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를 읽으면서 불안한 나의 20대가 떠올랐다. 죽어라 공부를 해 대학을 들어갔지만, 다시금 취업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했고, 다가올 핑크빛 미래보다는 암울한 회색빛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언제나 내 삶을 지배하곤 했다. 치열하고 살았고, 치열하게 고민했었던 나의 20대처럼,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의 불안감과 고충이 어떤 작품보다도 잘 녹아들어가 있는 이 책 <소피아는 언제난 검은 옷을 입는다>는 현대 이탈리아의 흐름을 가장 잘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진 파울로 코네티가 쓴 책이다. <여덟 개의 산>이라는 작품으로 '이탈리아 스트레가상', ' 프랑스 메디치상', '영국 PEN상'에다, 시사성 있게 다룬 예술가에게 수여되는 '로스트라니에로상'까지 수상해 세계적인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진 그는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들의 모습을 시사성 있는 메시지를 담아 글을 쓰는 작가로 유명하다.
이 책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는 소피아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그녀의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의 불안하고 아픈 청춘의 이야기를 시간적인 순서에 구애를 받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자유자재로 드나들면서 이야기를 엮어가고 있다. 각 이야기마다 소피아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소피아 개인의 삶에 중심을 두기보다는 그녀가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녀에게 영향을 준 인물들이 중심이 되어 그들의 입장에서 보는 소피아의 각양각색의 모습들이 마치 조각작품을 맞추어 나가듯 총10편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의 전체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특이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며, 시시각각 마음이 변하고 화를 내기만 하는 엄마 로사나, 그런 로사나와 엠마 사이에서 단순하고 안락한 삶을 꿈꾸는 지친 모습의 엔지니어 아빠 로베르토에게서 소피아는 어느 한 곳에 마음을 두지 못하고, 언제나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끼며 결국 16살, 어린 나이에 자살을 시도한다. 그나마 공산주의 라디오에서 자율주의 당원으로 활동하며 각종 시위대에 참여해 쫓기는 신세로 숨어지내야 하는 고모 마르타는 소피아 인생에서 유일한 보호자이면서 안식처 역할로 등장한다. 그 외에도 그녀의 삶에 영향을 주었던 첫사랑 레오, 어린시절 함께 해적놀이를 하며 함께 지냈던 오스타, 낯선 도시 뉴욕서 알게된 피에크로와 유리, 그녀의 룸메이트였던 카테리나 등은 그녀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이들과의 관계들을 통해 그녀는 우울했던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 새롭게 살아나갈 힘을 얻어내게 된다.
이 책의 독특한 형식처럼 각장마다 등장하는 소피아의 연관인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다시금 소피아와 연결고리를 이어가는 것이 굉장히 특이하게 그려졌다. 어린시절을 회상하다가 성인이 되기도 하고 다시 사춘기 소녀시절이 되기도 한다. 어린 꼬마였을 때조차도 소피아의 삶은 그저 어두운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