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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나쁜남자 편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0년 9월
평점 :

조선왕조실록 속에는 소위 말하는 로맨스 소설이 갖추어야 할 요건들이 모두 갖추어져있다. 왕좌를 지켜나가기 위한 끊임없는 권력투쟁의 승리를 통해 힘과 부의 상징을 의미하는 조선이라는 국가의 1인자로서 왕이 등장하게 되고 왕의 곁에는 항상 똑똑하고 영민한 왕비가 함께 해, 둘만의 사랑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뒤이어 왕은 왕비 뿐 아니라 후궁도 여럿 거느리게 되는데 그들 속에 묘한 신경전은 질투와 시기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권력의 핵심인 왕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자신이 마음가는 여인을 향해 사랑을 표현함으로써 이야기는 절정에 이르게 된다. 어떤 여인에게는 러브스토리로, 또 다른 여인에게 그는 분명히 '나쁜 남자'일 수 밖에 없다.
SBS주말드라마로 방영된 <바보엄마>의 작가인 최문정 선생님의 신작으로, 소설적 상상력을 동원해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소설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나쁜 남자편>이 출간되었다. 학교선생님으로 한창 스트레스를 받아 휴직을 결심하게 되었고, 그 힘든 시간을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며 견딜수 있었다고 회상하고 있는 것처럼, 이 이야기 <소설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나쁜남자>편이 '성공한 자가 아니라 실패한 자의 시각에서, 강한 자가 아니라 약한 자 입장에서 바라본 역사'적 관점으로 쓰게 된 당위성의 토로는 충분한 공감과 이유가 되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내가 좋아할 만한 러브스토리가 가득해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에는 총 7명의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철저히 자신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왕권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인간도리를 저버린 아버지를 보고 비뚫어지기로 결심하면서, 말도 안되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하고 여색을 탐하며 결국 왕위를 버리기로 한 조선건국의 왕 이성계의 손주이자 태종 이방원의 첫째 아들인 양녕대군의 이야기 <왕위를 버린 남자>, 역사를 통틀어 가장 사랑받은 왕 중 하나인 완벽한 성군 세종의 비로 완벽한 뒷바라지는 물론 시부모도 극진히 모셨으며, 다른 여인들에 대한 투기도 하지 않았으며 내명부 통솔능력도 탁월해 당시 흠잡을데 없는 완벽한 여인으로 칭송된 소현왕후의 이야기 <기도>, 그리고 유독 정이 가지 않았던 첫번째 세자빈, 동성애로 폐출된 두번째 세자빈, 그리고 죽은 후에야 사랑임을 깨닫게 된 단종을 낳은 순임이와의 인연을 통해 여인들과의 인연이 유독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며 결국 왕비없이 즉위한 조선 최초의 왕인 문종의 이야기를 담은 <나만 몰랐던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또한 정치개혁의지도 강했으며 정지척 감각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다가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를 겪은 이후부터 폭력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던 연산군과 그의 모친 희빈장씨 이야기인 <붉은 적삼>, 연산군의 처남으로 당시 반란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숙청이 되면서 중종의 비가 된지 7일째에 폐위된 단경왕후가 38년동안 빈곤한 삶을 살며 중종을 기다리는 이야기를 담은 <다홍치마>, 우리 드라마나 영화 사상 가장 빈번히 제작발표된 소재로 알려진 인현왕후나 숙빈 최씨의 입장이 아닌 인심이 후해 궁녀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희빈 장씨의 이야기를 철저히 궁녀 김원미의 시각으로 담은 이야기 <장옥정전>, 마지막으로 <강화도지리사>에 언급되어 민간에 전해진 이야기로, 조선왕조실록의 공식적 기록으로서는 마지막왕인 철종이 역적으로 몰려 귀양을 와서 만난 천민 봉이와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첫사랑>이 실려있다.
각 이야기는 모두 작가만의 특별한 상상력이 더해져 조선왕조실록을 근거로 해 모두 소설로 각색이 되었으며, 철저하게 주제와 관련된 주인공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또한 각 이야기가 끝이나면 '~~와 ~~, 그 밖의 이야기' 코너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 평가와 기록들을 상세히 추가적으로 부연설명을 더해주고 있어 사실을 판단함에 있어서 객관적 근거를 제시해주는 듯해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또한 각 인물의 영정, 어보, 어필은 물론 관련된 능이나 묘, 당시 유명한 작가나 그림, 궁들을 포함한 소설 속 인물과 연관된 역사적 유물들을 사진과 함께 상세한 추가설명을 실어두고 있는 것도 굉장히 읽을 거리를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각 스토리마다 감미로운 로맨스를 기대하지만 사실 생각처럼 아름답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특히나 그들의 권력과 힘과는 상대적으로 왕이나 세자로의 삶, 그리고 여인으로서의 삶의 무게가 마냥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아 보였다. 끊임없는 권력암투에 대한 견제와 언제 식을줄 모르는 사랑에 대한 불안감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마저 들게 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회자되며 우리들의 기억에 각인되는 것은 그들만의 특별한 신분을 이용한 스토리자체가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지고 재미가 더해지는 <소설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나쁜 남자편>!! 작가의 말대로라면 '좋은 남자편', '나쁜 여자편', 그리고 '좋은 여자편'의 출간도 다시금 기대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