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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와 거짓말 : 금기 속에 욕망이 갇힌 여자들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평점 :
사실은 참 단순한 일인데도 우리는 할 수가 없는 것, 그게 바로 불행 아닐까요! 달을 따달라는 게 아니고요, 그냥 내가 원하는 사람과 살고 싶은 거라고요!" (p50)
순결 숭배는 폭력이에요. 사람들은 여성을 보석처럼 취급하는 척하면서 극도로 어색한 제단 위에 올려놓죠. 악의에 찬 남성들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구실로요. (p91)
모로코는 스웨덴처럼 우리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들여올 수 있는 나라가 아니야. 이 나라 사람들은 유럽인들처럼 성적 자유를 얻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경찰이라는 직업 덕분에 수많은 위선과 폭력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할 수 있었어. 이 나라에선 춤마 때문에 소아성애라든지 근친상간, 강간, 미성년자 매춘 따위에 대해서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아. 내가 쓰레기통에서 찾아낸 신생아들이 몇 명이나 될 것 같니.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터놓고 말을 하는 거야. 뒤에 숨지 말고. (p113)
모로코 남자들은 가랑이 사이에 악마를 끼고 있는 것 같아요. 하나같이, 그리고 한결같이 이렇게 말하지요, 이게 다 여자들 잘못이라고. 그런데 문제는 말이죠, 남자들이에요. (p119)
모로코 여성들의 인내심이라는 건 어쩌면 어리석음의 다른 모습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때도 있죠. 결코 받아들여선 안 되는 것을 묵묵히 받아들이니까요. (p175)
그들의 결혼은 제도화된 매춘이라고 볼 수 있죠. 남성은 돈을, 때로 아주 많은 액수를 지불함으로써 한 여성에 대한 '소유권'을 가져요. 남성이 내는 돈이 많을수록 여성의 가치가 높아지죠. 수많은 여성들이 모더니즘을 바라지만, 동시에 남편이 돈을 벌어 자신을 돌봐주길 원해요. 그런 면에서 진정한 '모더니즘'을 확인시키는 여성은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죠. (p185)
<그녀, 아델> 작품을 보면 정상적인 가정을 꾸린 여성이 막무가내로 섹스를 한다. 가정을 이룬 남성이 바람을 피우고 아무하고나 섹스를 하는 소설은 화제가 되지 않는다. 모로코 출신의 작가가 여성의 섹스에 관한 소설을 써서일까, 이 책은 화제가 되었다. 아마 모로코에서 욕을 많이 먹었으리라. <섹스와 거짓말>은 모로코 여성들이 어떤 금기와 억압에서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화가 나면서도 슬펐던 건 모로코나 한국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포르노그래피 5위인 나라에서 성 억압이라니, 혼전 순결을 강요하고, 처녀 증명서를 당연스럽게 요구한다. 여성은 처녀막을 보호하기 위해 항문섹스를 허락하고, 처녀막 수술을 여러차례 받기도 한다. 경찰들은 어슬렁거리며 숲속, 차 안, 빈 건물 등을 돌아다니며 스킨십 하는 사람들을 잡아다 뒷돈을 챙긴다. 집안일하고 아이를 돌보고 일을 하느라 지친 부인은 남편이 언제든 달려들면 당할 수밖에 없다. 여성은 가정 내에서 강간을 당한다. 오죽하면 차라리 나가서 다른 부인을 뒀으면 좋겠다고 말하겠는가. 남자쪽에서나 여자쪽에서 물질이나 돈을 내고 결혼하는 제도는 상대방을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할 수 없게 만든다. 여성들은 남녀평등을 외치지만 아직도 남자가 결혼할 때 집을 사 오길 바라며, 자신보다 임금이 높길 바란다.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삶을 살길 바란다면 타인에게 기대지 않아야 한다. 여성의 품위를 국격으로 생각하는 어리석은 나라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용기 있게 이혼을 하고, 모두 처녀인 척 순결한 척하는 곳에서 당당하게 하고 싶은 사람과 섹스를 하는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말한다. 자신은 책을 읽어 다른 세상을 알게 되었다고. 여성을 노예로 부리고 싶어하는 나라에선 여성들을 가르치지 않는다. 소수자이면서 약자인 여성들이 책을 많이 읽고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들만 있지만 여성도 자유롭게 발언을 하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나라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