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바리 부인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봉지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클래식문학의 선두주자인 펭귄클래식코리아에서 [펭귄 클래식 에드션 레드]편이 기획특집편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 2권을 포함한 6편의 작품 을 총 7권으로 묶은 세트시리즈로, '레드'라는 색깔이 주는 강렬한 인상처럼 '외설'과 '문학'사이의 논쟁을 불러 일으키며, 당시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과 냉엄한 질타를 동시에 받았던 에로시티즘의 결정체인 이 걸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만으로 그저 설레고 행복했다. 이 시리즈 중 처음으로 내가 고른 것은 낭만적 사랑과 환상의 이면에 병적인 집착과 욕망을 다뤄 '보바리즘'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탄생시킨 바로 그 책, <보바리 부인>이다.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은 1857년 출간당시 '대중적이고 종교적인 윤리와 미풍양속에 대한 위반'이라는 죄목으로 기소되어 출간당시부터도 유명세를 탄 작품이라고 한다. 작품의 주배경무대인 루앙지방의 신문에 기고된 '간통녀'이야기에서 모티브로 해 실존인물의 특징과 작가 자신의 실제 경험을 적절히 융화하여 썼으며, 작품 속에서 간통을 미화한다고 하여 당시 엄청난 대중적 공격을 받았던 작품이라고 해설에서 소개되고 있다. 당시 낭만주의 작품들이 지배적이였던 문학기조에 주인공 보바리 부인인 엠마가 꿈꾸는 환상과 잔혹한 현실을 완벽하게 대조시킴으로서 사실주의 문학이라는 새로운 문학의 대표작품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책 <보바리 부인>의 주인공인 아름다운 눈과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엠마 보바리는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 보냈던 수녀원과 아버지 루오와의 시골농장의 답답한 생활에서 벗어나는 길은 샤를 보바르와 결혼을 하는 것이고, 그와의 결혼생활을 통해 책에서 만났던 환상적이고 황홀한 사랑을 꿈꾸게 된다. 깜깜한 자정에 횃불을 밝힌 채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결혼식을 상상한 그녀의 꿈은 단박에 거절당하고, 현실의 술취한 하객들과 난장판이 된 결혼식에서부터 그녀의 기대는 어긋나기 시작한다. 행복할 줄만 알았던 샤를과의 결혼생활은 점점 더 무료하기만 하고 결국 그녀는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정신질환 판정까지 받게된다. 그녀의 치료를 위해 샤를은 큰 병원이 있는 루앙으로 이사를 결심하고, 엠마는 거기서 만난 애인 로돌프를 통해 자신이 꿈꿨던 낭만적인 환상을 실현하려 애쓴다. 너무도 매력적이고 열렬한 사랑을 약속했던 로돌프 역시 그녀의 끝없는 욕망과 과도한 집착에 점차 싫증을 느끼게 되고 결국 그녀가 제안한 프랑스로의 도피계획에 편지한통을 남기고 그녀를 떠나버린다. 사랑에 대한 회의와 실망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녀에게 과거에 고백조차 못하고 떠나버린 레옹이 다시 나타나 그녀의 밀월게획은 실현하는가 했지만 결국 그마저도 잔인하게 그녀를 배신하게 된다. 영원할 거라고 믿었던 사랑은 실망과 회의만을 남겨준채 사랑과 욕망사이에서 엠마의 삶은 점점 더 파멸로 치닫기에 이른다.

사실 <보바리 부인> 속 그녀가 배웠던 사랑은 수녀원에서 읽었던 소설 속이었고,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낭만적이며 황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지는 아래글을 읽어보면 알 수있다.

결혼전, 그녀는 사랑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사랑에 응당 따라야 할 행복이 오지 않으니 자기가 잘못 생각한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엠마는 책에서 그렇게 아름답게 보였던 희열이니 정열이니 황홀이니 하는 것들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었다.

(p.56)

그녀는 사물로부터 반드시 뭔가 개인적인 이득을 얻어내야 했으며 즉각적으로 감정적인 만족을 주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했다. 화가니 예술적이기보다는 감상적인 기질이어서 고요한 풍경 감상보다는 뭉클한 감동을 원했기 대문이다.

(p.59)

사랑이란, 천둥번개처럼 갑작스럽고 요란하게 엄습하는 것이라고 그녀는 믿고 있었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대지를 덮치고 헤집는 하늘의 폭풍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의지는 나뭇잎처럼 뜯겨나가고 마음은 송두리째 심연 속으로 가라앉고 만다. 하지만 그녀는 빗물받이 홈통이 막히면 집 안의 테라스가 연못을 이룬다는 것을 몰랐다. 그래서 그녀는 내내 안심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벽에 금이 간 것을 발견한 것이다.

(p.143-144)

하지만 이렇듯 낭만적이며 황홀한 사랑이 자신의 삶의 전부였던 엠마에게 일상적인 평범한 생활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으며 이로인해 그녀는 내면의 갈등은 커져만 갔고, 남편에게 만족을 할 수 없었던 그녀는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남자들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그녀의 이 욕망을 만족시켜줄 수는 없었고 그녀는 자신을 점점 더 궁지로 몰아내며 파멸을 자초해갔다. 그녀와 행복했다고 믿었던 추억의 시간들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알게된 남편 샤를 역시도 그녀와의 시간을 절망감으로 기억하게 된다.

그는 이렇게 사라져버린 지난 날의 모든 행복을 떠올렸다. 그녀의 태도, 그녀의 몸짓, 그녀의 목소리를 오랫동안 하나하나 되씹었다. 하나의 절망 뒤에는 또 하나의 절망이 범람하는 밀물처럼 끝없이 밀려왔다.

(p.465)

작품을 읽다보면 소설 속 엠마가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순수하기만 한 철부지 소녀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을 전부로 알고 사랑을 위해 그 결과를 예견하면서도 멈출 수 없었던 그녀의 마음이 요즘같은 현실 속에서는 가히 상상하기 어려워 한편으로는 답답하면서도 짠하고 또 안타깝게 느껴졌다. 작가는 결국 엠마의 죽음마저도 너무도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이 작품을 '낭만주의에 대한 잔혹한 패러디'라고 말하는 뜻을 제대로 실감하게 되는 장면으로 기억되었다.

사랑과 욕망의 결정체 <보바리 부인>, 개인적으로 선택한 레드시리즈의 첫번째 책으로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을 단숨에 읽어내리만큼 몰입도도 있고 대중적 관심을 주기에 충분한 주제에 내용의 재미도 더해져 좋은 기억으로 읽을 수 있었다. 금기시 된 어른들의 다양한 모습의 사랑이야기를 읽고 싶은 이들이라면 2021년 새해, [펭귄 클래식 에디션 레드]시리즈를 한 권씩 독파해보기를 추천해본다. 이 시리즈의 두번째로 읽을 책 <퀴어>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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