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코로나로 하고 있던 일에 깊은 좌절과 한숨이 나는 상황이 많이 생겼다. 여전히 내게 산재해있는 문제들은 해결할 길이 잘 안보여 까마득한 터널 속에 있는 듯 마음이 답답하고 속상해하고 있는 요즈음, 이런 내 마음을 미리 알기라는 한듯 내게 넌지시 손을 건네고 있는 <장자의 비움공부>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현실에 집착할 필요도 없고 성공을 강요하며 괴로운 삶이나 사회분위에서 벗어나 참된 비움의 과정을 통해 참된 자아를 찾고자 하는 마음이 지금 내게는 무엇보다도 절실하였기에 이 책을 통해 비움을 알아가고자 한다.
이 책 <장자의 비움공부>는 장자의 '만물제동'과 '물아일체'를 통해 나는 그대로 온전한 것이고, 세상만물 역시도 꿈에 불과하니, 인위를 버리고 성공을 강요하는 사회의 압박과 힘들고 어지러운 삶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의 본성에 순응하며 진정한 도를 찾아 참된 자유를 누리라는 철학이 담겨져 있다. 또한 그의 철학 사상의 핵심인 '비움'은 단순히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과 특징에 맞는 자신의 고유한 것을 발견해서 가꾸어 나가라는 것을 뜻하는 말로, 이 책의 장자의 내려놓음의 철학을 통해 심플라이프를 추구하며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영감과 통찰력을 제공해줄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1부 장자, 비움의 공부'에서는 장자의 핵심철학 '비움'을 중심으로 한 그의 사상과 논리에 대한 이론위주의 설명이 주를 이룬다. 삶과 죽음, 인위와 무위, 운명과 천명, 도가 사상 등을 통해 그가 주장한 내려놓음의 철학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2부 장자, 비움의 통찰'에서는 앞서 말한 사상과 이론을 토대로 한 장자의 교훈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3부, 비움의 창작'은 2300년이 훨씬 지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장자의 교훈과 가르침을 통해 현대의 창작품으로 재해석된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자주 등장하는 공자와의 사상비교가 상당히 흥미로웠고, 두 철학자들의 사상이 얼마나 대조적이었던지를 확연한 차이를 구별해준 부분들도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삶과 죽음은 따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고 하나로 이어진 것이므로 죽음은 두려워하거나 슬퍼할 일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이라는 말은 공감이 갔다. 또한 자신보다 귀한 것은 없으며 운명은 하늘이 정해준 것이니 도에 따라 변화의 흐름에 맞춰 자신을 바꿔나아가라는 말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