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기억 속의 내 모습은 지금의 나와 별반 다를 바가 없는데 어느덧 중년이라는 나이로 인생의 무게를 이고지고 나는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서울과는 멀다는 이유로,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이유로, 아이가 고3이라는 갖가지 이유들로 자주 들르지 못하는 나의 고향집에도 매일 한주먹이나 되는 약으로 하루하루 버텨주시는 나이든 아버지가 홀로 그곳을 지키고 있다. 어릴적에는 그토록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삶을 돌이켜보면 지금의 나 역시도 그 분의 삶과 그리 다를 게 없는 모습으로 오늘도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는 듯 하다. 한국문학으로는 최초로 미국에 드라마 판권으로 판매가 되기도 한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엄마를 부탁해>에서 이은 신경숙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 역시도 너와 나,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 솔직담백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경숙 작가님은 작가님의 이름 석자만으로 브랜드네임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작가였다. 그간의 표절논란으로 이번작품의 이른 복귀에 대한 찬반여론이 여전하지만, <아버지에게 갔었어>라는 소설 자체만으로는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가족사의 귀환을 알릴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가족 전체에 대한 통찰력과 관계, 가족들간의 연민과 사랑,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삶의 애환과 고민들이 깊이 녹아져 있는 작품으로, 개인적으로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에 대한 나와 내 주변인들에 대한 각자의 인생을 다시금 돌이켜 볼 시간을 가져주게 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엄마가 서울 병원으로 입원을 하고, J시에 홀로 남겨진 아버지가 울었다는 여동생의 말에 얼음장 같은 주인공의 마음이 움직여 엄마가 병원에 있는 동안에 아버지에게 가 있겠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하며 지내며 뇌생격으로 다섯번이나 쓰러지셨던 아버지의 사라져가는 기억들과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