원한 생맥주 한잔
달콤한 초콜릿 한 입
가끔은 그거면 되더라(29p)
예전에는 작은 퍼즐도 무조건 끝까지 맞추려고 몇 날 며칠을 붙잡았었는데, 이제는 쉬이 포기하는 내 모습이 더 익숙하다. 관계도, 오해도 그런 것 같다. 풀리는 경우보다 더 헝클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아예 시도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 구태여 나에게 있어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나 의심이 들기도 한다. 흐트러질수록 다시 잘 맞춰보려 했던 지난날에 지쳐버렸다고나 할까.(67p)
나이가 들수록 나의 주변 사람들도 차츰 감정의 온도가 비스름해진다. 무엇이 우리를 물들게 했는지는 모르나, 나쁘지만은 않다. 그만큼 깊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라는 뜻이기도 하니까.(119p)
나는 우울을 사랑한다.
한데 너무 빠지지는 않으려 한다.
헤어나올 수가 없으니까.(180p)
10만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하는데 아마 이 책을 읽기 전 이 작가의 글을 봤다면 10만 독자 중 하나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에세이 책은 비슷하다 말하지만 더 나아가려고 애쓰는, 그런 모습이 보이는 에세이였다. 정말 내가 일기장에 적을 만한 희로애락이 다 들어있는. 혼자서 심오의 세계에 빠질 때가 있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30대로 추정되는 이 작가 또한 그렇다. 나이가 들면서, 사회생활하면서 만나게 되는 인연들. 혹은 기존 친구들과도 두 갈래 길에서 헤어지게 되는 경우들. 나이가 먹을수록 인간관계는 어렵고, 상처받고, 그래서 마음을 닫게 된다. 누구와 내 고민을 함께 나누는 것보단 앓고 나면 괜찮아지면 열병처럼 그렇게 저절로 해결되길 기다린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무거워지고, 그렇게 내성적인 사람으로 변해간다. 말수는 줄어도 생각은 줄지 않는 법. 이렇게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는 작가의 능력이 참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