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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퍼 - 제14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탁경은 지음 / 사계절 / 2016년 8월
평점 :
10대 아이를 키우고 있다보니 힙합음악은 마치 자연스런 배경음악처럼 저희 집안 구석구석을 흘러다닙니다.
최근 힙합오디션프로그램들이 줄줄이 케이블방송을 선점하고 있다보니 유행의 흐름을 더더욱 실감합니다.
랩을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직설적인 가사들을 보며 아이는 격하게 공감하고 열광을 하게 되는듯보입니다.
우리 아이 또래인 주인공 중학생 도건이도 랩을 굉장히 좋아하고 잘 하는 아이입니다.
시를 좋아하는 누나와 최근 아빠와 사이가 조금 멀어진 갱년기 우울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엄마를 둔 도건이를 보면 우리 주변의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정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보입니다.
한창 걱정과 고민이 가득한 사춘기 도건에게 유일한 즐거움을 주는 것은 랩음악이었고, 족발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지만 어떤 랩퍼보다 도건의 눈에는 더 멋지게 보이는 제이제이형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제이제이형 정혁의 랩배틀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둘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자신의 목소리에 믿음을 갖고 자부심을 갖기라던가 자신의 장점에 집중하고 진심으로 다가가면 자신만의 노하우를 얻게 된다는 것은 비단 랩하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전반에 적용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제이제이의 오토바이 사고로 더욱더 단단해지는 우정을 느끼며, 함께 나눈 추억과 소중했던 시간들을 가슴에 담으며 둘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프리스타일 랩으로 함께 풀어가는 싸이퍼를 열기로 합니다. 다른 사람을 디스하고 욕설이 난무한 랩배틀과는 달리 싸이퍼는 친한 사람들끼리 비트에 맞춰 돌아가며 주고받는 것으로 우정이고, 존중이고 격려라고 합니다. 사람들과의 교류이기도 하며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의 랩을 말한다고 합니다. 책의 제목으로 정해진 이유를 확실히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꿈을 꾸는 시기의 10대 아이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주는 책입니다. 꼭 랩퍼를 꿈꾸지 않아도 얻어야 할게 있고, 배워야 할게 있는 아이들에겐 직접 겪고 느껴볼 수 있도록 해야함을 강조해주니 엄마입장에서는 감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구절이 가슴에 담겼습니다.
"앞으로 나에게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겁내지 않고 나다운 삶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할 거야,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자신에게 진실되게. 힘들면 주변에 손을 내밀거야."(196쪽)
제가 다시 삶을 살게 된다면 제대로 살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나마 우리 아이에게 은근 슬쩍 기대를 걸며 책을 건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