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아름다운 옆길 - 천경의 니체 읽기
천경 지음 / 북코리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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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별로 사상과 논리를 깊이 파고들 수준까지는 못되지만, 상식 수준의 철학책 읽기는 매번 시도중이다. 읽을수록 재미와 감동보다는 어렵고 난해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터라, 항상 수박겉핥기 선에서 크게 벗어나기가 어려운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포기를 모른채 철학책 신간코너 앞에서 서성이는 나를 보면 다시금 웃음이 난다.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천경님의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은 니체의 진지한 철학 이야기를 작가만의 방식대로 읽고 쓰며 웃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라는 서문의 소개글이 내 맘에 와 닿았다. 그렇게 이 책을 만났다.

이 책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은 니체의 전작을 읽고 2017년부터 정기적으로 '내외뉴스통신'에 <천경의 니체 읽기>라는 칼럼을 쓰게 된 것을 엮어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 속의 아름다운 니체의 문체를 통해 그가 말한 삶의 오류와 오독으로 이루어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진실과 정답이 모두 제각각임을 작가나름의 방식대로 읽고 해독해가며 독자들로 하여금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주고자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니체의 기본 사상과 철학적 이야기를 작가의 일상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함께 실어 그의 사상과 철학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으며, 각각의 이야기들을 통해 공감과 흥미는 물론, 때론 그의 논리에 대한 반박과 논쟁을 유도하기도 한다.

제1장 <인식은 슬픔이다. 아니다. 인식은 웃음이다>에서는 니체의 기본 사상과 철학적 기본개념을 먼저 설명하고 있다. 살면서 생기는 문제와 물음들, 그리고 사유에 대한 그의 사상을 다양한 작가의 삶과 예시를 통해 비교 설명해 주고 있으며, 과거를 벗고 고독과 망각, 죽음을 통해 버리고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해나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도덕은 허구이며 오류임을 강조하여 비도덕주의를 강조하고, 무엇보다도 '신은 죽었다'며 기독교 윤리를 거부함과 동시에 현실의 참혹함과 인간한계를 인정해 모두가 각자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며 자신의 삶의 결정권을 스스로 창조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현실주의에 입각한 사상임을 설명해주고 있다.

제2장 <공부하기 좋은 날>에서는 개인적인 삶을 통해 들여다본 니케의 철학적 사상을 1부에서 보다 좀 더 심도있고 깊이있게 파고들고 있다. 소크라테스와 알키비아데스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아름다운 것에 대한 사랑의 개념을 소개해주고 있으며, 니체의 이론의 핵심인 위버멘쉬의 경지에 도달을 통해 고양되고 상승시킴으로 인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이유도 알려주고 있다. 예술을 삶을 위한 자극제로 봐 삶의 내재된 자기구현을 통해 새로운 산출물을 생산해내는 임산부로서의 역할도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작가가 주장한 '마음학교'설립의 필요성과 당위성도 니체의 사상에 적절히 연결해 잘 설명해주고 있다.

마지막 3장 <아모르파티>는 부정과 저항의 정신을 통과해 스스로 만들어 가는 삶을 살 것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나 이 장에서는 작가자신의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를 니체의 철학과 사상과 빗대어 많이 다룸으로써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의 방향과 자세를 우회적으로 알려주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사실 니체가 기독교자체를 부인하고 비도덕주의를 추구함으로써 서구의 전통사상을 깨부수는 가치관으로 나치에 의해 악용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박하지만 창조적인 의지를 강조하고 각자가 주체적인 삶을 이끌어나가는 것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에 입각한 사상은 개인적으로 긍정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과거나 복수의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망각하는 인간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인간상은 본받아야겠지만, 삶이 힘들때마다 신을 찾게 되는 작가입장에서는 니체의 논리로는 작가가 노예정신의 소유자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강하게 반박하면서, 그녀가 니체를 전적으로 신봉하지 않는다는 개인적 소신을 밝히는 부분도 흥미롭게 읽었다. 또한 '젊은이'는 아무렇지 않지만, '늙은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주는 느낌에 대한 우리의 마음가짐에 대한 변화촉구, 그리고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의 느끼는 여러 사례들 역시 나 역시도 느끼고 고민되는 부분이라 절로 고개가 끄덕이게 했다.

나 역시도 편안하고 안락한게 좋고, 매일매일의 습관화된 일상의 삶이 좋기에, 그러한 삶을 지양하고 위험하게 살라는 삶의 대가로서의 니체의 주장과 인천초등학생 살인사건을 예로 들면서 범죄자를 비호할 생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자를 정신이 병든 자로 인식하며 범죄자로서보다는 치료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는 병든자로서 인식을 주장하는 부분에서는 사회적으로도 여전히 논쟁이 되는 부분이면서도 나 역시도 개인적으로는 공감보다는 반감이 조금 더 가게 되는 주장으로 보이기도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임에도 철학은 내가 느끼기에는 여전히 어렵다. 비단 그것은 나 뿐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한다. 그 중 니체는 더더욱 그렇다. 어려운 니체의 사상과 철학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은 천경 작가님의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와 여정이 고스란히 녹아있어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듯하다. 그래서 작가님의 말처럼 읽으며 웃게 되는 책이 아닐까 싶다. 한번쯤은 우리도 니체에 빠져 함께 사색하며 그의 아름다운 길을 동행하며 걸어가는 상상을 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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