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니코 워커 지음, 정윤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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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의 루소 형제 감독과 <스파이더맨>의 톰 홀랜드 주연의 영화 <체리>가 코로나19으로 개봉이 연기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고는 안타까워하던 차에, 얼마전 이 영화의 원작소설인 <체리>가 서점 한 켠을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일었다. 이라크전을 참전한 육군 의병출신의 니코워커가 집필한 자전적 소설로 출간하자마자 뉴욕타임즈 베스트소설 대열에 올랐고, 올해의 책 중 하나(One of the best books of the year)로 선정되었다는 소개에다 유명한 루소 형제 감독들을 사로잡아 각종 이슈를 몰고 온 책이었던지라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었다.

이 책 <체리>는 전쟁과 약물중독에 대한 공포를 다룬 이야기이다. 18살의 평범해보이는 주인공은 클리브랜드에 있는 대학에서 에밀리를 만나 첫눈에 반해 사랑을 하지만, 학교생활도 사랑도 그저 순탄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05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로이와 조를 통해 의료특기병으로 이라크파병을 지원하게 되지만, 의료지원병으로서 준비도 제대로 안된 그에게 피튀기는 전투와 동료들의 수많은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며 이뤄지는 전투임무를 수행은 그를 더 힘들게 한다. 전쟁 이후 극심한 외상성 스트레스장애를 겪으며 우울증과 정신적인 충격들로 인해 일상생활에 좀처럼 적응을 할 수 없게 되고 결국 그는 점점 더 약물에 의존하게 되는 삶의 과정이 펼쳐진다.

<체리>는 전쟁에 처음으로 투입되는 군인을 속된 말로 표현한 단어라고 한다. 작가가 자기 자신을 은유적으로 빗댄 말로 보인다. 그리고 책 마무리 '감사의 글'을 통해 그가 은행강도로 잡혀서 현재 수감이 된 상태이고, 이 책 역시 수감중에 쓰여졌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이 그의 삶에 작은 원동력이 되어 출감후에는 좀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개인적으로 바래본다.

이 책은 전쟁이 보여주는 잔혹감과 참담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우리 만큼 자세하면서 끔찍하게 그려져 있으며, 그 모든 것들을 직접 보고 겪은 주인공 역시 마약에 빠져들며 모든 것들을 잃고 서서히 파멸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대로 보여준다. 다소 영웅적 소재나 미화화 하기 쉬운 소재인 전쟁과 마약에 대해 작가 스스로 겪고 체험한 공포와 두려움을 다소 읽기가 불편할 정도로 가감없이 보여주면서, 이를 통해 이 책을 보는 이들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주기에 충분해보였다. 책을 읽고 나니 영화 <체리>가 더욱 궁금해지게 된다.

**** 이 책 <체리> 속 말. 말. 말. ****

- 멀리서 들리는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는 모든 이에게 내가 얼마나 쓰레기 같은 놈인지 알려주고 있었다.(p.25)

- 에밀리가 울음을 터뜨렸다. 택시를 타고 떠나야 할 때까지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에밀리가 우는 내내 나는 억지로 센 척을 했다. 나는 강한 남자이고, 또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이제와서 말하지만, 괜히 남자인 양 억지로 강한 척하는 것보다 나은 일은 얼마든지 많다. 젊음을 즐기고 여자친구와 밤을 함께 보내고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것처럼. (p.105)

- 그때 우리가 장난으로 거기에 있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우리는 인생을 망치거나 폭탄에 맞아 죽거나 시간을 낭비하는 목적으로 군대에 왔다고 생각했지. 그게 뭐가 됐든 실제론 전쟁을 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p.179)

- 여름이었고 사람들이 차례대로 죽어 나갔다. 여름에는 죽는 사람이 더 많다. 우리도 언제든 죽을 수 있었다. 한치 앞을 알 길이 없었다. (p.213)

- 사람들이 계속해서 죽어나갔다. 하나씩 둘씩. 영웅도 없고 전투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그냥 보조이고 허울만 좋은 허수아비였다. 도로를 오가고 바쁜척을 하면서 돈만 펑펑 쓰는 멍청하기 짝이 없는 놈들이었다.(p.235)

- 모든게 변했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p.265)

- 내가 이라크에서 전사했다면 나역시 영원히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었다. (p.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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