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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 정명공주와 광해군의 정치 기술
박찬영 지음 / 리베르 / 2015년 4월
평점 :
최근 MBC드라마로 "화정"이 방영중입니다. 이 드라마를 통해 광해군과 그의 이복 여동생 정명공주에 대해 한창 재해석이 되고 있죠.
"화정"은 정명공주가 서궁에 유폐된 시절에 쓴 것으로 환갑 즈음 나이에 쓰여진 것으로 추측되고 있으며, 광해군 5년에 계측옥사로 동생 양평대군과 친정아버지를 잃고, 절망에 빠져 어머니 인목대비와 함께 서궁으로 유폐가 있을 당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합니다. 서궁 내에서도 출입을 삼간채로 죽은 듯이 지냈으며 감성이 시키는 대로 살아갈 수 없는 환경으로 그 단련의 결과물이 바로 "화정"이었다고 합니다. "화정"을 한자로 풀어보면 크게 "화려한 정치"와 "빛나는 다스림"으로 나눠 해석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꿈꾸었던 "화정"은 "화려한 정치"를 뜻하는 것이 아닌 "빛나는 다스림"을 가슴 속에 새기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당장은 자신을 핍작하더라도 언젠가는 자신을 다스렸던 "빛나는 다스림"이 빛을 드러낼 것으로 여겼기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간에서도 자신부터 빛나게 다스리며 온 세상을 품을 수 있는 힘을 키워 나갔다고 합니다. 현실에서 우리들이 그녀의 "화정"에 열광하는 이유 역시 우리 현실과 빗대어 언젠가는 "빛나는 다스림"의 세상이 오지 않을까하는 국민들의 바램이 있어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저희 아이가 특히나 좋아하는 <한국사를 보다>, <세계사를 보다>, <세계지리를 보다> 그리고 최근 발간된 <조선왕조실록을 보다>의 저자인 박찬영 작가님의 글입니다. 이 시리즈들은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필독서처럼 읽고 있는 책이라는 것은 책에 조금만이라도 관심이 있는 초등학생 부모님들은 다들 공감하시리라 생각이 듭니다. 그 분의 글이라는 것을 알고는 이 책에 대한 신뢰감은 무조건이었구요. 책을 읽어가면서는 역시나 그 신뢰감이 헛되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선조부터 광해군을 거쳐 인조, 효종, 현종, 숙종에 이르기 까지 6대에 걸친 여섯 왕과 함께 한 최장수 공주인 정명공주에 대한 기구한 삶이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 당시 시대상을 풀어가는 역사서입니다.
명과의 전쟁에서 계속 도망다닌 이미지의 선조는 부왕의 실패를 만회하고 왕이 도망다닌 사이에 나라를 지키며 전쟁상처를 치유한 광해군을 칭찬하는 명나라의 이야기를 들으며 광해군을 시기하며 그를 미워합니다. 그리하여 선조는 영창대군을 왕위를 계승하길 원했으나 그가 세살 되던 해 선조가 죽음은 어쩔 수 없이 광해군에게 왕위가 승계되기에 이릅니다.
처음 광해군은 실리에 입각한 중립외교와 왕권을 강화하고 성리학적 질서를 회복하면서 "빛나는 다스림"을 시행합니다. 하지만 대동법 시행으로 방납폐해가 극심해지고 여러가지 반대에 부딪히면서 점점 더 소금과 같은 왕의 다스림을 실현하겠다는 초심을 버리고 "화려한 정치"를 하는데 심혈을 기울입니다. 그러던 중 칠서의 옥이 발단이 된 계축옥사로 영창대군이 죽임을 당하고 인목대비와 정명공주는 서인으로 강등당해 정릉동 서궁으로 유배를 가게 됩니다.
영창대군을 살해하고 인목대비를 유배시킨 "계축옥사"와 명나라에 대한 사대를 저버린 "천명배금"사상은 결국 인조반정을 이끌게 되었고, 이 후 광해군은 서인으로 강등되어 강화도와 제주도에서 유배를 다니며 세상과 작별을 고하게 됩니다.
광해군이 물러나면서 다시 지위를 얻게 된 정명공주는 당시에는 다소 늦은 나이였지만 결혼도 하고 상당한 부도 축적하게 됩니다.
인조는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으로 인조는 역사적으로 가장 치욕적인 도피생활을 하는데다 삼전도의 굴욕까지 맞보게 됩니다. 인목대비가 죽은 후 정명공주에 대한 의심증이 살아나 정명공주는 이후 17년 동안을 인고하며 스스로를 다스렸습니다. "문한"은 부인이 할 일이 못된다고 하여, 선조와 인목대비와 함께 한석봉의 필체를 이어받아 당대 최고의 세예가로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붓글씨도 한문도 일체 사용하지 않았을 만큼 스스로를 숨죽이며 다른 사람들이 움직이도록 하는 "빛나는 다스림"을 실천해갔습니다. 병자호란이 후 청으로 볼모로 잡혀갔다가 귀국 한 소현세자 인조의 의심을 받아 의문사하고 결국 처 강빈까지 사약을 내리는 등 비극적인 말로를 가게 됩니다.
이 후 효종도 백성의 안위 대신 북벌론과 현종도 예법만을 운운하며 세월을 다 보냈답니다. 이후 숙종은 여인네들과의 숱한 염문을 남기긴 했지만 많은 공이 있었고 정명공주에게도 예를 다했다고 합니다. 당시 평균수명이 20대였다고 하니 83세까지 장수한 정명공주는 그토록 험난한 삶을 살았음에도 대단함을 느끼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조선이 지금처럼 여성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땠을까?를 저도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분명 지금과는 좀 더 다른 세상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명공주는 그녀가 당시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위기때마다 자신을 지켰던 "화정"이라는 글씨는 우리 모두 가슴깊이 새겨야 할 말처럼 들립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글귀가 가슴이 남습니다.
"세상에서 선과 악의 싸움은 드물다. 선과 선의 싸움이 대부분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자신을 향한 "빛나는 다스림"이다. 그러면 선이 선을 죽이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지금처럼 서로가 믿지 못하고 서로에게 의심만이 팽배한 채, 싸우기 일쑤인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느껴지는 게 많은 글귀입니다.
좀 더 발전적인 나, 우리, 그리고 대한민국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