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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마음 사이
이서원 지음 / 샘터사 / 2018년 6월
평점 :

아이를 낳았다고 다 부모가 아닙니다. 아이의 감정이 다치지 않게 하려는 사람이 부모입니다. 결혼했다고 다 부부가 아닙니다. 배우자의 말을 들어주고 감정을 나누려고 해야 부부입니다. 과묵이 미덕인 것은 일할 때나 가능합니다. 가정은 직장이 아닙니다. 관계에서 침묵은 단절을 부르는 악덕입니다. 말해야 할 때 말하는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입니다.(78p)
우리는 누가 화를 내면 표면 감정인 화부터 봅니다. 그러나 정작 보아야 하는 것은 화 아래 자리 잡은 슬픔입니다. 그리고 슬픔의 내용입니다. 화 아래 슬픔이 있습니다. 슬픔 아래 상실이 있습니다.(142p)
붕대클럽의 한 분은 설거지를 해주지 말고 하라고 했습니다. 빨래를 재주지 말고 개라고 했습니다. 살림을 도와주지 말고 살림을 하라고 했습니다. 무엇을 해준다는 것은 원래 내 일이 아닌데 상대를 위해 한다는 의미라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생색을 내어 결과가 좋지 못하다는 것이죠. 아이와 놀아주지 말고 놀기, 아내 살림을 도와주지 말고 살림하기,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인가, 나를 위한 것인가, 생각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196p)
어머니의 사랑을 자연의 사랑이라고 한다면, 아버지의 사랑은 인위의 사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의 사랑은 따지지 않는 사랑이라 설령 자식이 살인을 저질렀다 해도 품는 사랑입니다. 이에 비해 인위의 사랑은 벌을 받도록 냉정하게 떠나보내는 사랑입니다. 어릴 때는 자연의 사랑이 우선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인위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인위의 사랑을 한마디로 말하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입니다. 자연의 사랑에는 아무 조건이 없지만, 인위의 사랑을 받으러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엄마의 사랑은 공짜이지만 아빠의 사랑은 공짜가 아닌 것입니다.(208p)
요즘 아이들이 게임과 인터넷에 중독되어 가는 것은 아이들이 처한 환경이 몹시 재미없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의 술과 담배가 늘어가는 것은 어른들이 처한 환경이 몹시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런 결과를 없애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이와 어른의 입장에서 곤혹스러울 수 있습니다.(250p)
아내니까 소중히 대해야겠다, 남편이니까 격려해야겠다, 자식이니까 존중해주어야겠다, 부모님이니까 마음 편히 해드려야겠다, 이런 생각들이 화이트패밀리를 만드는 생각입니다. 요약하면 간단합니다. '나와 가까운 존재일수록 내 마음대로 하지 않고 잘해주겠다'입니다. (259p)
우리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까, 어떤 말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말과 마음이라는 건, 물리적으로 사람을 죽일 순 없지만 정신적으로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서운 무기이자,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 대단한 치료제 같기도 하다. 가까운 사람보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보통 예의를 갖추고 존중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 없이 못 산다면서 아이에게 맨날 '아픈 말'만 해대고, 남편을 사랑한다면서 매번 남편 밉다는 소리만 한다. 내가 어떤 말을 쓰고 사는지, 그 말을 타인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늙어간다는 건 세월이 지나 주름이 하나씩 느는 것이 아닌 그에 걸맞는 인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 마음만 조금 달리 생각해도 훨씬 인생이 행복할 수 있단 것을 배워간다. 아직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며 말을 잘 하는 것이 힘든 내게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해주었다. 그동안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누르는 말'을 하며 살아오진 않았나. 말 많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던 나는 사실 다른 사람은 생각지도 않고 내 이야기만 떠드는 가해자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육아서는 아니지만 나의 육아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말하기 보다 듣기를 잘하기. 그것이 최우선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