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삼킨 아이
파리누쉬 사니이 지음, 양미래 옮김 / 북레시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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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삼킨 아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은 장애아의 이야기일 것 같았고, 장애극복을 해나가는 과정이 그려질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무료한 나의 오후시간을 채워줄 이야기가 될 것 같아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 책을 받아 들자마자 펼쳐든 작가소개글에서 이란정부에 의해 두 번이나 판매금지를 당했으나, 전세계 29개국에서 출판되어 2010년 이탈리아 '보카치오 문학상'을 수상한 <나의 몫>이라는 제목의 소설로 이란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의 기록을 세우게 해주었었던 파리누쉬 사니이라는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란작가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데다 <목소리를 삼킨 아이> 역시 출간 즉시 호평을 받으며 일곱살까지 말을 할 수 없었던 소년이 스무 살 청년이 되어 자신의 삶에 일어난 사건들을 묘사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담은 스토리라는 말에 읽기 전보다 더 호기심이 더해졌다.

<목소리를 삼킨 아이>는 전통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한 이란의 가족의 이야기이다. 말을 하지 않는 아이 샤허브는 사촌형 호스로우가 매번 웃으며 '벙어리'라고 하는 말이 좋은 의미인줄 알았지만, 곧 자신으로 인해 매번 엄마가 울거나 곤욕을 치르게 되고, 아빠와 아라쉬형 역시 자신을 창피하게 생각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가족들에게 대해서도 점점 분노와 증오심이 쌓여간다. 착하고 정상적이고 똑똑하고 귀여운 애들은 아빠자식이고, 멍청하고 못생기고 병든 애들은 엄마자식이라고 생각해, 자신의 친아빠를 아라쉬네 형네 아빠라 부르고 자신의 아빠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촌누나 페레슈테누나가 공원으로 샤허브를 이용해 데리고 다닌 사건, 정신병원에 가던 날 도망을 나와 만난 아저씨 아주머니와 보냈던 꿈같았던 시간, 그리고 자신을 믿어주고 비밀을 끝까지 지켜주었던 외할머니 비비와의 일화들을 통해 때로는 긴장감을 주고, 상처를 받았고, 이를 계기로 서로 성장하고 사랑을 확인해가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이 책은 샤허브와 유일한 샤허브 편이었던 엄마 마리얌, 이렇게 두사람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한 말을 할 수 없었던 샤허브 곁에는 샤허브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상상속의 친구들 바비와 아시가 등장해 위험하거나 과격한 행동을 대신 해주기도 하고, 외로움과 두려움은 물론 분노나 복수심을 부추키며 샤허브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샤허브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임을 알 수 있다. 샤허브가 말을 못하게 된 원인도 또한 문제행동을 일으켜 그에 대해 결론을 내기보다는 담담하게 그 과정만을 담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가족의 자부심이자 공부잘하는 아라쉬형네 아빠라 불러 자신의 친아빠를 계부로 알고 학교에까지 불려가는 등 스토리의 갈등을 고조시키지만, 억지스럽게 둘의 화해를 설정하지 않고 성인이 되어서도 아빠를 향한 복잡한 감정과 성장의 과제를 그대로 남겨둔 부분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느껴져 좋았던 것 같다.

이란 사회의 보수적인 특징과 전통적 가치와 가족의 중요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한 이야기로 느껴져 너무 좋은 느낌으로 읽게 되었다. 더구나 요즘들어 사춘기 아이와 부딪힐 일이 잦아지면서 아이 그 자체로서가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잣대로 아이를 대하는 나의 모습에 대한 반성과 함께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않는 삶을 살아온 나의 지금의 모습과도 많은 부분이 닮아있어서 너무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읽는 내내 눈물이 나는 장면들이 유독 많았다. 샤허브의 행동과 부모 또는 어른들과의 관계들을 보면서 매일매일 사는 것이 벅차 사랑할 여유가 없었다는 핑계를 대기보다는 힘들때일수록 서로에게 믿음이라는 버팀목으로 마음을 기댈수 있는 사랑을 주어야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아닌 아이를 키우는 어른들이 꼭!꼭!꼭! 읽어야 할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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