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문보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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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를 쓸 때면 삽질하는 기분이 든다._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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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말하지만 이미 그녀는 시집을 낸 경력이 있는 시인이다. 저 문장이 바로 눈에 꽂혔던 건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쓸 때도 삽질을 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몇 번을 써도 늘 마음 같지 않고,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나의 감정과 느낀 점을 도저히 글로 옮겨지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내 손가락이 마비된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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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들은 대부분 내 블로그에 올렸던 일기들이다. 갓 20대가 되었을 때 쓴 일기가 주를 이루며, 그 이후의 일기들도 섞여 있다. 일기이기도 하고 소설이기도 하다. 나에게 일기는 사실을 기록하는 글쓰기가 아니라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가장 자유로운 글쓰기다._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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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기는 무조건 사실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일기와 글쓰기를 따로 두었기 때문에 글쓰기는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가 문을 꽁꽁 닫아놓은 형국이 되어버렸다. 단단히 닫혀있는 그 문 앞에서 나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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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보다 이혼을 먼저 할 것 같다는 예감, 결혼을 하고 보니 결혼을 잘 하는 것보다 이혼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할 때는 다들 사랑에 눈이 멀어 불구덩이인지 혹은 에덴동산인지 구분도 하지 못한 채 뛰어든다. 이혼율을 보면 결혼이 그다지 행복만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건 자명하다. 이혼을 잘 하는 것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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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설명 없이도 사랑받고 싶어서 시를 쓴다고 말하지 못했다._121p

어느 날 이상한 글을 썼는데, 그러니까 나는 개떡같이 말했는데 누군가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그게 시구나 싶어서 시를 썼다. 개떡같이 말했기 때문에 찰떡같이 알아듣는 누군가가 생겼구나, 믿으며. 그러면 앞으로 훌륭한 개떡이 되도록 애쓰자. 독자가 찰떡이기를 바라면서. 왜냐하면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해심이 아니라 이해력이기 때문에._1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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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떡같이 말했는데 누군가 찰떡같이 알아들었기에 시를 썼다니, 3번의 출산 이후 원래도 좋지 않던 머리가 건망증이 심해져 "그거, 있잖아."라고 개떡같이 말하면 내가 말하는 의도를 찰떡같이 알아차리는 남편이 있다. 설명 없이도 나도 사랑받고 있구나. 작가 말대로 훌륭한 개떡이 되도록 애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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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친구들아, 나는 문학 때문에 너무 편협해졌어. 나는 시를 쓰느라 우물 안에 들어갔고, 들어갔는데 우물이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우물 안에 우물을 또 만들었고, 그 우물을 파서 기어이 더 깊은 우물 안으로 들어간 슬픈 개구리가 되어버린 거야. 왜냐하면 문학은 결국 깊이깊이 무언가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인데, 내가 무언가를 너무 깊게 이해할수록 우물 밖의 세상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정말 개구리가 되어버린 거야._1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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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를 쓰지도 않고 문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지만 여러 책을 읽으면서 혼자만의 공상에 빠져 있게 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가 책을 읽고 느낀 것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 공상은 나만의 세계에서 떠돌기만 한다. 편협한 사람은 나를 특징짓는 말로 어울린다고 느낀다. 조직생활을 한지 오래되었고 육아와 가정만 있는 삶이 지속되고 있다. 내가 태어난 30년 전보다 세상은 더욱 빨리 바뀌고 있고 나는 거북이걸음으로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외로울수록 책을 더 많이 찾게 되는데 책을 더 많이 읽을수록 더 외로워진다. 우물 안 슬픈 개구리가 될 거라면 글이라도 매일 쓰는 노력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저 나는 노력도 하지 않는 우물 안 슬픈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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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정신과 진료를 본 경험들을 풀어내주니 누구에게는 숨기고 싶은 아픈 기억일지 몰라도 그들의 글로 인해 사람 사는 것은 많은 것들이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단 걸 알았다. 자체 진단으로 화병을 앓았던 것 같은데 결국 지금 내 위치에서 벗어날 용기가 없었기에 '곧 꺼내줄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곤 마음속 깊숙한 곳에 꽁꽁 묻어놓았다. 만약 내가 글로 풀어 낼 재주가 있다면 내 마음속 상처에게 후시딘 정도는 발라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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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일기라고 하는데 좋은 글은 좋은 일기 쓰는 습관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뭐 했다 같은 초등학생도 쓸 수 있는 일기나 반성으로 가득 찬 자기파괴적인 일기 말고 잘 쓰고 싶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그냥 잘 쓰고 싶다. 문보영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작가의 시집 <책기둥>도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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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토베이션 - 있어야 할 게 없어서 성공한 것들의 전략
스티븐 웡커.제니퍼 루오 로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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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토베이션이란 고객 만족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현식 방식이다. 더 적은 비용으로 고객의 기대만큼, 혹은 그 이상을 충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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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니스 센터에 개인 트레이너도 없고 고강도 웨이트 장비도 없다. 흔히 말하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돈이 되지 않는 고객들을 위해 유산소 운동기구를 들여놓고 파격적인 가격으로 기본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순한 저비용 서비스의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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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토베이션은 결정의 연속이다.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준에 의해 무엇을 뺄 것인가 결정해야 한다. 코스토베이션 실행으로 사업에 성공한 사례를 보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어떤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하면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가 먼저 파악하고 비용으로 줄이기 위해서 여러 방면으로 시도해볼 수 있단 걸 알 수 있었다. 기발했던 아이디어는 드라이만 해주는 미용실이다. 미용실에 가면 부가수입으로 수익을 올린다는 걸 알면서도 이것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호객행위에 앉자마자 기운이 쏙 빠지고 만다. 드라이만 해도 하루 종일 기분이 좋게 다닐 수 있다. 단 돈 40달러에 즐거운 기분을 살 수 있다니 기발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형마트에 가면 종류가 너무 많아 스트레스받는다고 한두 개만 갖다 놓는 곳에 가서 쇼핑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코스토베이션은 그런 고객들을 위한 사업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더 이상 가질 것도 없다.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필요한 것만 오랜 갈등 없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물건뿐만 아니라 인적 서비스도 과하면 부담스럽다. 과함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혼자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있다. 최소한의 서비스로 가려운 것만 벅벅 긁어줄 수 있다면 사업은 번창할 수밖에 없으리라. 코스토베이션은 내가 원하는 사업전략임이 틀림없다. 피트니스 센터를 예로 들자면 나는 돈이 안 되는 고객이기 때문이다. 돈이 안되는 고객들은 아무래도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고객층을 잘 겨냥하여 코스토베이션을 실행한다면 사랑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편견 일 수 있다. 가진 게 너무 많아 우리는 힘이 든다. 빼기의 기술을 발휘하여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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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겐 당신이 있습니다 - 다시, 희망에 말 걸게 하는 장영희의 문장들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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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작가는 사랑에 관한 명문장 중 최고의 것으로 <논어>에 나오는 "애지욕기생", 즉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살게끔 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꼽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유효기간이 있다. 죽고 못 살 것 같아 가정을 꾸리고 결혼해도 어느 순간 그냥 살아가고 있다. 흔히 말하는 정으로 산다는 말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일까? 이 문장을 곰곰이 몇 번이고 곱씹어 읽어보고선 나는 사랑하고 있구나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또한 남편도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나를 살아가게 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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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만 추리면 산다는 어머니의 말은 운명에게 배신당하고 삶이 아무리 고단해도 당당함과 인내, 용기만 있다면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말로 들린다. 우리는 아이가 조금만 다쳐도 호들갑 떨며 어쩔 줄 몰라한다. 하지만 아이는 뼈만 추리면 산다. 그 말은 지나간 역사에 의해서도 증명되고 있다. 뼈만 추리면 산다는 말은 몸이 불편한 딸을 위해 온 힘으로 세상을 살아오셨던 어머니가 딸에게 늘 해주고 싶었던 말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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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정보만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

결국 같은 인간이며

공동 운명을 타고난 사람임을 느끼게 해주는가,

그것이 바로 문학의 기본적인 목표입니다.

당신들이 볼 수 있는 봄을 보지 못합니다.

책을 읽으면 인생이 바뀐다고 한다. 물론 아직까지 내 인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허나 책 속에 나와 있는 문장에 대해선 100% 공감한다. 나는 문학을 알게 됨으로써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있으며 타인을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문학을 가까이하지 않는 이는 이기적이기 쉽다. 우리가 문학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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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조각 퍼즐 맞추기 같은 것입니다.

지금 들고 있는 마음의 조각이

여러분 삶의 전체의 그림 중 어디에 속하는지는

긴 세월이 지난 다음에야 알 수 있습니다.

날개를 기억해

경단녀로 있는 지금, 나는 남들보다 훨씬 뒤처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책을 꾸준히 읽음으로써 마음의 양식을 쌓곤 있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은 마라톤이며 조각 퍼즐 맞추기 같은 것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먼 훗날 어떤 날개가 되어 나를 자유롭게 날아가게 해줄지 모르지만 그저 내가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 잊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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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책으로 장영희 작가를 처음 만났으나 너무 늦게 만났다. 지구 65억 인구 중 자신은 하나의 점에 불과함으로 좋은 사람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남기고 가고 싶다고 말하는 작가, 과연 나는 지구의 한낱 점에 불과함에 불구하고 지구 전체를 휘두르는 인간으로 착각하며 독단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았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기쁘면 큰 소리로 웃으면서 감정에 충실하느라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생채기를 주고 사는 것은 아닌지, 며칠 전에 시어머니와 마찰이 있어서 그런가 내가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지나간 자리 곳곳에 좋은 향기가 남길 수 있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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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없는 인생 기획 - 현역일 때 미리 준비하는
도영태 지음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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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4가지 장수의 위험을 보니 준비되지 않은 미래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책 표지가 너무 별로라 뻔한 내용이 아닐까 걱정 반 김영사에서 펴낸 책이니 괜찮을 거라는 기대 반으로 독서를 시작했다. 이 책은 현직자, 퇴직자 모두 읽어봐야 할 책이다. 직장에서 퇴직은 있더라도 인생에서의 자발적 퇴직은 없다. 우리는 이제 입사와 동시에 퇴직 카운트다운을 해야 한다. 미래 먹거리 1기는 입사 후부터 조금씩 구상하여 스타트해야 하고, 퇴직 5년 전부터는 골든타임으로 가속도가 붙어야 한다. 이는 현직에서는 '투잡'이 되고 퇴직해서는 '전문잡'이 되어줄 수 있다고 한다. 보통 퇴직 직전이 되어서야 퇴직 이후의 삶을 계획한다. 저자는 늦었다고 한다. 현직에서 일하면서부터 퇴직 기획을 해놓아야 하고 가까운 시일이 다가오면 계획을 세워 실행해야 한다고 한다. 느린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멈추는 것을 두려워 해야 한다고 한다. 멈추지 않고 느리더라도 계속해서 준비한다면 행운의 여신이 스쳤을 때 우리는 옷깃을 잡을 수 있다. 현직일 때 할 수 있는 퇴깃리스트를 작성해보라고 한다. 약(?)았을 수 있으나 현직 일 때 회사 복지를 이용하여 교육도 받고 자격증도 따고 하라고 한다. 쓸모없는 민간자격증 말고 알짜배기 똑똑한 자격증을 따두는 것이 좋고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자격증보다는 업무와 연관 있는 자격증을 따서 나의 가치를 높여 더 나은 환경으로 이직을 꿈꿔볼 수 있다. 취미가 소모성으로만 치닫지 않도록 하고 현직 때부터 해 온 취미가 퇴직 후에 돈벌이가 될 수 있도록 현직에서부터 갈고닦아야 한다. 이 문장에서 무릎을 탁! 쳤다. 내 취미가 퇴직 이후 돈벌이가 되는 일은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은 바로 나 자신의 '웰다잉'이라고 한다. 잘 죽어야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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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솔직하고 거침이 없고 시원하게 퇴직 이후의 삶을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기획하고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퇴직 이후의 집안에서의 사소한 행동까지도 알려준다. 회사생활의 팁(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요즘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단어 알아두기 등)도 알려주어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해 퇴직 이후에도 고립되지 않도록 도와준다. 가만히 앉아 '어떻게든 되겠지, 잘 될 거야'라는 긍정의 함정에 빠졌다간 배우자에게 버림받고 자식에게 큰 민폐인 존재가 된다. 경력단절인 내게 위기의식을 심어주었고 퇴직을 바라보고 있는 양가 부모님, 그리고 이제 현직이 될 남편에게도 마구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현실적이라 잔인해보일지 몰라도 그만큼 도움이 많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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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파랑새는 없다. 무조건적인 긍정을 좇으면 되려 파랑새는 멀어진다. 현실을 직시하고 하루하루 잘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파랑새는 저절로 따라온다.

2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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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실험 -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상을 실험한 어느 괴짜 과학자의 이야기
딜런 에번스 지음, 나현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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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만에 하나 문명이 붕괴될 때 지구상의 사람들이 어떤 운명을 맞을지 알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문명이 이미 붕괴된 것처럼 행동했다. 일종의 협업적 스토리텔링 내지 실생활 역할극을 펼친 셈이었다._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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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런은 문명이 붕괴될 거라 믿었고 문명이 붕괴될 돼서도 살아갈 수 있는 '유토피아' 공동체를 만들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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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자체는 끔찍한 게 맞겠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더 단순한 삶의 방식은 그 이전의 기술 의존적인 삶의 방식보다 더 나을지 몰랐다. 어쩌면 긍정적 의미에서 유토피아에 가까울 가능성도 있었다._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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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 붕괴되더라도 아마 차근히 붕괴될 것이다. 딜런은 문명이 아주 박살 났을 때를 상상하고 자급자족하는 사회를 꿈꾸었다. 다만 그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상상이었는지는 곧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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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메케이가 말한 '대중의 광기' "인간은 무리로 있으면 광기에 빠졌다가 오직 한 명씩 천천히 제정신으로 돌아온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유토피아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이 진실로 문명이 붕괴된다고 믿고 있을 때 딜런만 천천히 제정신으로 빠져나오며 우울증에 빠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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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기계를 끌 수 없게 될 것이다. 기계에 너무 의존한 끝에 기계를 끄는 것이 자살행위나 다름없어지기 때문이다._57p

확실히 우리는 이제 스마트폰, 컴퓨터 없이는 살 수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게 될까 봐 걱정하는 건 아닐까. 인간이 다른 동물들을 지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최상위 포식자 위치에 있지만 인간은 감정에 취약하기 때문에 이단에 빠지기 쉬운 것처럼 허점이 많다. 로봇은 철저히 이성적이라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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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실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이상주의자들이다. 유토피아 실험이 빨리 실패하는 원인은 이상주의자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어서 현실이 따라주지 않으면 금세 환멸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상주의자가 현실적이기까지 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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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마음속 악마와 직접 대면하는 걸 피하고 싶어서 유토피아 실험을 계획한 건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하던 중이었다. 아마 맨 처음 실험에 대한 구상이 떠오르기도 전부터 마음 깊은 곳에선 이미 알고 있었으리라. 나 자신이 우울증에 빠져들고 있으며, 이 실험은 어떤 '치유적 공동체'를 만들어 그 안에서 피난처를 찾고자 하는 그릇된 시도임을 말이다. 그러나 결국 실험은 실패로 끝났고, 공동체는 나를 전혀 치유하지 못했다. 반대로 상황은 더 악화되어 이제 결국 혼자가 되었다.

나는 재건의 과정, 새로운 자아를 창조하는 과정은 고독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이 이리저리 부추길지 모르지만 궁극적인 책임은 내게 있다. 다른 사람의 길을 따라 유일무이한 나를 창조할 수는 없다. 혼자 힘으로 폭풍우를 헤치고 나와야 하는 것이다._1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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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에 갇힌 동물처럼 도망치려고, 야생으로 돌아가려고 필사적이었던 게 생각났다. 이제 나는 안전한 동물원으로 돌아와 바깥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을 훈육을 통해 깨우치고 있었다._1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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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이 임박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대비하려고 애쓰지 말고 재난이 닥쳤을 때 다른 사람들처럼 그저 운에 맡기는 편이 더 나을지 모른다._2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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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들 모두를 내 망상 속에 끌어들이는 데 막 성공해놓고 스스로 더 이상 그것을 믿지 않음을 깨달음 샘이었다. 그리고 망상은 처음 뿌리를 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수수께끼처럼 사라졌다. 그러나 해방은 기쁘기는커녕 반대로 의기소침한 상실감만을 남겼다._2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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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나라에서 일상을 영위할 때 특별히 의식하기 힘든 것이 바로 이 화장지나 치약, 비누 같은 사소한 일상용품의 고마움이다. 문명이 붕괴된 이후 어떻게 살아갈지 상상만 할 때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실제 행동에 옮기고 나서야, 즉 문명이 이미 붕괴된 것처럼 살기 시작하고 나서야 이 사소한 세부 사항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 사소한 부분들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함이 드러난다._2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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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보스트룸은 인류의 멸망을 피할 길이 없다고 해서 인류의 미래에 희망을 갖는 일이 꼭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영원한 생존이 아니라 그것이 무엇이든 종이로서 인간이 가진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_3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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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붕괴 역시 두렵지 않다.(……)그 가능성과 직면해봤기 때문이다._3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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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종말이 온다고 믿고 유토피아 공동체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집도 팔고 직장도 그만두고 실행한 실험은 이혼만 남은 채로 실패로 돌아갔다. 그의 망상이 끝이 났을 때 그는 우울증에 걸렸다. 미래의 희망이 없다고 문명적 붕괴가 언젠가는 올 거라고 미리 누리고 있던 것을 집어던지고 문명의 혜택을 누리기 전 시대로 돌아가서 사는 것이 옳은 것일까? 옳다 그르다를 떠나 그는 그의 망상을 실제로 실험해보고 싶었고 실행했다. 그의 용기에 높은 찬사를 보낸다. 망상에서 시작되어 끝은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결과를 낳았더라도 죽기 전에 후회하는 것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꿈을 좇지 않았다는 사실로 평생 후회할 일은 없게 되었다. 그는 무모한 계획을 실행했고 후회했고 다시 삶을 시작했다. 이 보석 같은 경험 덕분에 그는 평생 유토피아의 삶을 궁금해하며 후회하는 삶을 살진 않을 것이다. 한 번뿐인 인생이기 때문에 모든 걸 버리고 망상을 실현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번뿐인 인생이기 때문에 자기가 꼭 하고 싶고 궁금한 것은 실행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가진 게 많으면 포기하기가 힘들다고 하던가. 그는 가진 게 많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기꺼이 다 포기하고 빈털터리가 되고 경력이 단절되어도 꼭 하고 싶은 걸 했다. 그는 앞으로 유토피아 공동체에 대한 궁금증을 품지 않을 것이다. 하지 않아 후회할 만한 일이 생겼을 때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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