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미드나이트
릴리 브룩스돌턴 지음, 이수영 옮김 / 시공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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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국내개봉과 함께 넷플릭스에서도 상영된 조지클루니 주연에 직접 감독까지 한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의 원작 장편소설, 릴리 브룩스톨턴의 <굿모닝 미드나이트>를 만났다. 코로나 시대를 대변하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처럼 외롭고 고독한 인류의 삶을 독특한 소재와 아름답고 쓸쓸한 감정으로 표현한 디스토피아적 소설로, '시카고 리뷰 오브 북스', '셀프 어웨어니스'에서 선정한 2016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책 <굿모닝 미드나이트>는 인류가 가기에는 너무도 적막하고 혹독한 장소인 북극천문대와 목성우주선 에테르호에 고립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북극 바르보 천문대 연구원인 78살의 어거스틴은지구의 핵폭발로 인한 북극 철수명령을 거부하고, 홀로 북극에서 남은 인생을 보내겠다는 고립된 삶을 선택하게 된다. 그 곳에서 만난 어디서 어떻게 온지도 모르는 8살 정도의 여자아이 아이리스와 함께 지내며 그동안 타인의 삶에 무관심했던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며 지금 아이리스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의아하게 생각하게 된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자기 마음에서 일어나지만 마치 낯선 타인의 것처럼 느껴지는 감정들이 깊이 물결치고 있었다. 이름을 붙일 수도, 제대로 인지할 수도 없고, 정면으로 들여다보고 싶지도 않는 감정들이었다.

(p.85)

어거스틴은 아이리스와 함께 북극의 새로운 정착지 기상천문대가 있는 하젠호수근처에서 정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풍부한 식량과 따뜻한 날씨 덕에 편안하고 안락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하지만 조만간 북극에 홀로 남겨질 아이리스를 위해 어거스틴은 무선송출기를 통해 외부와의 연락을 취하기에 이르른다. 그런 자신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어거스틴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수십년을 끌고온 맹렬한 의지, 성취하고 이해하고 소유하려는 치열한 고군분투, 지식에 대한 가치없는 탐구는 그의 습관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 모든 것의 끝에는 그는 승리를 포기했고 야망을 넘어선 이유를 추구하고 있었다. 자신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동기였다.

(p171)

결국 어거스틴은 자신의 감정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가 그토록 다른 이와의 통신연결에 갈망하는 이유는 어거스틴 자신을 위한것이 아니었다. 더이상 자신의 행복이 중요하지 않았고 오직 아이리스만을 위한 결정임을 인지하게 된다.

한편 목성탐사선 에테르호의 사령관 하퍼를 포함한 주인공 설리와 대원들은 2년간의 탐사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던 중에 핵폭탄의 핵폭발로 지구관제소와의 통신두절 사태를 겪게 된다. 망망한 우주 속에서 어느 것하나 의지할 곳 없는 대원들은 점점 불안감과 두려움에 극도로 우울하고 예민한 상태가 지속되고 결국 대원 데비는 우주선 수리중 우주복 내 산소농도 급강하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우주유영으로 데비를 직접 보내야 했던 통신담당자 설리 역시 망망한 우주에서의 현재의 비극을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함께인 동료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끊임없이 통신연결을 시도하게 된다.

다시 관심을 지구로 돌릴 때였다. 설리가 떠나온 지구가 아니라, 설리가 돌아갈 지구로 말이다, 수개월간의 회상과 비탄, 남겨두고 온 사람들,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더 이상 끌고 나가기는 너무 힘들었다. 뒤돌아본 시간은 충분했다. 이제 다시 앞으로 나아가도 괜찮은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벌써 희망을 느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희망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놓을 수는 있었다.

(p.286)

이 책은 사실 <1984>나 <동물농장>과 같은 기존의 디스토피아적 소설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우리 개개인의 고독과 외로움, 인간 내면에 내재된 불안과 두려움은 비슷한 상황으로 설정되어 있는 반면에 인간성 상실이나 종교적이나 신화적인 색채의 결말보다는 오히려 인간에 대한 온기와 열정이 가득 담겨진 책이라 읽고나서도 내내 가슴 한켠이 먹먹하게 느껴졌다. 더구나 마지막 결론의 아이리스의 존재에 대한 반전이 너무도 놀랍게 그려져 있어서 읽고나서도 가족들과 한참을 토론을 하기에 이르렀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와 흥미 둘다를 얻은 느낌이라 아직 보지못한 넷플릭스의 <미드나이트 스카이>도 꼭 챙겨보리라 마음먹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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