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수 있는 여자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권위적이고 남성이 지배적인 사회에 대한 비판작품을 통해 페미니즘 문학의 문을 열었고 외교, 환경, 인권, 예술, 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다루며 두번의 부커상 외에도 각종 권위있는 문학상 수상은 물론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되어 그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현대소설의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을 만나는 일은 실로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녀의 1969년 작품인 <먹을 수 있는 여자>는 제목부터도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왜 하필 억는다는 행위에 여성을 빗대어 놓은 것일지가 궁금하기도 하면서, 이 책이 주목받게 된 이유 역시도 제목이 주는 상관관계를 배제할 수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들기도 했다.

이 책의 주인공 메리언은 평범한 직장여성이다.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고, 주변에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 그리고 누가봐도 근사하고 잘생긴 멋진 남자친구이자 약혼자 피터도 있다. 하지만 피터에게서 받은 프로포즈를 허락한 그 순간부터 그녀는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게 되고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늘어가는 등 그녀의 평범했던 삶은 조금씩 서서히 혼란을 느끼게 된다.

- 피터와 나는 미래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건 우리와 상관없는 문제였다. 하지만 이제 머릿속 어딘가에서 왠지 모르게 상관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화장실에서 무너지고 도주극을 벌였던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나는 현실을 도피하고 있었다. 이제,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현실을 직면해야 할 것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p.108)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빨래방에서 만난 덩컨과 대화를 나누며 마음의 평온과 안식을 찾는 자신을 보며. 그녀 스스로가 사회에서 요구하는 강요된 역할과 불공평한 시스템을 통해 현실에서 도피하고 다가올 미래를 회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게 된다.

- "우리 지금 도망치는 중이에요! 달려요!" 그녀의 겨드랑이에서 솔기가 터졌다. 허공에서 분해된 빨간 원피스가 갈기갈기 찢겨 깃털처럼 뒤편 눈밭 위로 떨어지는 환상이 보였다.(p.359-360)

그녀 스스로 느끼는 자아상과 사회에서 만들어진 이미지 사이에서의 괴리감을 느끼면서 수많은 갈등을 느끼고 괴로워하기 시작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강인하고 독립적인 자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이곤 한다. 결국 그녀는 안정적인 삶을 꿈꾸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고, 자신이 만든 막다른 골목에서 나아갈 방법 역시도 그녀 스스로가 생각해나가야 함을 알게된다.




- 이제 그녀는 자기가 정말로 끝내주게 보이는지 궁금해졌다. 그 단어를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곱씹어보았다. 아무런 형체도 풍미도 없었다. 어떤 느낌이어야 하는 걸까?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p.316)

1969년 작품인지라 50년도 더 지난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여전히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 삶의 현재 진행형이다. 여자를 성적도구나 여신처럼 받든다더가, 연약한 보호대상으로 여기기도 하고, 남자를 도와주는 도우미로 생각하는 남성상을 가진 인물들이 적재적소에 등장하며 초현실적인 스토리로 끌어나가는 부분에서는 조금은 씁쓸하면서도 안타깝게 느껴졌다. 또한 작가만의 서정적이면서도 예리한 통찰력을 통해 진정한 거장으로서의 걸작을 만났다는 사실에 흥분이 되면서도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주었으며,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논의되고 있는 여성의 여러가지 권리에 대해 다시 한번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