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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지음, 임진실 사진 / 돌베개 / 2019년 6월
평점 :
팩트는 기계 안에서 죽은 거예요. 문제는 이게 인식되지 않는 폭력이란 거예요. 인식하지 못하는 폭력이 폭력이란 걸 드러내야 해요. (p116)
혼자만의 싸움이에요. 철저히 혼자에요. 다 쫓아가서 얘기해봐야 그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 해요. 그 사람들은 자기 자식 새끼들만 안 다치고 시간만 때우면 돼요. 그 사람들이 잘하는 소리가 있죠. "저도 애 키우는 부모입니다." 그건 맞지. 그런데 자기 애가 죽은 게 아니잖아요. (p130)
제가 느낀 게 뭐냐면요. 대한민국에 살면서 말 잘 들으면 죽는다는 거예요. 말 잘 들으면 회사에서 이용해먹고 최악의 업무만 시키니까 말 잘 들을 이유가 없어요. 대한민국에서는 돈 없는 사람은 살 가치가 없어요. 돈 없고 힘없는 사람을 위한 정책은 안 나와요. 왜? 정책을 만드는 사람은 다 힘있는 사람이에요. 나올 수가 없어요. 평소 민호한테는 착하게 살고 남 해코지하지 말고 맡은 일 열심히 하고 살아라, 그렇게 말했어요. 민호는 그렇게 커줬고요. 결론은 말 잘 들으니까 세상을 등지게 되는 거예요. (p137)
교육계에서 특성화고는 비주류예요.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예요. 제가 교직에 있었던 17년 동안 특성화고를 위한 정책이 나온 걸 MB정권 때 외에는 한 번도 못 봤어요. 그래서 실은 웃기게도 특성화고 전문교과 선생님들은 MB 좋아하는 분들이 있어요. 관심을 가져줬잖아요. 그 이전이나 이후에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아요. 그러니까 MB가 특수한 케이스라는 거예요. (p168)
꼭 특성화고라고 언급해야 됐을까?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냥 인문계 고졸이 일하다가 사망할 수도 있는 건데 특성화고 나온다는 그 자체가 잘못된 것 같으니까요. 특성화고에 대한 시선이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그냥 인문계 다니면 고등학생이라고 하고, 똑같은 고등학생인데 특성화고 다니면 '특성화고'를 붙이고요. (p193)
제주도 이민호 군 사건을 들었을 때는 제가 고3이어서 취업준비로 바빴고 먼 일로 느꼈거든요. 아마 특성화고 학생들 대부분이 그런 생각을 할 거예요. 이 사고와 나랑은 멀다고요, 그렇게 세뇌되는 분위기 속에서 다니거든요. 또 사회적으로 워낙 고졸이면 모자란 것처럼 나오니까 '고등학교 졸업하면 어쩔 수 없나?' 그런 체념이 깔려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고등학교 졸업하면 위험한 일을 하게 되고 사고당하고 그럴 수 있지. 어쩔 수 없어. 억울한 마음은 들지만 자기는 안 그렇게 생각하려고 해도 세뇌가 되고…. 반항하는 것도 사회적 지위나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p212)
제주도 생수공장에서 사망한 고 김동준 학생, 하청업체 계약직으로 들어가 혼자서 발전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 콜센터에서 일하다 자살한 고 황수연 학생, 아마 밝혀지지 않은 죽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나마 학생신분이었을 때 사고가 나야 이슈가 된다고 한다. 공부 못하면 기술 배우면 되라고 흔히 말하지만 실제로 기술 배우는 학교에 진학해서 고등학교 졸업 후 기술로 먹고사는 사람들을 보면 사람들은 혀를 찬다. 대학 진학률이 너무 높다. 고졸과 대졸의 임금 차이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돈만 내면 다니는 대학이라도 돈이 있는 사람이나 갈 수 있다. 실제로 특성화고 다니는 학생들이 집이 어려워 얼른 돈을 벌기 위해 진학한 학생들이 있다고 한다. 약자,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사건사고 뉴스를 보면 참 화가 난다. 대구 고교생 자살사건도 가해자 두 명은 겨우 2년 정도만 징역 살고 나와 잘 먹고 잘 산다고. 물고문, 폭행, 금품갈취 등 수개월 괴롭힘당하다 엘리베이터에서 홀로 눈물 훔치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무리 한 학생만 불쌍하다. 가슴이 미어진다. 현장실습생들을 싼 맛에 부리기 좋은 노동력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고 한다. 과연 자기 자식이라면? 심지어 자식 냉장고에 넣어놓고 장사한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아, 겨우 8000만 원 받자고 자식 가지고 장사?? 그딴 말 하는 사람 자식도 냉장고에 처넣고 8000만 원 받고 떨어지라고 말하고 싶다.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노동 인권을 가르쳐야 한다. 힘들어도 참아야 한다, 때려도 참아야 한다, 욕 들어도 참아야 한다 그딴 말 옛날에는 통했을지 모른다... 아니 옛날에도 잘못된 거다. 무임금으로 부려먹고 함부로 대하고... 소중한 생명들 귀한 자식들인데.. 안타까운 건 아이들이 싫다고 뿌리치고 나오지를 못한다는 거다. 힘들다고 학교로 돌아가면 다시 가라는 말만 듣는다. 아이들은 기댈 수 있는 어른이 없기 때문에 자살하거나, 노동의 최전선에서 일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회사들은 서류 조작하기 바쁘고 힘없는 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합의하고 끝맺음을 맺는다. 왜냐하면 법으로 가봤자 .... 형량이 터무니없이 낮기 때문이다. 은유 작가의 책을 사랑한다. 여성, 소수자, 약자들, 소외된 사람들 곁에서 그들의 말을 옮겨 우리에게 전해주기 때문이다. 능력이 된다면 그들과 함께 일하며 돕고 싶다. 나와 상관없다고, 알면 기분이 안 좋고 슬퍼진다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공감능력이 결여된 나라에서 희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