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화염
변정욱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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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광복절 기념식에서의 육영수여사 저격사건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재일교포 2세 문세광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이 내려져 사건이 있은지 두달 만에 바로 사형에 처해졌지만, 그의 배후에 대한 진실공방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조총련계 공작으로 북한 김일성 배후설, 재일동포인 문세광을 통해 국교단절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일본배후설, 핵무기독자개발로 사이가 극히 나빴던 미국배후설 등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했지만, 총 7발의 총성이 울려퍼진 1974년 8월 15일의 국립극장에서의 2분 22초의 짧은 시간은 각종 의문만을 증폭시킨채 여전히 사실인지 확인조차 안되는 조작된 진실만을 남긴채 우리 국민들에게 커다란 슬픔과 아픔을 안겨주게 했다. 그 날의 진실은 파헤친 소설 <8월의 화염>이 얼마전에 출간이 되었고, 곧 영화화되어 제작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 책 <8월의 화염>은 유명한 영화감독 변장호 감독의 아들이자 미국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있던 변정욱씨가 아르바이트 도중 강도에게 맞은 총탄 두발 제거 수술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영부인 육영수 저격사건을 조사하다 영화화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7년에 걸친 자료조사와 관련 인물들에 대한 인터뷰들을 통해 결정적 증언과 증거물을 확보해 본인이 직접 시나리오를 완성했으며, 각종 정치적 외압 등으로 그동안 중단해야만 했던 그날의 진실을 15년만에 비로소 직접 감독으로 제작준비를 하게 되었다는 소명을 밝히는 부분에서의 그간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았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실존인물들로 살아있는 상태이고, 수많은 의문점과 의혹들이 증빙되지 않은 주관적인 관점을 가지고 제작되었을 때의 도덕적 비난이나 법적책임은 온전히 작가의 몫일수 밖에 없기에 더욱 더 신중한 마음으로 조사했을 것이고, 거기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책을 쓰고 영화화하는게 어려웠을 것임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세광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쓰여져있다. 사건이 있은 후 왜곡된 진실과 숨겨진 사실을 밝히는 데에는 서울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사법시험을 패쓰했음에도 운동권이었다는 이유로 판사나 검사로 배정받지 못하고 17년째 인권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신민규변호사가 중심에 있다. 중부경찰서 조사계 배영진과 그를 따르던 말단 신입 강덕배형사는 국립극장행사의 경호업무책임에 물어 징계를 받아 해임된 후 신민규변호사를 함께 돕게 된다. 사건은폐의 핵심에 중앙정보부가 개입되어 있음을 알게되며 보이지 않는 손들로 재판의 증인들은 하나씩 사라지지만 계속된 추적과 탐문을 거듭한 끝에 사건은 다시 한번 재구성이 되면서, 음모의 실체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며 밝혀지는 과정이 너무도 흥미로우면서도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다.

경찰의 방해와 왜곡된 수사들로 사건 속 진실은 덮으려 했지만, 작가의 말처럼 '이 세상에 알아서는 안되는 진실은 결코 없다.' (p.339) 말처럼 나 역시도 이 또한 언젠가 반드시 밝혀질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사실 변정욱감독의 조사자료와 노력들은 상당한 신빙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 김종필의원이나 김기춘과 같은 관련인물들이 알고있는 진실에 대한 재조명이 그들을 포함한 관련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나왔더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다라는 아쉬움이 더 크게 남게된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다시금 그날의 비디오를 찾아 돌려봤다. 여전히 국민들은 알아야 할 권리가 있고, 진실에 대한 목마름을 느낀다. 나 역시도 그랬다. 순식간에 읽어낼 정도로 몰입도가 상당했던지라 영화 속 이야기가 더 기대하게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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