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원전 번역본) - 톨스토이 단편선 현대지성 클래식 3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홍대화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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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는 매번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장 원문에 가까운 번역과 당시 작품을 거의 훼손없이 옮겨와 독자들로 하여금 당시의 감성과 시대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래서 이 시리즈가 출간될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모으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이번에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 <부활>등으로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 문호이자 사상가인 톨스토이 단편선 <무엇으로 사는가>가 바로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의 34번째 작품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삶의 의미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삶과 죽음, 인생 본연의 의미, 그리고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여러가지로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톨스토이의 인생철학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으로 소박한 민중의 삶을 소재로 '톨스토이주의'라는 톨스토이 사상을 체계화한 작품으로도 알려져있다. 소박한 민중의 삶을 배경으로 사랑과 자비, 비폭력주의를 강조한 새로운 기독교적 사상을 녹여낸 단편들에서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사랑을 강조하며 이는 세상을 구원해낼 수 있는 힘임을 강조해주고 있는 책이니 지금 이 시기에 내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총10편의 단편들을 묶은 것으로, 1880년대 작품 8편은 1963년 예술문학국가 출판부에서 추란한 20권짜리 레프 톨스토이 작품전집 중 제10권에서, 1903년 두작품 <세가지 질문>과 <노동과 죽음과 질병>은 톨스토이 장편소설과 중단편 소설, 편지, 일기, 회고록 등 작가의 모든 작품을 담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원문 텍스트를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대중적 영어식 이름으로 작가의 이름은 그대로 표기했고, 작품 속에 나오는 이름은 현대지성 클래식만의 특징들로 국립국어원의 외래어표기법과는 달리 러시아식 특유의 된소리를 그대로 담아와 읽는 재미도 함께 제공해주고 있다.

또한 작가는 이 작품들을 통해 작가의 기독적인 윤리관과 무저항주의를 그대로 담아두었다. 또한 당시 사회적 불평등과 병폐 등이 만연한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고자 노력하였으며 소박한 민중의 삶을 소재로 가장 보편적이고 위대한 진리를 사랑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각각의 단편 속에서 녹여놓으며 톨스토이만의 쉽고 간결한 문체로 재미와 감동은 물론 삶의 지혜와 교훈도 함께 만날수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하나님의 뜻을 어긴 죄로 인간세상에 버려진 천사 미하일이 구두수선공 세묜을 통해 '사람의 마음에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세가지 진리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사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각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시지 않으셨음을, 그리고 사람들이 협력하며 살기를 원하시기 때문에 모두에게 그들 자신과 모두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심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염려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랑 하나만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이제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p.40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있다>에서는 구두장이 마르띤을 통해 이웃을 사랑하고 스스로를 낮추며 살아갈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두 노인>에서는 예핌과 옐리세이라는 두 노인의 성지순례과정에서 만나는 당시 서민들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낱낱이 보여주는 부분이어서 마음이 아팠다. 각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수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선행을 베풀며 살아갈 것을 강조하는 부분은 현대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해보였다.

<초반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끌 수가 없다>에서는 사이좋았던 이웃이었던 두 가족이 폭력 앞에서 더 커다란 폭력을 낳게 해 비극을 초래하고 결국은 비폭력주의를 지향해야 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이었다. 또한 불은 번지기 전에 끄지 않으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듯이 모든 일은 미루지 말고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함을 강조하는 부분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며, 무엇보다도 죽음을 앞둔 이반의 아버지가 남탓만을 하는 이반을 꼬집어주는 부분이 책을 읽고나서도 오래토록 기억에 남았다.

이반, 너는 온 세상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나는 몇 년째 벽돌난로에 누워있으니, 너는 모든 걸 보는데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구나. 아니다, 얘야. 너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있어. 원한이 네 눈을 감겨버렸어. 다른 사람의 죄는 눈앞에 있어 잘 보이는 데, 네 죄는 등 뒤에 있어 봇 보는 거야.

<초반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끌 수가 없다>-p.101

<촛불>은 지주가 농노를 지배하던 시절에 악랄한 농노출신인 관리인들 탓에 농노들의 삶이 얼마나 힘겨운지를 단편적으로 잘 보여 주고 있었다. 자기 주머니만 채우기에 혈안이 된 관리인들을 죽일 계획을 세우는 농노들을 향해 페트로시카는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악을 없애면, 그 악은 자네 속으로 자리를 옮길 거네. 사람을 죽이는 건 현명하지 못해. 그 피가 영혼에 들러붙을 거네. 사람을 죽인다는 건 자기 영혼을 피로 더럽히는 것일세. 나쁜 사람을 죽였으니 악을 없앴다고 생각하겠지만, 도리어 가만히 보면 그건 더 나쁜 것을 자기 속에 끌어들이는 거네. 불행에 져주면, 불행도 우리한테 져줄 걸세.

<촛불>-p.119

<대자>에서는 대부를 따라 나선 대자가 과거 자신의 저지른 악을 반성하고 새로운 싹을 틔워내듯 바르게 살아갈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바보 이반>은 이반의 두 형의 권력과 부를 내세워 권력계층을 비판하는 것으로 당시 대다수의 평범한 서민의 삶을 현실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또한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에서는 아무리 넓은 땅을 가지고 있어도 더 많은 욕심을 내는 바흠을 통해 인간의 탐욕을 경계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노동과 죽음의 병>에서는 자신만 알고 인생을 즐기지 못하고 병으로 죽음이 눈 앞에 다가와 그저 시간을 낭비하는 삶을 살고있는 인간의 실상을 비꼬아 놓아 현실의 나의 모습은 어떠한지를 생각하게 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지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 작품 <세가지 질문>인 모든 일에 함에 있어서 가장 좋은 때가 언제인지, 가장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알고자 했을 때 바로 지금이고,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사람에게 사랑과 선을 행하라는 말에는 현실적인 공감을 불러 일으키게 했다.

그러니 기억하게.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라네. 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그 사람인데,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라네. 우리는 오직 그것을 위해서만 살아가도록 보냄을 받았기 때문이라네.

<세가지 질문>-p.227

당시 톨스토이의 집필시기에도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인생의 허무함과 고독이 함께였고, 톨스토이 역시 귀족계급에 속했으나 항상 상류층과 지배계급의 위선과 거짓앞에 고뇌하며 스스로는 소박한 삶을 실천하며 살았다고 한다.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현재까지도 우리 역시도 코로나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고, 때론 이러한 우리의 삶이 힘겹게 느껴질 때가 많다. 평범하지만 당시의 고달프고 힘겨웠던 민중의 삶을 이해하고 내가 사는 이유에 대한 의문에 대해 깨달음과 이해는 물론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삶이 유독 가혹하게 느껴질 때 읽는 10단의 인생 단편!'이라는 소개 글귀가 어느 때보다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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