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비움 공부 - 비움을 알아간다는 것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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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코로나로 하고 있던 일에 깊은 좌절과 한숨이 나는 상황이 많이 생겼다. 여전히 내게 산재해있는 문제들은 해결할 길이 잘 안보여 까마득한 터널 속에 있는 듯 마음이 답답하고 속상해하고 있는 요즈음, 이런 내 마음을 미리 알기라는 한듯 내게 넌지시 손을 건네고 있는 <장자의 비움공부>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현실에 집착할 필요도 없고 성공을 강요하며 괴로운 삶이나 사회분위에서 벗어나 참된 비움의 과정을 통해 참된 자아를 찾고자 하는 마음이 지금 내게는 무엇보다도 절실하였기에 이 책을 통해 비움을 알아가고자 한다.

이 책 <장자의 비움공부>는 장자의 '만물제동'과 '물아일체'를 통해 나는 그대로 온전한 것이고, 세상만물 역시도 꿈에 불과하니, 인위를 버리고 성공을 강요하는 사회의 압박과 힘들고 어지러운 삶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의 본성에 순응하며 진정한 도를 찾아 참된 자유를 누리라는 철학이 담겨져 있다. 또한 그의 철학 사상의 핵심인 '비움'은 단순히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과 특징에 맞는 자신의 고유한 것을 발견해서 가꾸어 나가라는 것을 뜻하는 말로, 이 책의 장자의 내려놓음의 철학을 통해 심플라이프를 추구하며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영감과 통찰력을 제공해줄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1부 장자, 비움의 공부'에서는 장자의 핵심철학 '비움'을 중심으로 한 그의 사상과 논리에 대한 이론위주의 설명이 주를 이룬다. 삶과 죽음, 인위와 무위, 운명과 천명, 도가 사상 등을 통해 그가 주장한 내려놓음의 철학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2부 장자, 비움의 통찰'에서는 앞서 말한 사상과 이론을 토대로 한 장자의 교훈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3부, 비움의 창작'은 2300년이 훨씬 지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장자의 교훈과 가르침을 통해 현대의 창작품으로 재해석된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자주 등장하는 공자와의 사상비교가 상당히 흥미로웠고, 두 철학자들의 사상이 얼마나 대조적이었던지를 확연한 차이를 구별해준 부분들도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삶과 죽음은 따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고 하나로 이어진 것이므로 죽음은 두려워하거나 슬퍼할 일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이라는 말은 공감이 갔다. 또한 자신보다 귀한 것은 없으며 운명은 하늘이 정해준 것이니 도에 따라 변화의 흐름에 맞춰 자신을 바꿔나아가라는 말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든,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자신의 의지대로 산다면 당신도 자유로울 수 있다. 즉, 행복과 장에 이르는 비밀은 나의 의지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이다,(p.58)

실제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고,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 뿐이다. 하지만 자신을 바꾸면 주위 사람들이 바뀌고 사회가 바뀌고 국가가 바뀌니까 세상을 바꿀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p.184-185)

반면 겸손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예를 든 두 추녀에 대한 예시는 2020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면 상당한 성차별적 논란의 여지가 있어보였고, 삶이 지닌 무게에 대해 고통과 기쁨이 공존하는 삶을 얘기하면서 현명하면 모함을 받는다는 표현이나 아내의 죽음에도 춤을 춘 장자의 이야기는 일정부분은 공감이 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도 여전히 사회의 고정관념에 얽매인 세속인이라서인지 무조건 옳다고 받아들이기는 개인적으로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폐자재나 고철품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한 것이나 포스트잇, 비아그라, 표주박, 바퀴, 도넛 등을 장자의 사상과 연결지어 해석한 것은 상당히 신선하고 새로운 접근법으로 보여 흥미로웠다.

세상 일에 욕심을 버리고 마음 편히 삶의 진실에 다가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을 얻어가는 길이라는 장자의 한마디는 나 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힘든 우리 모두가 마음깊이 새겨들어야 할 말로 느껴졌다. 눈 앞에 당장 보이는 이익이나 손해로 힘들어 하며 빠른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천천히 전체를 볼 수 있는 사고력과 안목을 키우라는 말은 이 책을 읽기 전 힘든 나를 위로해주는 말로 들려 이 책을 읽은 진정한 보람을 느껴졌다. '비워내기'와 '내려놓기'는 지금 내게 당면한 과제로 여기고 작은 변화부터 하나둘 실천해 나갈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현실적인 문제들로 삶에 위안이 필요한 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 <장자의 비움공부>를 조심스레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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